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uragawa 2015. 1. 19. 22:08

“말을 안 하면 당신을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집니다. 말을 안 해도 당신과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 말할까 생각했습니다.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혼잣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원히 듣고 싶었는데.”

-파도에 꽃피우다 中



“넌 말이지, 정말로 영혼이 고독해. 사람들한테 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네 자신 속에서만 담아놓고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네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전혀 없지. 말도 어눌하고 머리도 모자라. 사람이란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지. 언젠가 누군가가 나타나서 너를 구해줄 거라는 환상 따윈 빨리 버리라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넌 평생 누구한테서도 사랑을 받지 못할거야. 내가 장담을 하건데 너한테는 사랑을 받을 자격도 없어.”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미소 짓는 남자는 무섭지만 꿍꿍이도 없이 웃는 남자는 더 무섭다.




전화를 걸까 말까 주저하는 사이에 시간만 흘렀다. 겐지로에게서 연락은 없다. 멍하게 지내다보면 태양의 위치가 바뀌고, 아침에 깨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밤이 된다. 외로움과는 다르다.

-바다로 中




사장은 연봉이 높은 선임 경리 담당자를 해고하려고 달랑 1만 엔 정도의 횡령을 히토미가 발견하도록 만들었다. 회사는 월급 25만 엔을 받는 경리 담당자를 자르고 13만엔짜리 히토미를 남겼다. 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너희들, 뭐야? 여기서 뭐하는 짓들이야?”

노구치의 표정은 일을 달라며 오타 운송을 다니던 때보다 훨씬 한심하고 위축돼 있었다. 노구치가 느릿느릿하게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 남자는 감정을 어딘가에 놓고서 잃어버린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친히 춤추듯 내리듯 내리는 눈의 속도에 맞춰서 서글픔과 공포가 히토미의 가슴속에 쌓이기 시작했다.




절벽 끝에 서서 바닷물을 내려다보니 몸이 붕 뜬 것처럼 현기증이 밀려왔다. 만조인가 보다. 달에 비춘 해수면이 으르렁 대면서 요동친다.

-프리즘 中




인생에서 한 번 굵은 선을 그어버리면 그 이후의 생활은 무기력해진다. 다시 뭔가를 시작하기가 겁이 난다.




집 안을 환하게 만들고 싶었고, 뭣보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계기를 원했다.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혼자란 건 그런 거다.

-바람 여자 中




바싹 건조한 목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렸다.

“나는 혼자라는 사실을 자각했어.”

본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쓸쓸한 말이다. 다마키와 별로 시간 차이도 두지 않고 나나코 역시 혼자가 됐다. 다카히로는 지금쯤 이 거리 어디에 있을까? 다음에 만날 때는 서로 어떤 얼굴을 하게 될까?

-결 고운 하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