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마치 어제까지와는 다른 세상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탓에 세상에 균열이 생겨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분명 그렇다.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에 그 정도의 영향력쯤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게까지 해서 맞서야 하는 현실이 제대로 된 것일 리 없다. 한스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현실을 도피해왔다. 이렇게 지저분한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환상을 찾았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적혀 있어. 이 세상의 진실도 그러하단다. 그리고 진실을 알기에 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짧아
세상의 규칙에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더욱 엄격히 속박당하게 돼. 진심이 아니어도 되니까 순종하는 척하렴.
모두와 같이 있어도 외롭고, 혼자 있어도 외롭다. 그 외로움을 자기 편할 대로 달래왔을 뿐이다.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에게 휘둘리는지는 생각해보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