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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예

‘허망’은 불교용어로 진실의 반대말이다. 진실과는 다른 것, 번뇌에서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허망견’은 잘못하여 진짜가 아닌 것을 진짜라고 믿는 것이고, ‘허망체상’은 번뇌와 선입관에 사로잡힌 눈으로 본디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한다고 믿어버리는 상태나 모습을 이른다. 유령도 저주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재수가 없다’는 말에는 마음이 흔들린다.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 ‘무언가’가 현상과 현상을 잇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론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나한테만 한정된 일은 아닌 듯하다. 내 주위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합리주의자가 많지만, 그래도 ‘운이 따른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 ‘인연이 있다’, ‘인연이 없었다’ 같은 말은 자주 듣는다. 남편은 나보다 더한 심령현상 완전 부정론자..

한밤의 도서관 2016.01.13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아무리 그래도 진짜 끔찍해요. 옛날 『여공애사』의 경영자들과 기본적으로 달라진 게 전혀 없어요. 부정(不正)은 방편일 뿐이고 법률은 족쇄로 써먹고, 아무튼 자신들이 하는 일은 국가를 위한 것이니까 찍소리 하지 마라, 우울증도 과로사도 노동자의 자기 책임이다, 마음대로 앉지 마라, 마음대로 쉬지 마라, 마음대로 밥 먹지 마라, 마음대로 살지 마라, 마음대로 죽지마라, 그런 식이에요. 놀고 있죠. 놀고 있고, 진짜 저질이고 천박해요 별것도 아니다. 칭찬해주고 허영심을 살살 긁어주면 금세 좋아 죽는 게 중년이다. 거꾸로 추어주지 않으면 외로워하고 부루퉁해지고, 중년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아가씨, 돈이 없으면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해. 그런 걸 평화 치매에 걸린 이 나라 소시민들은 전혀 모르고..

한밤의 도서관 2016.01.11

걸 온 더 트레인

아름다운 햇빛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함께할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할 일도 전혀 없다. 바로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사는건 여름에 더 힘들다. 햇빛이 넘쳐나 어둑한 곳은 찾기 어렵고, 모두가 밖에 나와 눈꼴사나울 만큼 정력적으로 행복한 기운을 내뿜으며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건 진 빠지는 일이다. 그들 틈에 끼지 못한다는 건 기분 나쁜 일이다. 가끔은 내가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신체 접촉을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였던가 기억하려 애쓰다가 멈칫하기도 한다. 단순히 껴안거나, 누군가가 진심으로 내 손을 꽉 잡아준 적이 언제였던가. 가슴이 아려온다. 난 몇시간 전부터 깨어 있었다. 잠이 오질 않는다. 며칠 동안 통 자지 못했다. 불면증은 질색이다. 그것만큼 싫은 게 없다. 누워 있기는 하지만 머릿..

한밤의 도서관 2015.12.31

종이달

이거 받으면 우린 달라질 거야 아무것도 안 달라져200만엔 정도로 紙の月 (Pale Moon, 종이 달, 2014)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원작 카쿠타 미츠요 출연 미야자와 리에, 이케마츠 소스케, 코바야시 사토미, 오오시마 유코, 타나베 세이이치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kaminotsukimovie 결론부터 말하면난 영화보다 책이 훨씬 좋았음. 남편의 태도를 계기로 엉망진창 치닿는게 더 자세히 나와야 하는데,어린 남자애 만났다고 그저 돈을 갖다 바치는 여자로 표현 되서마음에 들지 않았음. 코바야시 사토미가 맡은 역, 은행 직원으로 인해여주 부정이 빨리 발각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전개였다. 소설 그대로여도 좋았을 텐데..... 치매 할머니를 위해 전화하는 장면도 없고,어린 ..

