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내일의 기억

uragawa 2015. 1. 23. 21:00

나이를 먹고 미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추억이 늘어난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아주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진료 내과 Q&A』, 『정신과 진찰을 받으려면』,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처방전』, 『편안한 마음의 스트레칭』.

최근, 부쩍 이런 유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대개 부드러운 제목에 책의 꾸밈새도 묘하게 밝은 분위기가 나는 것이 많다. 어두운 동굴을 억지로 화려하게 전광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가 흘리는 눈물이 분해서 우는 눈물인지, 뭔가를 잃는다는 슬픔의 눈물인지, 내 자신이 가엾어서 흘리는 눈물인지, 도대체 내가 왜 울고 있는지 매번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은 왜 사는 걸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인생의 의미가 뭘까. 삶이란? 죽음이란? 젊은 시절 한때, 철학서 몇 권 읽은 정도로 우쭐해 있던 나는 그러한 의문에 사로잡혀 해답을 얻고자 기를 쓴 적이 있다.

스스로에게 인생의 의미를 묻기에는 너무 늦은 때가 되어서야 조금 알기 시작했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의미는? 삶과 죽음은?



“섭섭해서 어쩌지.”

자료관리과에서 퇴직자가 나온 것은 금년 들어 세 번째라고 한다. 과장 이하 동료들의 습관적인 인사치레를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지금까지 많은 퇴직자를 떠나보낸 경험으로 볼 때, 누군가가 회사를 떠나는 그 순간에도 회사는 변함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주위는 좀처럼 당사자의 감상적인 기분에 동참해 주지 않는다. 그 점은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쓸쓸한 것인 줄은 미처 몰랐다.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나무들이며 산등성이며 시냇물이며 눈 아래 민가의 지붕들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뺨에 닿는 빛은 따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