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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손님’이 이렇게 소리를 내는 생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울려 퍼지는 발소리에 목소리, 과자 봉지를 바구니에 던져 넣는 소리, 차가운 음료가 들어 있는 냉장고 문 여는 소리, 나는 손님들이 내는 소리에 압도당하면서도 지지 않으려고 “어서오십시오!”를 되풀이해서 외쳤다. 아침에는 이렇게 편의점 빵을 먹고, 점심은 휴식 시간에 편의점 주먹밥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밤에도 피곤하면 그냥 가게 음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올 떄가 많다. 2리터들이 패트병에 든 물은 일하는 동안 절반쯤 마시고, 그대로 에코백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서 밤까지 마시며 보낸다. 내 몸 대부분이 이 편의점 식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잡화 선반이나 커피머신과 마찬가지로 이 가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이 풍부한 감정으..

한밤의 도서관 2017.01.19

S.T.E.P

추악한 인간 본성이 적나라하게 사람들 앞에 폭로되는 장면을 무척 보고 싶다. EP.1 SA.BO.TA.GE. 찬호께이 中 그는 선박사고를 당하고 나무판자를 붙든 채 표류하는 조난자와 비슷하다. 손을 놓지 않을 의지력은 있지만 단지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섬을 발견해도 손을 놓고 헤엄쳐서 섬까지 갈 용기도 없고 그저 나무판자를 껴안고 계속 흘러가기만 한다. 그러다가 삶의 의지도 포기하고 마는 그런 조난자다. “혼자 생활하는 거…외롭지 않아요?” 질문을 하고 나서야 사실은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바깥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다 들려서 시끌벅적한걸요.” EP.2 T&E 미스터 펫 中 그는 시내에 도착한 뒤 주변 환경이 자신이 감옥에 가기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

한밤의 도서관 2017.01.18

서점탐방 <사적인 서점>

2017년에는 되도록, 큰 서점 말고 특색있는, 작은 서점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가보기로 마음 먹은 곳은 한 사람의 독서차트를 관리하고 맞춤형 책을 처방해 주는 http://www.sajeokinbookshop.com/ 100% 예약제이나 토요일은 오픈데이(오후 1시 ~ 오후 8시)​ 나는 오픈데이 저녁 6시 좀 넘어 방문했다.건물 4층에 위치해 있어서, 간판이 없었더라면 소심해져서 못 들어 갔을지도 몰라​ 4층이라고 해도 계단이 험악하지 않아서 가뿐하게 갈 수 있습니다(ㅋㅋㅋ) (두근 두근) ​ ​ 문 열자마자 아기자기한 화분들이 반겨준다 ​ 바닥에 깨알같이 일러스트 작품이...! ​ 공간이 아담한데,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우드 인테리어라 굉장히 따뜻했다. ​조명이랑 같이 책을 두니까 ..

즐거운 산책 2017.01.07

왕과 서커스

취재 기본은 4W1H다. 언제, 어데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는 처음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예단予断이 되기 때문이다. 술렁거리는 소리가 무거운 안개처럼 주위에 자욱했지만, 그것은 분노나 비애와 같은 명확한 방향성은 없고 그저 각각의 속삭임이 한데 어우러진 소리 같았다. 신문사에서 나온 뒤로 프리랜서로 먹고살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정 수입이 없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불안한 일이다. 회사에서 일하면 비록 내키지 않는 일을 한 달에도, 이렇다 할 실적 없이 통상 업무만 하면서 보낸 달에도 통장에 월급이 들어왔다. 그 무렵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때는 매달 내야 하는 월세가 발밑을 조금씩 좀먹어가는 오싹한 기분은 느끼지 않았다. 용기를 내기 ..

한밤의 도서관 2017.01.07

Littor 2016.12~2017.1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왜 그랬냐. 지금 그걸 묻는 건가? 닥터. 미치면 병원을 가야 해. 알지. 그건 난도 알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미치면 어디로 가야 하지? 닥터. 나는 병원에서 더 나쁜 방식으로 미쳐 가고 있네. 내 꼴을 보게나. 그러니 제발 나를 보내 주게. 절대로 벽에 머리를 박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테니, 인증―살아 있다고 말해야 해(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용준 아니 언제부터 나한테 그리 관심이 많으셨다고 이분들이 이러시나.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든다니까. 어쨌거나 다시 한 번 부탁 좀 할게. 제발 말 좀 해 달라고요. 선생님들, 정말 제발 좀 알려 주세요. 나는 얼마든지 사과할 마음이 있다니까?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아니 씨발 백 번이라도 사과하라면 할 수 있어. 나 진짜 요즘에 잠..

한밤의 도서관 2017.01.04

야간시력

누구든 장점이 있다. 누구든 재능이 있다. 누구든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 인간들은 바로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썩어빠진 개인이란 존재하고, 나도 그 중 하나라는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선 정신이 나갈 정도까지 심술궂게 바뀔 수 있는 썩어빠진 개인. 넬리를 괴롭히면서 나는 절박감과 쾌감을 느낀다. 죄책감과 우월감의 행복한 혼합물. 그리고 내몸속을 뜨겁게 질주하는 아드레날린. 넬리 프리이스의 귀 뒤를 꼬집고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 멍을 내면, 나 자신의 꽉 막혔던 좌절, 나 자신의 공포와 슬픔이 상처에서 짜낸 고름처럼 내 몸에서 빠져나간다. 이 세상은 얼마나 거대한 황무지 인지.우리가 그렇게 늙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건 얼마나 큰 불운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대부..

