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고 아주 조금 생각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무서운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금과 은: 가와카미 히로미
편지에서 시선을 들어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때마침 강풍에 휘날렸는지 아직 노란 물이 들지 않은 은행잎 하나가 빙글빙글 춤추며 날아가는 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밀어 그 잎사귀를 눈으로 따라갔다.
어디에서 왔니?
어디까지 가니?
바람이 기억의 나무를 뒤흔들어 추억의 잎사귀들이 푸르르 휘날렸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직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서 충동적으로 ‘이 사람이다’라고 정해버려도 괜찮지만, 이별에는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별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어느새 그렇게 우리 바로 옆에까지 바짝 다가와 있었을까.
-호수의 성인: 고데마리 루이
실현되느냐 마느냐 따위, 상관없다. 굳이 말로 할 것도 없이 아마도 그게 우리의 본심일 것이다. 설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소망을 입 밖에 내어 약속하는 일이야말로 소중한 것이다.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럽게 채워진다. 행복해질 수 있다.
아다치 씨. 열흘에 한 번쯤 바에서 마주칠 뿐인 사람.
우리 둘 중 누군가가 이 바에 발길을 끊는다면 더 이상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전화번호도 교환하지 않았다. 바에서 헤어지는 참에 다음에 만날 약속을 했던 적도 없다. 아다치 씨와 나의 잠깐의 데이트는 언제라도, 어쩌다 바에서 옆에 나란히 앉은 우연 같은 만남이었다.
사랑의 달콤함 속에는 실은 지독히 복잡하고 번거로운 배합의 향신료가 뒤섞여 있다. 그 하나하나를 맛보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계속 연애만 했으면 좋았을까?”
둥실둥실 떠도는 것처럼 사랑만 했더라면? 과연 인간은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예 사랑 따위, 안 해도 좋지 않을까.
-블루문: 노나카 히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