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부터 ~ 1696

센스의 재발견

기획이란 아이디어보다 ‘정밀도’가 훨씬 중요하다.그래서 “세상을 놀라게 할 기획을 하겠다는 마음은 버리는 것이 좋아. 그런 야심이 제대로된 기획을 만들지 못한 원인이니까”라고 쓴 소리도 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평범함이란 무엇인가?대중의 의견을 알고 있다는 것? 상식적인 것? 아니다.평범함이란 ‘좋은 것’을 아는 것평범함이란 ‘나쁜 것’도 아는 것양쪽을 모두 알아야 ‘가장 한가운데’를 알 수 있다.센스가 좋아지고 싶다면 우선 평범함을 알아야 한다. 내 생각이지만 ‘아름답다’는 감정은 기본적으로 미래가 아닌 과거에 근거한다. 향수나 그리움도 틀림없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될 것이다.기술과 센스, 기능과 장식, 미래와 과거.이런 식으로 서로 맞대응하는 시대의 ‘틈’을 모두 오가고 있다.시장은 이미 센스 방..

한밤의 도서관 2015.08.04

굽이치는 달

“팀장님…….”지하로 내려가는 층계참, 맨살을 드러낸 콘크리트가 유난히 차가웠다.“그러고도 월급 받는 거, 고마운 줄이나 알아. 죄다 지들 멋대로 불평이나 하고.”수고했어.이치코 팀장은 마지막에 그렇게 내뱉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는 2차 나갈 때 뿌리는 오드투알레트 향수 냄새가 떠돌았다. 이런 것이 전무가 말하는 성인 사회라면 기요미는 자신이 있을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다. 실로 어중간한 자리에 한숨만 쌓여가고있었다.아, 싫다. 혹시 이사무의 아이가 생기더라도 자신은 낳지 않을 것이다.그런 임신은 단순한 ‘실수’일 뿐이다. 내 인생을 바쳐야 할 것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없는 것보다 나은 남자’에게 온몸을 던져 의지할 수는 없다. 쓰레기통 속..

한밤의 도서관 2015.07.18

나와 춤을

맞는 말이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느끼며 모인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그런데 날카로운 칼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또다시 우리의 평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째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나요? 어째서 둘 다 선택하면 안 되는 거죠? 모두가 똑같은 걸 본다고 똑같이 느낀다는 법은 없지 않을까요? 그런 거, 부자연스럽지 않나요?”-주사위 7의 눈 中 “마침 점심시간이라 어디를 가나 자리가 없었어요. 어디나 회사원들로 만원이었죠. 활기가 가득하고, 스피드가 넘치고. 학생 신분에서 직장인을 바라보면 스피드가 넘치더군요. 다들 그저 점심을 먹는 것뿐인데 압도돼서 말이에요. 다들 저렇게 취직해서 일하고 있구나 생각하니까, 이도 저도 아닌 처지에서 어설픈 구직 활동을 하는 제가 너무너무 비참하게 느껴져서 가게에 도저..

한밤의 도서관 2015.07.14

이렇게 됐을지도 모르는 여배우들

かもしれない女優たち (이랬을지도 모를 여배우들, 2015)편성정보 후지TV 火 22:00 | 1부작, 2015.06.23 ~ 06.23 |출연 다케우치 유코, 마키 요코, 미즈카와 아사미홈페이지 http://www.fujitv.co.jp/b_hp/kamoshirenai/ 실제 본인 역을 연기한다. 여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렇게 됐을 거라는 설정 마키 요코 속눈썹 보소 손수건 패턴에 예뻐서 ㅋㅋㅋㅋ보통 손 씻고 손수건 사용 하는 게 일본은 굉장히 당연함. 얘네 다 모인 거 웃김엔딩 가면 더 웃김 딱 단편 스럽고 억지로 마무리한듯한 느낌도 들긴 했지만 가볍게 보기 좋았다. 엔딩 즈음 곡이 궁금한데 뭔지 모르겠네, 좋던데