먼지쌓인 필름 2015.12.20

저물어 가는 여름

“하여튼, 스기노 사장에게 사실만 정확히 말해. 지금처럼 뻣뻣한 태도는 사장이 두 번째로 싫어하는 거야. 생각해서 말해 주는 건데, 장황하게 듣기 거북한 핑계 따위는 대지 마. 그건 사장이 제일 싫어하는 태도니까. 사과해야 한다면 확실하게 사과해. 지금까진 그렇게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지만 네 대응 방법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몰라. 군자표변君子豹變군자는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고 뚜렷함이야.” 미궁에 빠진다는 말을 하면 정말 그렇게 돼 버린다. 치요는 자주 ‘시각장애인의 마음은 눈을 감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라는 말을 한다. 마찬가지로 히로코의 마음이나 처지는 다른 사람이 짐작해서 알 수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인질을 돌려주고 몸값을 받는, 몸값을 목적으로 한 유괴는 성공할 가능성이 제로에..

한밤의 도서관 2015.12.19

종이달

닭날개살과 삼겹살, 돼지고기 다짐육이 든 팩 포장을 바구니에 넣은 뒤, 유코는 다른 진열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는 붐볐다. 유코는 앞에 선 젊은 여자의 바구니를 무심코 들여다보았다. 스파게티, 야키소바, 인스턴트 파스타 소스가 두 종류, 건포도 빵, 팥빵, 푸딩, 양파, 카레 루, 비엔나소시지에 컵라면. 그야말로 딴 데 한눈팔다가 이렇게 됩니다, 하는 전형 같은 쇼핑 목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뭐든 장바구니에 넣는 데서 벗어난 해방감과 쾌감을 문득 떠올렸다. 마키코를 울린 이후, 가즈키는 마키코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로 했다. 마키코의 이야기에는 출구가 없고, 단순히 월급 면에서 다그치는 것 같아서 화가나고 주눅이 들었다. 사람과 대화하고, 사람과 식사..

한밤의 도서관 2015.12.16

MOZU 스핀오프 ~부서진 과거~

MOZUスピンオフ『大杉探偵事務所~砕かれた過去編~』 (MOZU 스핀오프 오오스기 탐정사무소 ~부서진 과거~, 2015)편성정보 WOWOW 日 22:00 | 1부작, 2015.11.15 ~ 11.15 |출연 카가와 테루유키, 이토 아츠시, 스기사키 하나, 하야미 아카리, 우라이 켄지, 키리타니 켄타홈페이지 http://www.wowow.co.jp/drama/mozu_wowow/ohsugi_wowow 아름다운 표적 편이 한없이 가벼웠다면아 맞다, 모즈는 원래 진중 했었어 하고 돌려놓는 단편이었다. 무게감 쩐닼ㅋㅋㅋ 이게 모즈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인물 관계도 니시지마 히데토시 오빠 안 나오나 기다렸는데한 3초 나오나 봄 ㅋㅋㅋㅋㅋㅋㅋ 하앜 멋져 +스핀오프가 굉장히 기분 전환?되면서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

먼지쌓인 필름 2015.12.13

가면산장 살인사건

“즉, 범인은 계획이 성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도모미는 이미 약을 먹었지만 범행이 발각될 일은 없으니 다음 기회를 노리면 되는 거죠. 만일 범인이 노리는 바대로 죽어 주면 행운이고, 범인의 심리는 그렇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을 견뎌 가면서까지 무언가를 성취하려 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 처하면 우선 책임을 전가하고, 그다음에는 포기를 하든지 무기력해질 뿐이다. 그리고 비극의 주인공인 양한다. 당신네들은 하나같이 좋은 사람인 척하고 있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어. “아니죠, 아버님. 그건 몰상식하다거나 정숙하지 못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인간이란 절실히 갖고 싶은 것을 위해서 때로는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행동도 하는 법이죠.” “3억을 위해서는 사람..

