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공허한 십자가

uragawa 2015. 2. 2. 21:03

“유족분들에게는 정말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죽이다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물론 죽음으로써 사죄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어떻게든 속죄하게 해주십시오. 어떻게 해서라도 속죄하고 싶습니다.그 말은 아무런 무게감 없이 나카하라의 귀를 공허하게 빠져나갈 뿐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놓고 아직도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자기혐오에 빠졌다. 자신은 아직 혼자 서 있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서 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면서 전화를 기다렸다. 하릴없이 담뱃갑을 쳐다보았다. ‘담배는 당신에게……’로 시작되는 경고문을 보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십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루에 두 갑 피우는 일도 흔하다. 키스를 하다 담배 냄새가 난다고 손님이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런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이상해진 것은 머리뿐이다. 담배가 수명을 줄인다면, 빨리 이 목숨을 빼앗아 가면 되지 않는가. 




“성실하게 사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특별히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