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게이고 41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그런데 이런 시기에 동창회를 해도 괜찮겠어? 코로나 때문에 다시 떠들썩하던데.” 아, 그거. 모모코는 평소답지 않게 살짝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책을 생각해 두긴 했어. 탁 트인 오픈 스페이스가 있는 곳을 찾아뒀거든. 상황이 나빠지면 그쪽으로 옮기든지, 아니면 간격을 띄어서 앉든지.” “그러면 되겠네” 감염 재확산이 빈번하게 일어나니 다들 대응 방식에도 익숙해진 것이다. “그런데 난 도쿄에서 못 나갈지도 모르겠어.”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은 자제하라고 했지.” “응, 괜히 이 시점에 고향 내려갔다가 돌이라도 맞으면 어떡해.” “남의 신분증을 봤으면, 그쪽도 보여 줘야 공평한 거 아닌가?” 다케시는 수첩을 펼쳤다. “흐음, 고구레 경감이라. 마요, 아쉽게 됐구나. 메그레 경감이었다면 좀 든든했을텐데..

한밤의 도서관 2021.05.18

白銀ジャック

白銀ジャック (백은의 잭, 2014) 편성정보: asahi TV 土,1부작, 2014.08.02 출연: 와타나베 켄, 오카다 마사키, 히로스에 료코, 쿠니무라 준, 야스다 켄, 스즈키 코스케, 쇼노자키 켄, 나가오 아키요시, 야마시타 리오, 카네다 아키오, 와타나베 테츠, 벤가루, 히라이즈미 세이, 노기와 요코 더보기 +드라마 소개+ 광대한 설상에서 펼쳐지는 스키 액션과 복잡하게 얽히는 인간의 의도를 미스터리 요소와 함께 풀어나가는 드라마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원작. 재미가 없어 읽다만 기억이 나는데, 역시 보는 내내 재미는 없었음. 출연배우들이 나름 쟁쟁해 배우 얼굴 보는 맛은 있었는데, 미스터리 요소가 있는데도 긴장감이 1도 없다. 아이고야 배우들이 직접 스키와 보드를 탄 걸까?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먼지쌓인 필름 2020.03.29

그대 눈동자에 건배

공장은 작년 가을부터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공장을 돌려보려해도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직원들 월급은 몇 달 치나 밀렸다. 불어날 대로 불어난 빚을 갚을 전망 따위, 전혀 없었다. 회사는 이제 곧 도산할 터였다. 이 집도 저당이 잡혀 있다. 즉 거처할 곳도 없어지는 것이다. 성실하게 살아왔다. 오로지 성실하게 온 힘을 다해 산다고 살아왔다. 그래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깨달았다. -새해 첫날의 결심 中 “원래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실사영화를 많이 봤어. 근데 언제부턴가 실사를 보는 게 힘들어지더라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찾게 된 거야.” “어째서 힘들어졌는데?” “글쎼, 어째서일까. 아무튼 실제 인간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 그만, 이라는 기분이 들어. 사람 얼굴은 현실 세..

한밤의 도서관 2017.12.15

가면산장 살인사건

“즉, 범인은 계획이 성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도모미는 이미 약을 먹었지만 범행이 발각될 일은 없으니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되는 거죠. 만일 범인이 노리는 바대로 죽어 주면 행운이고, 범인의 심리는 그렇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을 견뎌 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성취하려 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 처하면 우선 책임을 전가하고, 그다음에는 포기를 하든지 무기력해질 뿐이다. 그리고 비극의 주인공인 양한다. 당신네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척하고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어. “아니죠, 아버님. 그건 몰상식하다거나 정숙하지 못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인간이란 절실히 갖고 싶은 것을 위해서 때로는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행동도 하는 법이죠.” “3억을 위해서는 사람..

한밤의 도서관 2015.12.10

공허한 십자가

“유족분들에게는 정말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죽이다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물론 죽음으로써 사죄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어떻게든 속죄하게 해주십시오. 어떻게 해서라도 속죄하고 싶습니다.”그 말은 아무런 무게감 없이 나카하라의 귀를 공허하게 빠져나갈 뿐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놓고 아직도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자기혐오에 빠졌다. 자신은 아직 혼자 서 있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서 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면서 전화를 기다렸다. 하릴없이 담뱃갑을 쳐다보았다. ‘담배는 당신에게……’로 시작되는 경고문을 보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십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밤의 도서관 2015.02.02

그 무렵 누군가

“들어봐. 다중 인격자인 척하면서 범죄를 저지른 건 나의 ‘또 다른 인격’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러면 이런 건 어떨까. 원래 성격이 광폭한 인간이 사람을 죽인 뒤에 온화한 인간인 척하는 것. 그리고 광폭한 짓을 한 건 다른 인격이었다고 주장하는 것.” -레이코와 레이코 中 “바로 그거야, 머시. 요즘 범죄자들은 어찌나 독창성이 없는지 한다는 수법이라는 게 고작 선배들 흉내고, 심지어 트릭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사람을 죽인다니까. 내가 현역일 때는 범죄자들에게도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이 있었어. 물론 그들의 작품에도 결함은 있었어. 그래서 결국에는 나에게 간파당해 버리고 말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런 결함도 화려함을 추구하느라 생긴 필요악 같은 것이었어.” -명탐정의 퇴장 中 올해 초 구입한 ..