한밤의 도서관 2016.12.27

속죄의 소나타

贖罪の奏鳴曲 (속죄의 소나타, 2015)편성정보 WOWOW 土 22:00 | 5부작, 2015.01.24 ~ 02.14 |출연 미카미 히로시, 소메타니 쇼타, 릴리 프랭키, 토요타 마호, 나카하라 다케오, 호리베 케이스케홈페이지 http://www.wowow.co.jp/dramaw/sonata/ [흔들리는 소] 보고 미카미 히로시 작품 찾아 본 건데, 아 역할이 너무 달라서 꺔노르 14살 소년이 그냥 사람을 한번 죽여보고 싶어서 5살 소녀를 죽임. 소년원을 거쳐 변호사가 되는데...... 갱생의 느낌이 없음. 이왕 변호사가 됐으니 돈 좀 벌어볼까? 라는 독한 캐릭터가 되었다. 얘 나온 순간 아 얘가 제일 의심스럽구나 ㅋㅋ 바로 알게 됨 변호사의 과거를 알고 있는 형사님으로 나온 릴리 프랭키 짧은 드라마를..

먼지쌓인 필름 2016.12.25

데드맨

대도시에서는 사람을 죽이고도 완벽하게 빠져나가기가 의외로 간단한 일이 아닐까? 가부라기는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쿄 도의 한 세대당 평균인구는 겨우 두 명. 이웃에 누가 사는지 무관심. 쇼핑은 온라인 쇼핑을 이용. 친구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인터넷 세상 속의 사람들. 인간관계는 점점 옅어지고 짙어져가는 것은 사이버 세상뿐이다. 아파트 옆집에 사는 사람이 죽더라도 아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이런 식이라면 만원 전철 안에서 살인이 일어난다고 해도 다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느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가부라기는 예전에 정신외과 수술이 일으킨 여러 비극을 보며 그 잔혹함에 현기증이 났다. 기억을, 사고력을, 감정을 잃어가는 공포. 자기 자신이 망가졌다는 절망. 인간일 수 있는 권리를 빼앗..

한밤의 도서관 2016.12.20

어른 없는 사회

절망적인 상태에 놓였을 때는, 먼저 내 발아래 유리조각을 주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은 고베 대지진이 일어나고 무너진 대학 건물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쭈그리고 앉아 첫 유리조각을 주우면서 제 스스로 정한 규칙입니다. 자신의 소비 행위에 대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판적인 말을 듣는 것은 현대인에게 가장 참기 힘든 고통 중 하나입니다. 현대인은 자신의 소비 행위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자신의 개성에 관한 평가로 받아들이도록 교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당신이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소비자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정체성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어떤 집에 살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차를 타고, 어떤 가구에 둘러싸여 어떤 와인을 마시고, 어..

한밤의 도서관 2016.12.13

무너진 세상에서

조의 가장 깊은 비밀 중 하나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혼자가 두렵지는 않았다. 사실 좋아하기도 했으나, 그가 만들어낸 고독이란 늘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깨질 수 있는 종류였다. 그는 고독을 일과 자선과 양육으로 에워싸고 또 통제했다. 어렸을 때는 고독을 통제하지 못했다. 고독은 아이러니와 함께 그를 속였다. 그리하여 외로운 아이로 자라면서도 옆방에 크게 믿을만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엄마 생각하는 구나.” “어떻게 알아요?” “얼굴에 적혀 있어.” “얼굴에요?” “그래, 마음의 얼굴.” “제길, 갱이라서 지랄염병하게 좋습니다.” 조가 가볍게 키득거렸다. “왜 웃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아뇨, 말해 주세요.” 조가 리코를 보았다. “나도 지랄염병하게 좋아하거..

한밤의 도서관 2016.12.08

중쇄를 찍자!

重版出来! (중쇄를 찍자!, 2016)편성정보 일본 TBS 火 22:00 | 10부작, 2016.04.12 ~ 06.14 |출연 쿠로키 하루, 오다기리 죠, 사카구치 켄타로, 아라카와 요시요시, 코히나타 후미요, 타키토 켄이치, 카나메 준, 나가야마 켄토, 무로 츠요시, 타카타 준지, 야스다 켄, 마츠시게 유타카, 나가오카 타스쿠, 나마세 카츠히사, 마에노 토모야홈페이지 http://www.tbs.co.jp/juhan-shuttai/ 와 재밌어!!!!!!! 쿠로키 하루가 되게 귀엽거든. 그래서 본 건데, 어느새 아라카와 요시요시 티셔츠 디자인만 보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 바이브스에 연재 되는 만화를 볼 수 있는 페이지 http://www.tbs.co.jp/juhan-shuttai/vibes/ 디테일 어쩔,..

먼지쌓인 필름 2016.12.04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クリーピー 偽りの隣人 (Creepy,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2016)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원작 마에카와 유타카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다케우치 유코, 카가와 테루유키, 카와구치 하루나, 히가시데 마사히로, 후지노 료코, 토다 마사히로, 사사노 타카시홈페이지 http://creepy.asmik-ace.co.jp/ 배우들 보느라 참으면서 봤다. 처음부터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 결말 쓰레기 같음 ㅋㅋ 내 주변, 이웃에서 일어날 수 없을 사건들이 당연하게 일어남. 남주가 가족이 실종된 여자아이에게 사건에 대해서 물어볼 때,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비슷해져갈 때, 지켜야 될 예의 따위 갖다 버리고 달려 드는거 보면서 점점 스트레스 ㅋㅋㅋ 진실에 다가갈수록 환타지 같은 느낌으로 영상을 뺐는데, 이해가 ..

먼지쌓인 필름 201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