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편의점 인간

uragawa 2017. 1. 19. 23:13

‘손님’이 이렇게 소리를 내는 생물인 줄은 미처 몰랐다. 울려 퍼지는 발소리에 목소리, 과자 봉지를 바구니에 던져 넣는 소리, 차가운 음료가 들어 있는 냉장고 문 여는 소리, 나는 손님들이 내는 소리에 압도당하면서도 지지 않으려고 “어서오십시오!”를 되풀이해서 외쳤다.



아침에는 이렇게 편의점 빵을 먹고, 점심은 휴식 시간에 편의점 주먹밥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밤에도 피곤하면 그냥 가게 음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올 떄가 많다. 2리터들이 패트병에 든 물은 일하는 동안 절반쯤 마시고, 그대로 에코백에 넣어 집으로 가져와서 밤까지 마시며 보낸다. 내 몸 대부분이 이 편의점 식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잡화 선반이나 커피머신과 마찬가지로 이 가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이 풍부한 감정으로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으면 조금 초조한 기분이 든다. 내 몸속에 분노라는 감정은 거의 없다. 일할 사람이 줄어서 곤란하구나 생각할 뿐이다.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런 곳에서 일한다고 멸시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는 그게 몹시 흥미로워서 그렇게 깔보는 사람의 얼굴 보는 걸 비교적 좋아한다. 아, 저게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자기가 하는 일인데도 그 직업을 차별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나는 무심코 사라하 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깔보는 사람은 특히 눈 모양이 재미있어진다. 그 눈에는 반론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 또는 상대가 반발하면 받아쳐줘야지 하는 호전적인 빛이 깃들어 있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깔볼 때는 우월감이 뒤섞인 황홀한 쾌락으로 생겨난 액체에 눈알이 잠겨서 막이 쳐저 있는 경우도 있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보조를 맞춰야만 하는 거죠. 30대 중반인데 왜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가. 성행위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태연히 물어봅니다. ‘창녀와 관계한 건 포함시키지 말고요’하는 말까지 웃으면서 태연히 하죠, 그놈들은. 나는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단지 소수파라는 이유만으로 다들 내 인생을 간단히 강간해 버려요.”
나는 어떤 심정이었나 하면, 시라하 씨를 성범죄자가 되기 직전의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때문에 곤란을 겪은 여자 알바생이나 여자 손님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고통에 대한 비유로 강간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시라하 씨를 보면서, 피해자 의식은 강한데 자신이 가해자일지 모른다고는 생각지 않는 사고 회로를 갖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후루쿠라 씨도 좀 더 자각하는 편이 좋아요. 분명히 말하면 당신도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고, 이제 자궁도 노화되었을테고, 성욕 처리에 쓸 만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남자 못지않게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기는커녕 정식 사원도 아닌 알바생. 분명히 말해서 우리가 보기에는 짐일 뿐이에요. 인간쓰레기죠.”



18년 동안 그만두는 사람을 몇 명이나 보았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그 빈틈은 메워져버린다. 내가 없어진 자리도 눈 깜짝할 사이에 충원되고, 편의점은 내일부터 전과 똑같이 굴러갈 것이다.



아무래도 나와 시라하 씨는 교미를 하지 않는게 인류에 합리적인 모양이다. 해본 적이 없는 성교를 하는 것은 어쩐지 불쾌하고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안심했다. 내 유전자를 무심코 어딘가에 남기지 않도록 조심해서 죽을 때까지 갖고 다니다가, 죽을 때 처분하자. 그렇게 결심하는 한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어버리기도 했다. 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그때까지 나는 무엇을 하면서 지내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