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더 늦게 태어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까.”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가와카미 고이치와 같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비슷해서인지 속내가 나오는 것이다.
-에로토마니아 中
분명 올해 겨울도 이런 식으로 어느샌가 지나갈 테고, 봄과 여름이 지나 다시 가을이 찾아오겠지. 뭔가 이 비슷한 게 있었는데. 아, 맞아. 얼마 전에 들렀던 전자제품 매장, 거기서 봤던 드럼세탁기. 나는 돌아가는 드럼세탁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던 세탁기 속의 잠옷, 속옷, 수건이 하나하나 다 보였는데, 탈수 모드에 들어가자 빨간 잠옷도, 베이지색 속옷도, 파란 수건도 모두 한데 뒤엉켜 뭐가 뭔지 알아 볼 수 없었다. 아, 지금 내 이생은 탈수모드나 마찬가지였다. 눈이 핑핑도는 이 정신없음, 애매모호함.
-칼리굴라 中
아티스트면 일을 똑바로 해야지. 애초에 아티스트를 자처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봤어. 아티스트는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붙이는 칭호지. ‘나는 아티스트’라는 건 콩트 속에서나 나올 법한 개그 캐릭터잖아. 보는 사람이 다 안쓰러울 정도야. 아니, 아티스트 이전에 프로잖아. 서비스업이라고. 서비스의 ‘서’자도 모르는, 손님을 무시하는 사람은 앞으로 아티스트라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어. 사과해. 전세계의 아티스트들에게 사과하라고!
-골든애플 中
인간은 자기가 주목한 것 말고는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아닙니까?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흔히들 ‘그러고보니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라고 증언하는 사람이 나오지만, 그거 좀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엔 현실성이 없어요. 기억한다 해도 유도신문으로 이끌어낸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거 아십니까? 그런 것을 소스모니터링 에러라고 합니다. 소스모니터링이란건 기억의 정보원이 되는 곳의 소스를 인식해 재구성한다는 가설인데……
-핫 리딩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