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호수의 여인

uragawa 2016. 2. 10. 17:12

“난 믿는 얘기만 기억하거든.”

그는 몸을 기울여 담배를 비벼 껐다. 그는 편한 자세로 일어서 전혀 서두르지 않고 가운의 허리띠를 꽉 조인 뒤 소파의 끝으로 옮겨 앉았다.




“맞아. 내가 재차 묻는 다른 이유는 자네가 지나치게 관찰을 한 게 아닌가 확인하기 위해서일세. 너무 세세한 점까지 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만큼이나 증인으로서 신뢰할 수가 없거든. 언제나 그 중 절반 가까이는 지어내니까 말야. 주변 정황을 고려해서 정확하기 확인하는 거지. 아주 고맙네.”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벽난로 위에 놓인 전자시계가 메마르게 웅웅거리는 소리 속에서, 저 멀리 애스터 드라이브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속에서, 협곡 너머 산기슭 위 비행기의 말벌처럼 윙윙거리는 소리 속에서, 부엌에 있는 냉장고의 갑작스런 삐걱거림과 으르렁거리는 소리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아무도 소리치거나 집 밖으로 뛰어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경찰 호루라기를 불지 않았다. 모든 게 조용하고 햇빛에 빛났으며 고요했다. 어쨌거나 흥분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말로가 시체를 하나 더 발견한 것뿐이니까. 그는 이제까지 그런 일을 잘해 왔으니. 시체 발견 전담반, 말로.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르지. 경찰들은 그가 발견하는 일들을 뒷처리하기 위해서 영구차를 몰고 졸졸 따라다닌다.




“여기 두 번 왔었습니다. 처음 왔을 땐 레이버리와 대화를 나눴지만 아무 소득도 없었습니다. 두번째는 레이버리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아무 소득도 없었죠.”




“한번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다른 살인을 할 때 망설이는 정도가 그전의 이십오 퍼센트밖에 안 되지.”




“난 경찰들이 이 마을을 깨끗이 청소했다고 생각했는데. 난 건전한 시민이 밤에 방탄조끼를 입고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이 청소했다고 생각했지.”




“새로운 장소가 필요했나 봐요. 딱히 재미있는 곳일 필요는 없었죠. 그냥 낯선 곳,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곳, 내가 완전히 홀로 있을 수 있는 곳. 호텔 같은 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