먼지쌓인 필름 2015.07.12

천국여행

장작불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주위는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어둠이 짙다.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밤의 깊이에 아키오는 몸을 웅크렸다. 어디선가 새가 울고 있다. 새겠지. 깍깍 소리가 비명처럼 들린다. 녹음이 발산하는 농후한 냄새 속을 아키오와 청년은 터덜터덜 걷는다. 나뭇잎의 방해를 받으면서도 지면에 내리쬐는 햇빛이 흑백의 감옥 같은 문양을 공중에 그린다. 이끼에서 증발하는 수분이 풍경을 흔든다. 모습을 볼 수 없는 새가 울고 어디선가 짐승이 마른 나뭇가지를 밟는다.끝이 없는 나무의 바다를 두 사람이 함께 나아간다. 이 세상에서 언어를 가진 생물은 모두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다.꽤나 오래 걸은 것 같은데 나무의 바다 주변부에는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 여기서는 시간도 거리도 방향 감각도 인식의 틀..

한밤의 도서관 2015.07.11

테르마이 로마이 2

テルマエ・ロマエII (Thermae Romae II, 테르마이 로마이 2, 2014)감독 타케우치 히데키 원작 야마자키 마리출연 아베 히로시, 우에토 아야, 키타무라 카즈키, 타케우치 리키, 시시도 카이, 사사노 타카시, 이치무라 마사치카 2014년도 영화이건만 드디어 봄 재미있는데 굉장히 지루함.타임 슬립이 굉장히 빈번한데다 1편을 그대로 답습. 1편만 봐도 무리가 없다. 2013/07/01 - [먼지쌓인필름]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니까!

먼지쌓인 필름 2015.06.26

마호로 역 앞 광소곡

まほろ駅前狂騒曲 (Tada's Do-It-All House: Disconcerto, 마호로 역 앞 광소곡, 2014)감독 오오모리 타츠시 원작 미우라 시온출연 에이타, 마츠다 류헤이, 코라 켄고, 마키 요코, 혼조 마나미, 아라이 히로후미홈페이지 http://www.mahoro-movie.jp/ 사랑해요 오빠들 계단에 깨알 광고 ㅋㅋ 버스 정류장에서 배차 시간 확인 하는 중 국방색 입고 숨어 있는 거 봐 ㅋㅋㅋ 그림 되는 오빠들 교텐의 매력 ㅋㅋㅋ 교텐 딸 너무 귀여움 오ㅃㅏ 새치...!!! 새치!!! ㅠㅠ 비바 마호로 ㅋㅋㅋㅋㅋㅋ 영상 화 된 미우라 시온 작품 중 제일 반응도 좋고사람들이 많이 본 작품 아닐까. 에이타랑 마츠다 류헤이 조합이 한 몫 더 하고.속편이 나오게 되면 기존하고 비슷해서 식상하기..

먼지쌓인 필름 2015.06.20

교장

불안하다. 저 남자가 옆에 있으면 사소한 것도 실수라고 질책당할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기미치카’라는 이름에서 ‘기미지카 성미가급하다는 뜻’라는 단어가 연상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제 1 화 불심검문 中 인테리어 일로 숙달된 구스모토의 눈은 아무리 미묘한 색상 차이라도 구분할 수 있다. 달아난 차와 기시카와의 차, 두 대는 완벽하게 똑같은 색이다.-제 2 화 고문 中 학생들의 일기를 훑어보는 사람은 담임만이 아니었다. 교관들도 돌려본다. 누구 눈에 들어갈지 모르니 어설픈 소리를 쓸 수 없다. 두 번 점검한 뒤에 지우개를 들었다.‘각오’는 ‘다짐’이라고 고치는 게 맞겠다. 게다가 지문은 ‘채집’이 아니라 ‘채취’가 맞다. 큰일날 뻔했다. 오탈자가 있으면 한 군데 틀릴 때마다 팔굽혀펴기 스무 번의 벌을 ..

