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침묵의 거리에서

uragawa 2014. 8. 9. 18:30

죽은 소년에게서 아들로 걱정이 옮겨 갔다. 우리 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를.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들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지. 아니면 아들이 뭔가 알고 있는게 아닐지……. 두려워서 그 뒷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게이코는 몸을 돌려 누우며 형언할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중학생은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은 혼자 서는 과정에서 터지는 고름 같은 것이다. 다들 더는 어른들에게 울면서 매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들끼리 생존게임을 시작한다.

 

 

 

정말이지 남자란 권력에 약한 동물이다. 게이코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실망했다.

 

 

 

스물넷의 다카무라로서는 외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아마 제 인생을 빼앗긴 듯한 심정일 것이다. 앞으로 진심으로 웃는 날은 영영 오지 않는게 아닐까.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하고, 그런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때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을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 맑게 개는 날은 이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건 고립이다. 장단을 못 맞춘다거나, 따분하다는 말을 들을까 상식에서 벗어나고 만다. 연못에 뜬 수초처럼 뿌리 없이 불안정하다. 덤으로 집단의 분위기에 쉽게 잠식되고 휩쓸린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기 가장 어려운 나이대인 까닭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이치카와 게이코는 몇 시간 전부터 하품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목이 메어서 안의 공기를 내보내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공기 연하증’이라는 질병이었다. 무의식적인 긴장으로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 결과 계속해서 하품이 나는 신경증의 일종이라고 했다.

 

 

 

화살을 맞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책임자는 책임 문제를 가장 두려워 한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을 나는 솔개 두 마리가 보였다. 부부일까, 부모 자식일까. 어디든 갈 수 있는 새들이 부러웠다. 사람은 나고 자란 땅에서 쉽게 도망칠 수 없다.

 

 



겐타는 딱히 말리지 않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최근들어 깨달은 사실인데, 나구라가 왕따를 당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겐타였다면 아무리 엄마가 사줬더라도 분수에 맞지 않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다. 튀기도 튀지만 부원들의 반감을 사기 때문이다. 나구라는 그런 눈치가 전혀 없었다.



도모미는 온몸의 긴장이 풀려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않았다. 다행이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친구와 서로 부둥켜 안고 싶었다.

분명 마음의 상처가 조금은 남겠지. 만화에서 본 트라우마다. 세상에는 무서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있다.

 

 

 

위기관리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이지마는 새삼 실감하고 우울해졌다. 애초에 모두 학교는 평온한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문에 아무도 위험에 대비해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은 각오 같은 건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등을 떠밀어 주는 계기가 없으면 이대로 현실에서 도망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모미는 난생 처음 주변에서 비겁자의 모습을 보았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인격을 왈가왈부할 만한 사건은 거의 없었다. 심술궂은 아이도, 난폭한 아이도,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비겁한 아이는 없었다. 아직 순수했기 떄문일지도 모르지만, 어른들의 보호를 받는 덕에 책임을 추궁당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학생이 되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밝은 사람, 어두운 사람, 튀는 사람, 얌전한 사람, 착한 사람, 심술 맞은 사람. 십인십색이라고 했던가. 때문에 인간관계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미움을 사기 싫어서 하고 싶은 말도 삼키는 법을 배운 것이다. 하지만 더러 눈치 없는 아이가 있어서 주변 아이들의 신경을 긁는다. 나구라가 그 전형적인 예였다.

 

 

 

겐타의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 되라고 한 적이 없다. 들은 말은 거의 거짓말하지 마라. 약속은 꼭 지켜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라 등 당연한 소리뿐이다. 정색하고 설교를 들은 적도 없다. 그래서 에이스케가 조금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