한밤의 도서관 2015.12.10

환상의 여자

스스로를 둘러싼 시간이 부드럽게 녹은 사탕처럼 늘어날 듯이도, 탱탱하게 당겨진 가는 실처럼 조금이라도 힘을 더 주면 끊어져 버릴 듯이도 느껴졌다. 부모자식 관계는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끊어진 듯 보일 때에는 언제나 본인들밖에 모르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끊지 않는 편이 마음의 부담은 훨씬 적다. 친척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향도 그렇다.-제1장 재회 中 이렇게 창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온다. 아버지와 아들. 특히 서른을 넘은 뒤 내 얼굴은 아버지와 무척 닮아졌다. 그 무렵 아이였던 나는 몰랐다. 어른의 마음이 그리 부서지기 쉽다는 것을. 어른이라는 게 사실 그렇게 확고한 존재가 아니며, 한 사람 한 사람은 발붙일 곳이 위태위태하다는 것을. 인..

한밤의 도서관 2015.12.07

MOZU 스핀오프 ~아름다운 표적~

MOZU スピンオフ『大杉探偵事務所〜美しき標的編』 (MOZU 스핀오프 오오스기 탐정사무소 ~아름다운 표적~, 2015)편성정보 TBS 月 21:00 | 1부작, 2015.11.02 ~ 11.02 |출연 카가와 테루유키,이토 아츠시, 스기사키 하나, 카타기리 하이리, 미사키 아야메, 이이지마 나오코홈페이지 http://www.tbs.co.jp/mozu_tbs/ohsugi_tbs 카가와 테루유키가 이끌고 가는 오오스기 탐정 사무소 이야기ㅋㅋㅋㅋㅋ왜 이렇게 코믹 물이 됐어 탐정인데 하찮?은 일 의뢰 들어옴.ㅋㅋㅋㅋㅋㅋㅋ 카타기리 하이리도 비주얼 한 몫하고 이토 아츠시랑 죽이 잘 맞는다.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아 이혼 조정하는데, 분명 죽었을 아저씨가 나와가지고이거 어떻게 된 거지 했더니혈연이었어 깜놀했다..

먼지쌓인 필름 2015.12.06

죄인의 거짓말

변호사라는 일줄곧 정의의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악인을 잡는 건 경찰죄를 추궁하여 벌하는 게 재판관과 검사라면어떻게 악인이 됐는지 생각해보는 게저희의 일일지도 모릅니다 정의의 편이 아닌그 사람들의 유일한 편이 되어 준다 그들의 인생을 상상하고 다가선다이제부터 그런 변호사가되고 싶다고 마음먹었습니다 罪人の嘘 (죄인의 거짓말, 2014)편성정보 WOWOW 日 22:00 | 5부작, 2014.08.31 ~ 09.28 |출연 이토 히데아키, 타키토 켄이치, 키무라 요시노, 나카무라 아오이, 코모토 마사히로, 카타오카 레이코홈페이지 http://www.wowow.co.jp/dramaw/zainin/ 다 보는데 거의 반 년인가 걸렸다 부모 없이 자란 언니 오빠들.주인공은 변호사가 되었고,같이 자란 친구는 의사가 되었..

먼지쌓인 필름 2015.12.01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잔인무도한 살인귀라면 얼마나 편할까요? 아마 사람을 아무리 죽여도 마음 아플 일 없이, 그야말로 자가용 범퍼가 조금 찌그러진 것보다도 못한 일처럼 차례로 죄를 저지르겠지요. 사람 가리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죽여 연쇄살인범, 살인귀, 이상범죄자라고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경멸당하겠지만, 그는 태연하겠지요. 어쩌면 그런 사람일수록 붙잡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동기도 분명치 않고, 피해자하고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 경찰이 그런 사람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을까요? “확실히 타인의 관대한 마음을 갈가리 짓이겨 국수 양념으로 쓰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요.”“그게 무슨 소립니까?”“세상에는 타인의 생활을 망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이 꽤 많다는 소립니다.”-누명이야기 中 그녀의 여동생 이야기의 뒷부분은 이러했다..

한밤의 도서관 201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