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심문

uragawa 2015. 1. 20. 23:02

그래, 심문은 엄격한 규칙과 시간 제한에 따라 승부를 펼치며 상대를 때려 눞혀야 하는 한 판의 권투 시합과 다름 없었다.




시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굴다리 아래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 이었다.

그런 꼴을 보고 있자니 에디는 부잣집 도련님이라 배짱도 없나보다 싶었다. 그네들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면 공포에 질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어차피 많은 것을 통제하며 살아갈 인간들인걸. 저치는 훗날 시델 쓰레기 수거 업체를 통제할 것이고, 따라서 자신도 쥐락펴락하게 될 것이었다. 이런 사실에 속이 상한 에디는 더 이상 생각을 말자며 눈앞의 문제에 정신을 집중했다.




찰리는 단언했다.

“삶의 기술은 해야만 하는 일을 기꺼이 웃으며 하는 거야.”

바로 그게 문제였다. 에디에게는 활짝 웃고 살갑게 굴며 은근슬쩍 농담으로 약을 올리면서도 결국엔 껄껄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없었다. 진짜 자신과 진자 속내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의 온 영혼으로 번져가는 악의를 대체 무슨 수로 감춘단 말인가. 조롱을 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할 수만 있다면 상대방은 좋아라 등을 탁 치며 맥주를 사겠다고 말하거나, 이봐, 에디, 집에 가서 아픈 아이를 돌보게, 라고 말할 것이다. 치솟는 분노의 한없는 모멸감만 참을 수 있다면 세계는 곧 나의 것이 된다. 하지만 에디는 그럴 수 없었다. 실로 최악의 단점이리라. 그는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찰리가 될 수 없었다.




혼자.

앨런과 스코티가 가장 대신 라디오를 앞에 둔 채 단둘이 저녁을 먹고, 가장의 인사 없이 홀로 침대에 들었다 홀로 일어나 홀로 옷을 입고 홀로 밥을 먹었던 수많은 날들을 버크는 생각했다. 그때 마다 버크는 경찰청이나 피로 범벅이 된 방에 가 있었다. 누군가의 고독한 죽음에 너무 깊이 몰입한 나머지 가까운 이들의 고독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 술술 잘 풀리고 있어. 블런트에게 시간은 오직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지금처럼 일이 잘 풀릴 때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대부분은 후자 였다. 특히 집에서는 그러했다.




삶의 물줄기는 제멋대로 쓸려 나갔다 밀려오며 혼란으로 우리를 휩쓸어 여기저기로 내던진다.

삶이란 그 얼마나 거대한 무질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