한밤의 도서관 803

초콜릿 코스모스

전철안이나 군중 가운데서 그런 기이함을 느낄 때가 있다. 명백히 '위험한'사람, 주위와는 다른세계에 사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다. 이상하게도, 그냥 서있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인데 멀리서도 알아차리게 된다. 다들 멀찍이 떨어져 서고, '시선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소리없는 공감이 주위를 휩싼다.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에서 본 영화 중에도 재미있는 작품은 여러편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아스카의 인상에 남은 것은 그것이'가짜'라는 점이었다. 한 영화에서 권총을 맞고 죽어 사람들이 슬퍼하고 애도했던 사람이 다른 날 본 영화에서느 멀쩡하게 살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녀는 그 사실에 놀랐다. 그 고통스러운 표정, 닭똥 같은 눈물은 아무래도 '가짜'였던 듯 하다. 모른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

한밤의 도서관 2008.10.29

슈가 앤 스파이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넘치는 걸까? 정말로 필요할까? 필요하고말고! 하고 비닐 우비를 입은 어릴적의 내가 얼굴을 내밀며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자, 반드시 그렇지도 않아, 하고 오래전에 우비가 필요 없어진 내가 머뭇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어른이 되자 필요가 없어진 그런 것들이 늘어 간다. - 저녁식사 中 정말로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 야기라 유야가 연기했던 시로는 어떤 인물이였나, (영화가 정말로 많이 실망스러웠지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여러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마지막 단편은 재미가 없어 읽지 않았고, 영화와 비교하자면 정말로 담백했다. 시로와 노리코(사와지리 에리카가 연기했던)의 연애?장면 따위가 정.말. 비중이 작아서 더 좋았다. 젊은시절 추억을 가..

한밤의 도서관 2008.09.28

그대가 돌아가는 곳 - 세퍼레이션

‘결국.......’하고 나는 생각했다. 사람은 모두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 아니,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닫아 건 세계속에서만 살아간다고 말해야 할까. 이 지구에는 60억의 작은 세계들이 겹쳐져 있고, 그것들은 결코 통합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고독한 생물인 것이다. 나는 어제 먹다 남은 피자를 오븐에 데워서 저녁 대용으로 먹었다. 씹는 맛을 느낄 수 없는 브로콜리는 왠지 나를 몹시 서글픈 기분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니면 단순히 혼자 먹는 저녁 식사에 고독감을 느낀 것뿐인지도 모른다. 이런 밤이 5,000번 6,000번이나 계속되는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인생의 길이는 보는 각도에 따라 꽤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책을 뒤져보던 중 못..

한밤의 도서관 2008.09.23

이름 없는 독

우리는 시계와 캘린더의 포로다. 그게 고통의 원흉이 될 때도 있지만, 약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할 이유나 근거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날이 지나가기만 해도 걱정거리가 점점 가벼워 지는 일이있다. "진실, 그런게 있다고 해도 괴롭고 없다고 해도 괴롭고, 아무리 굴려도 좋은 숫자가 나오지 않는 주사위죠." "불행이란 대개의 경우 그런 거죠. 이쪽을 바로 세우려 들면 저쪽이 기울어지는 식으로 서로 엇갈려 있죠. 마치 헝클어져 풀리지 않는 실처럼." 미야베 미유키는 [모방범]이라는 소설 때문에 알게 된 사람인데, 사실 난 이름만 알고 있어서, 남자겠거니....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여자였다. 또 청산가리..청산가리를 빼면 추리물은 전개될 수 없는건가?? 싶은게, 처음에 그다지 잘 읽을 수가 없었다.내용도..

한밤의 도서관 2008.09.22

브루투스의심장

다쿠야는 이런 식의 얘기가 제일 싫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인간일수록 능력도 없기 마련이라 더 불쾌했다. 인간이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하고, 게으름을 부리고, 겁을 먹고, 질투나 할 뿐이다.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결국 로봇은 인간에 필적할 수 없다... 대체로 인간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살뿐이다. 지시가 없으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하는 일이라면 로봇이 훨씬 우수하다. 게다가 저 녀석들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늘어선 로봇을 등지고 다쿠야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것이 그가 로봇을 연구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자신을 포함해 인간은 반드시 배신한다. - 살인의 타깃 中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또 청산가리가..

한밤의 도서관 2008.09.11

방황하는 칼날

오히려 법원은 범죄자를 구해준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고, 증오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범죄자를 숨겨준다. 그것을 형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 기간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짧다 .한 사람의 인생을 빼앗았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는 인생을 빼앗기지 않는다. 더구나 아쓰야와 마찬가지로 가이지도 미성년자이리라. 에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어쩌면 교도소에도 가지 않을지 모른다. ika가 읽은 책을 냉큼 도서관에서 낚아챈? 책.요거요거 [붉은 손가락]을 읽을 때 만큼의 분노가 솟아 올랐다. 자기 자식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어떻게든 자신이 한 잘못을 벗어나려는 아이.갑자기 아이를 잃게 된 부모.사건을 방영하는 프로그램. 누구 잘못?적당히 방관자로 ..

