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Littor 2016.12~2017.1

uragawa 2017. 1. 4. 18:51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왜 그랬냐. 지금 그걸 묻는 건가? 닥터. 미치면 병원을 가야 해. 알지. 그건 난도 알아요. 그런데, 병원에서 미치면 어디로 가야 하지? 닥터. 나는 병원에서 더 나쁜 방식으로 미쳐 가고 있네. 내 꼴을 보게나. 그러니 제발 나를 보내 주게. 절대로 벽에 머리를 박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테니,
인증―살아 있다고 말해야 해(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용준



아니 언제부터 나한테 그리 관심이 많으셨다고 이분들이 이러시나. 요즘엔 이런 생각이 든다니까. 어쨌거나 다시 한 번 부탁 좀 할게. 제발 말 좀 해 달라고요. 선생님들, 정말 제발 좀 알려 주세요. 나는 얼마든지 사과할 마음이 있다니까?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아니 씨발 백 번이라도 사과하라면 할 수 있어. 나 진짜 요즘에 잠도 못자. 자괴감 들고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 내가 그렇다고 완전히 순진한 인간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윤리관이 있고 도덕성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뭔가 잘못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이렇게 깨닫기도 했어.
해명―사과라면 할 만큼 한 것 같은데요 정영수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라면 때로 비루한 기분을 가지게 됩니다. 세상이 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기분에 시달리면서 어떻게든 내 생활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요. 다시 혼자 남겨진 채로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 막막한 시간이 언제나 ‘특별한 시간의 끝’에 찾아온다는 것. 절망은 완전히 극복할 수 없고, 끊임없이 다른 얼굴로 찾아오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묵직한 슬픔이 찾아옵니다.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척박한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무엇도 개인의 절망에 대답하지 않고 있거든요.



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궁무진한 함수로 이어져 있는 미궁 같은 것이 아닌가. 우리는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한 죄인이 될 수도 있고, 사랑해 마땅할 사람을 사랑하는 행운아일수도 있고 세상에는 돌고래나 대형 수목과, 심지어 좋아하는 책상과 결혼한 사람도 있다. 책상으로 만들어진 반려자는 왁스를 먹여주는 것 이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도 않고 상상력만 발휘한다면 다양한 스킨십도 가능하다고 책상과 결혼한 여자가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상상력만 있다면 불운한 사랑이란 없는 것이었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 김금희



말라 가는 걸 본다


문득 잠에서 깨 바라보면
모든 게 예외없이 말라 가고 있고

불을 꺼 놓고 잠들었는데도
밤은 이토록 생생하고

밤은 또 이토록 생생하고
황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