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한여름의 방정식

uragawa 2014. 8. 13. 21:52

“왜, 뭐가 시시한데?”“좀 시시하네.”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니 말이에요. 저라면 의욕이 안 생길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이과는 질색이에요. 그게 무슨 도움이 된담. 박사님은 과학이 재밌어요?”

“말할 수 없이 재밌지. 너는 단지 과학의 즐거움을 모를 뿐이야. 이 세상은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어. 설사 아주 사소한 수수께끼라도 그걸 자신의 힘으로 풀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지.”

 

 

 

‘이 학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교헤이는 다시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닷속 수정을 보고 싶다’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크게 졸랐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진지한 자세로 그 소망을 들어주려 하다니. 한데, 그러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마치 ‘닥치고 보고 있으면 알게 된다’는 듯 묵묵히 작업을 해 나갈 뿐이다. 그런데도 왠지 따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니, 함께 있다 보면 뭔가 가슴 두근거리는 것을 만나게 해 주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도대체 결론이 어떻게 날까.’

수사회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던 니시구치는 마치 남의 일처럼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떤 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과는 무관한 곳에서 사건이 해결될 것이라고 결론지어 버렸다.

 

 

 

 “신경 쓰인다는 건 지적 호기심이 자극받았다는 의미지. 호기심을 방치해 두는 건 죄악이야. 인간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 호기심이니까.”

교헤이는 ‘참 어렵게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엄청난 불안감이 밀려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어른들은 늘 그렇다. 아이들에게는 진실을알려 주지 않는다. 하지만 무슨 일인가 일어나려 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좋은 일이라면 고모부가 저렇게 불길한 목소리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유가와가 입을 열었다.

“현대 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많아. 하지만 과학의 발절과 더불어 언젠가는 그런 수수께끼도 풀리겠지. 그렇다면 과학에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있다면 무엇이 그런 한계를 만들어 내는 걸까?”

교헤이는 유가와를 쳐다봤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 중요한 걸 가르쳐 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가와는 교헤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바로 인간 자신이야.”

 

 

 

“어떤 문제라도 반드시 해답은 있어.”

유가와는 교헤이를 똑바로 봤다.

“하지만 해답을 바로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인생도 그래. 금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한다는 건 의미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이지. 하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어. 해답을 찾아내려면 너 자신이 성숙해져야 해. 그래서 인간은 배우고 노력하고 자신을 연마해야 하는 거지.”

그 말을 곱씹던 교헤이는 “아…….” 하고 조그맣게 신음소리를 냈다. 유가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퍼뜩 깨달았기 때문이다.

“네가 이번 일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때까지 나는 너와 같은 문제를 껴안고 계속 고민할거야. 잊지마,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









2014/08/14 - [먼지쌓인필름] - 넌 혼자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