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비정근

uragawa 2014. 8. 23. 18:44

유감스럽게도 나는 천성이 일하기를 싫어한다. 돈은 없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다. 말이 나온 김에 털어 놓자면 교사라는 직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3학년 때 취업활동에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뱡향전한을 했던 것뿐이다.



“저기, 얘들아. 인간이란 약한 존재야. 그리고 교사도 인간이고, 나도 약해. 너희들도 약해.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어.”




“사람이란 말이야, 당연히 호불호라는 게 있는 법이야. 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을 좋아해서 얻을 수 있는건 아주 많지만, 싫어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거야. 그런데 굳이 싫어하는 사람을 찾아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



나쁜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고 어른들이 자주 말하더니 그말, 진짜더라. 나 오늘 정말 재수가 없었어.
먼저 국어시간에 받은 시험점수가 진짜 끔찍했지. 얼마나 끔찍했냐하면, 이보다 밑바닥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빵점이라는 거지. 지금까지도 끔찍한 점수는 많이 받아 봤지만 빵점은 진짜 처음이라니까.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