한밤의 도서관 2015.06.08

유리 갈대

원해도 얻지 못할 자여펼친 손으로 어둠을 잡아라 시작은 활짝 열린 해질 녘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이 곳 손 더듬으로 사랑에 살고 죽는 자여하늘을 보고 어둠을 듣거라 엇갈리는 그저 그것 뿐인 이 세상에아직 만나지 못한 겨울 매미들 습한 곳에 꿋꿋이 서있는 유리 갈대에얼빠진 모래만 졸졸 흐른다 硝子の葦 ~garasu no ashi~ (유리갈대, 2015) 편성정보 WOWOW 土 22:00 | 5부작, 2015.02.21 ~ 03.14 | 출연 아이부 사키, 오자와 유키요시, 오쿠다 에이지, 타키가와 유미, 나카무라 유리, 모리카와 아오이, 와타나베 코노미, 코바야시 카츠야, 치바 테츠야, 키노 하나 홈페이지 http://www.wowow.co.jp/dramaw/garasunoashi/ WOWOW에서 하는 ..

먼지쌓인 필름 2015.05.25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여기 산을 다 베어내면 억만장자잖아요! 뭐 그런 셈인가 왜 이런 차 타세요? 벤츠 타자고요 벤츠! 너 진짜 바보냐 니가 살아갈 동안 밖에 생각 안 하지? 네? 뭐 이상해요? 선조가 심으신 나무를 전부 다 팔면 내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는 어쩌라고? 100년도 못 가서 대가 끊겨 아... 그래서 묘목을 계속 심으면서 소중히 키워야 돼 이상한 일 같겠지만 말야 WOOD JOB!(ウッジョブ)~神去なあなあ日常~ (Wood Job!, 우드잡!, 2014) 감독 야구치 시노부 원작 미우라 시온 출연 소메타니 쇼타, 나가사와 마사미, 이토 히데아키, 유카, 니시다 나오미, 아리후쿠 마사시, 미츠이시 켄 미우라 시온 원작 2013년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다!에 꼽히는 책. 예전에는 나가사와 마사미가 나온다면 그냥 ..

먼지쌓인 필름 2015.05.19

심야식당 3

深夜食堂 3 (심야식당 시즌 3, 2014) 편성정보 TBS 水 01:26 | 10부작, 2014.10.22 ~ 12.24 |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마츠시게 유타카, 야마나카 타카시, 아야타 토시키, 후와 만사쿠, 요시모토 나오코, 스도 리사, 코바야시 아사코, 안도 타마에, 우노 쇼헤이, 타니무라 미츠키, 오다기리 죠 홈페이지 http://www.meshiya.tv/ 분명 비슷하고 또 비슷하게 돌아가는 설정임에도 계속 보게 되는 건 음식 때문이겠지. 난 학창 시절 선생님과 재회한 이야기가 제일 슬펐쪙 그리고 히트치지 못하는 만화가 이야기도. 여자친구한테 빙의 함ㅋㅋㅋㅋㅋ 꿈을 쫓아가는 것도 좋지만, 생활력 없는 남친이라면 열 명 줘도 안 가질 듯. 한참 보다가 후반부에 오다기리 죠 나와서 아 맞다! ..

먼지쌓인 필름 2015.05.18

디자이너, 직업을 말하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물론 디자이너도 구상과 프로세스를 시각화하기 위해 예술적인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예술가와는 달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합니다. 나는 당신이 책을 빨리 읽고 나서 다시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얇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나는 어떤 ‘체계’를 두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가 ‘일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라고 요란하게 약속하는 색인카드 따위를 사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갈 일도 없을 거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도 하지 않겠다. 버킷리스트에 다섯 개의 항목을 추가할 일도, SNS 전략을 수정할 필요도 없다.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찾아낼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당신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고, 당신의 기술에 ..

한밤의 도서관 201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