한밤의 도서관 2008.09.10

황혼녘 백합의 뼈

어릴 때부터 선과 악이 싸우는 이야기를 몇 편이나 읽었다. 언제나 선과 악은 검은색과 하얀색처럼 왜 분명하게 구분되는지 의문이었고 왜 악은 계속 악인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렴풋이 안다. 악은 모든것의 근원이다. 선 따위, 어차피 악의 윗물 중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악을 돋보이게 하는, 말하자면 손수건 테두리의 자수같은 것일 뿐이다. 그렇지 않고는 왜 늘 선이 그렇게 약하고 무르고 덧없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아 이여자, 사람 잡는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한번 읽으면 밤새서라도 끝까지 읽고싶게 만드는 능력. 탁월한 단어 선택 능력 원서로 꼭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주는 사람 - 2008년09월04일

한밤의 도서관 2008.09.08

불안한 동화

여자들은 순간적인 시선으로 서로의 컨디션이며 근황을 읽는다. 그날 바른 루주와 거울을 보는 눈초리로, 또 옷을 벗는 모습과 싱크대에 놓인 컵의 위치로. 최근에 비로소 깨달았지만, 내게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남들보다 부족한 것 같다. 유학과 결혼, 이 두가지는 결국 같은 것이다. 둘 다 사회든 남성이든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것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러니 근본적으로 뿌리가 같은 욕망이다. 온다 리쿠의 책 중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 여태까지 읽었던 소설들은 반전에 매번 깜짝 놀랐잖아 뭐, 이 소설도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표현들 덕에 상상하기도 즐거웠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내가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말들이 소설 속에 쓰여있는 걸 보면, ..

한밤의 도서관 2008.07.21

클레오파트라의 꿈

"그래요. 요즘은 누구든지 드라마틱한 인생을 추구하죠. 다들 주제파악을 못한다니까, 이게 다 재미도 없고 저질스러운 트렌디 드라마 때문이에요. 남들하고 똑같은 인생을 사는 걸 지상명령으로 삼고 살아온 일본 사람들한테 그런 드라마틱한 사랑과 인생이 쉽게 찾아올 리 없잖아요. 안그래요?" 다른 사람의 고민은 알 수가 없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막한 어둠. 이렇게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마다 실은 내 몸은 어둠 속에 이대로 누워 있었고, 지금까지 나는 인생이나 현실이라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들었다. 호접몽이다. 문득 예전에 어디서 읽었던 단편이 생각났다. 세상의 많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어디선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실은 그 군중은 늘 같..

한밤의 도서관 2008.07.21

유지니아

논픽션? 난 그 말 싫어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해도, 사람이 쓴 것 중에 논픽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눈에 보이는 픽션이 있을 뿐이죠, 눈에 보이는 것조차 거짓말을 해요. 귀에 들리는 것도, 손에 만져지는 것도. 존재하는 허구와 존재하지 않는 허구,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해요. 1. 바다에서 온 것 中 저희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전학생은 튀면 안 됩니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 얼굴을 해야 합니다. '보이는' 사람이 짊어지는 위험 부담이 무서운 거죠. 그러니까 반대로 자기를 타인하고 차별화 하고 싶은 사람은 남들 눈에 '보이고' 싶어 합니다. 6. 보이지 않는 사람 中 애들은 어른이 자기한테 시간을 아끼..

한밤의 도서관 2008.07.21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교노가 진지한 얼굴로 자식에게 설교하듯 말했다.“자기 이야기는 되도록 안 하는 게 제일 좋아. 입 밖으로 내는 말은 말이지, 자기가 생각한 것에 70% 정도가 딱 좋아. 상대방의 말을 10들었잖아? 그럼 이쪽에선 3 이야기 하는거야, 그정도가 베스트지.”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1년 후 이야기. 새로운 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 이전 소설 주인공 4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연히 어떤 사건을 접하게 되는 4명.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다 읽은 후 바로 읽기에 들어갔다. 한 마디로 재미있었다. 시간의 흐름도 재미있었고, 나름의 반전도 좋았다. 아 역시 뭔가를 읽는다는 건 뿌듯한 일이다 (뜬금) 그리고 교노가 말한 자기가 생각한 것의 70%. 사실 단 한 사람에게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는데, 알..

한밤의 도서관 2008.07.07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유키코Ⅰ 시간【時間】 ① 시간 흐름의 주 지점 사이. ② 공간과 함께 인식의 기초를 이루는 것. 인간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졌다고 믿고 있는 것 중 하나. 인간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안심하고 있는 것 중 하나. 인생의 충실도와 비례하여 그 진행 속도가 빨라짐. 따분함에 비해 그 진행 속도가 느려지는데, 수업중에는 완전히 멈춘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음. 구온 Ⅰ 회의【會議】 ① 의견을 맞춤 ② 미리 상의함 ③ 회사원의 노동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 참가자 수에 비례해 시간이 길어짐.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권을 잡음. 효과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고 막판에 보면 시작 전 상태로 돌아가 있는 경우도 많음 유키코Ⅱ 우연【偶然】 ① 아무런 원인 관계도 없이 예기치 않게 사건이 일어..

한밤의 도서관 2008.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