한밤의 도서관 2014.10.20

몽환화

“할아버지, 정말 행복해 보여요. 꽃을 진짜로 좋아하시나 봐요.” 슈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어울리기가 힘들어. 그런데 꽃은 거짓말을 안 하지. 마음을 담아 기르면 꼭 거기에 응해주거든.” “하지만 그거야,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잖아. 재능이 있는 사람은 한 줌이야. 있는 척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능력 자체도 대단한 거잖아.”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가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히가시노 게이고 아저씨는 무슨 책을 쾅쾅 찍어내는 듯. ㅋㅋ번역하시는 분도 바쁘시겠어 끝도 없이 쏟아지네 ㅋㅋㅋㅋㅋ 출간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작품이라고 ..

한밤의 도서관 2014.10.14

비정근

유감스럽게도 나는 천성이 일하기를 싫어한다. 돈은 없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다. 말이 나온 김에 털어 놓자면 교사라는 직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3학년 때 취업활동에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뱡향전한을 했던 것뿐이다. “저기, 얘들아. 인간이란 약한 존재야. 그리고 교사도 인간이고, 나도 약해. 너희들도 약해.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어.” “사람이란 말이야, 당연히 호불호라는 게 있는 법이야. 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을 좋아해서 얻을 수 있는건 아주 많지만, 싫어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거야. 그런데 굳이 싫어하는 사람을 찾아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 나쁜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고 어른들이 자주 말하더니 그말, 진짜더라. 나..

한밤의 도서관 2014.08.23

넌 혼자가 아니야

문제에는 분명히 답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로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제부터 너는 몇 개든 그런 경험을 하겠지 그건 나도 똑같다. 그렇지만 초조할 필요는 없어 우리들 자신이 성장해나가면 분명 그 해답에 도달할 것이다. 네가 그 답을 찾을 때까지 나도 같이 생각할게. 함께 고민을 해 나간다. 잊지마. 너는 혼자가 아니야. 真夏の方程式 (Midsummer's Equation) [한여름의 방정식] 2013 • 감독 : 니시타니 히로시 • 원작 : 히가시노 게이고 • 출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요시타카 유리코, 키타무라 카즈키, 안, 야마자키 히카루, 후부키 준, 마에다 긴 갈릴레오 유카와 교수님을 실물로 만날 수 있어욬ㅋㅋ 책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는데, 영화는 책 결말 부분에 나오는 중요한 사실..

먼지쌓인 필름 2014.08.14

한여름의 방정식

“왜, 뭐가 시시한데?”“좀 시시하네.”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니 말이에요. 저라면 의욕이 안 생길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이과는 질색이에요. 그게 무슨 도움이 된담. 박사님은 과학이 재밌어요?” “말할 수 없이 재밌지. 너는 단지 과학의 즐거움을 모를 뿐이야. 이 세상은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어. 설사 아주 사소한 수수께끼라도 그걸 자신의 힘으로 풀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지.” ‘이 학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교헤이는 다시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닷속 수정을 보고 싶다’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크게 졸랐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진지한 자세로 그 소망을 들어주려 하다니. 한데, 그러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마치 ‘닥치고 보고 있으면 ..

한밤의 도서관 2014.08.13

질풍론도

사과하면서 이게 다 누구 탓이냐! 하고 따지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애초에 구즈하라가 좋지 않은 일을 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면서 내버려둔 것이 원인이지 않은가. 그런데 자기는 도쿄에서 거만하게 의자에 앉아 부하한테 전화로 질타만 하다니 뻔뻔하기도 하지. 한 번 더 구시렁거리면, 도고에 대한 악담이 봇물처럼 터질 것 같다. “알아. 있지, 네즈 씨, 이론은 전부 알아.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몸이 움직이지 않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아지경으로 탈 수가없게 돼 버렸어. 이런 나, 어쩌면 좋을까?” “어쩔 수 없는 경우란 게 있는 법이다.” “무엇을 위해? 세상을 위해? 국민을 위해? 아니잖아. 자신을 지키고 싶은 것뿐이잖아.”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거의 다 읽지만 읽히지 않는 건 과감하게 버..

한밤의 도서관 201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