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부터 ~ 1711

녹스 머신

5.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정확한 근거는 알 수 없지만 “중국인의 두뇌는 너무 많은 지식을 쌓은 반면 도덕은 전혀 익히지 않았다”라는 궤변에 가까운 오래된 서양 속담 탓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책을 펼쳐 ‘친루의 찢어진 눈’ 식의기술이 보인다면 바로 책을 덮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책은 졸작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런 관점에서 판단할 때 졸작이 아니었던 것은 해밀턴 경의 《멤와스의 4개의 비극》뿐이다. “자네가 이 원고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건가?”“네. 어쩌면 사제님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사제님께서 기록하신 십계를 근거로 박사논물을 썼을 정도니까요. 1. 범인은 소설 앞부분에 반드시 등장할 것. 단, 독자가 간단히 짐작할 만한 인물이어서는 안된다. 2. 온갖 초자연적인..

한밤의 도서관 2015.03.12

인생이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Birdman (버드맨, 2014)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BirdmanMovie 우와ㅏㅏ 이런 영화는 처음 접한다고 해야 될 정도로 화면이 신기하다. 영화를 보고 있다기보다 그들 속에 내가 들어간 느낌. 버드 맨의 자아가 등장할 때는 [블랙스완]이 생각났다. 에드워드 노튼 맛깔나게 연기함 ㅋㅋ이 분 익숙한데 어디서 봤지 하고 엄청 생각해보니까 ㅋㅋ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에서 봤었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지쌓인 필름 2015.03.08

호텔 로열

좌절, 패배자. 희망, 꿈.대화할 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그런 단어들은 지금까지 미유키가 그려온 미래―그저 무난한 일생을 보낼 수만 있어도 감지덕지라는―의 가느다란 심지를 뒤흔들었다. 드라마틱한 한때를 가진 남자 곁에만 있어도 그녀 자신까지 그 드라마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았다. 다카시가 말하는 ‘꿈과 희망’은 폐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먼지를 꼭 닮은 것이었다. 잠시 피어올랐다가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앉는다. 여기에서 탈출하는 일도 없고, 닦아낼 만한 계기도 찾아오지 않는다.-셔터 찬스 中 미키코의 마음속에 고여 있던 물이 그때까지 일정했던 수위를 잃고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문득 사이교의 자비심 깊은 눈빛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좌우로 흔들리다가 한 바퀴 빙글 도는 눈. 미키코도 함께 빙글 돌았다.-금일 개..

한밤의 도서관 2015.03.04

블러디맨

인간은 자신과 인연이 희박한 상대에게는 얼마든지 잔혹해진다. 이 세상에 자신의 힘만으로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은 태어나서 독립하기까지 가정 안에서 좀 더 큰 사회에서 살아낼 수 있는 자양분을 얻는다. 그것은 간접적으로는 부모의 사상이나 지혜고 직접적으로는 재력이나 인맥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환경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이나 블론디처럼 가정에서 악영향밖에는 받지 못한 인간은 인생 자체가 기나긴 핸디캡 레이스에 억지로 참가하는 꼴이 된다. “나는 단지 복수를 하려는 것뿐이야.”“복수를 한다고?”그것은 테러리스트가 곧잘 입에 담는 말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에 대한 자기변호.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살인을 신성시하려는 수많은 개똥철..

한밤의 도서관 2015.03.03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혐오감이라고 하는 말 알아?” 카렌은 혼혈답게 또렷한 쌍꺼풀이 있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바로 솟구치는 감성같은 건데…….” “왜 검은 옷을 입은 여자만 대상으로 삼은 거지?”“그건 내 망상 때문이야. 난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을 지배하는 꿈을 꿔왔어. 검정은 악마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내겐 숲을 연상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 그렇지만 이 세상에 진짜 검정색은 존재하지 않아. 검정색을 본 순간, 그 색은 아무리 조금이라고는 해도 빛을 반사하고 있는 셈이지. 하지만 검정에 빨간색을 칠해 넣으면 검정색은 질량이 늘어나지. 알고 있나? 염색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야. 난 그걸 실현해보고 싶었어. 그 여자들의 피가 ..

한밤의 도서관 2015.02.25

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

るろうに剣心 伝説の最期編 (Rurouni Kenshin: The Legend Ends, 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편, 2014)감독 오오모토 케이시 원작 와츠키 노부히로출연 사토 타케루, 다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에구치 요스케, 이세야 유스케, 후쿠야마 마사하루, 타나카 민, 카미키 류노스케, 타카토 켄이치홈페이지 http://wwws.warnerbros.co.jp/rurouni-kenshin/index.html?oro=mile 아 이건 뭐 얘도 역시 질질질 끌다가 끝. 영화는 첫 작품이 제일 괜찮았다. 시시오랑 싸움이 너무 후딱 끝나버려서 아쉬웠음. ㅠㅜㅠㅜㅠㅜㅠㅜ 후쿠야마 마사하루 혼자 막 또 멋있엉 2015/01/02 - [먼지쌓인필름] - 바람의 검심 : 도쿄 대화재 201..

먼지쌓인 필름 2015.02.15

러버 소울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인기와는 무관한 극히 평범한 사람들조차 블로그에 자신이 나쁘게 비칠 만한 글은 쓰지 않는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블로그와 트위터는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그러한 도구를 손에 넣은 사람은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이상을 현실처럼 쓰고, 실력을 과장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애당초 매스컴이 거론하는 뉴스의 우선순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 세계는 항상 움직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인류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중요한 뭔가가 결정되고, 무서운 재해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어째서 그런 중대한 뉴스 사이에 불탄 집에서 남자 시체가 발견됐다는 사소한 일이 끼어든 걸까. 진실? 진실이 ..

한밤의 도서관 2015.02.12

순수의 영역

레이코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불만은 없다. 수입에 대해서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라는 아내의 말을 빌미로, 쌓이는 부채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깊은 내면에는 고마움을 감싼 엷은 질투심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내면의 모래언덕이다. 갇힌 세계에서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나쁜 버릇이란 건 안다. 애써 얻어 소중히 품어온 것을 무작정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대외적인 얼굴과 내면에 지닌 모습에 괴리감이 있는 남자였다. ‘괴리’라는 말을 레이코는 속으로 되뇌어본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느냐고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곁에 잠들어있는 남편을 생각한다. 모든 일에 대해 내가 선택하고 책임도..

한밤의 도서관 2015.02.07

공허한 십자가

“유족분들에게는 정말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죽이다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물론 죽음으로써 사죄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어떻게든 속죄하게 해주십시오. 어떻게 해서라도 속죄하고 싶습니다.”그 말은 아무런 무게감 없이 나카하라의 귀를 공허하게 빠져나갈 뿐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놓고 아직도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자기혐오에 빠졌다. 자신은 아직 혼자 서 있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서 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면서 전화를 기다렸다. 하릴없이 담뱃갑을 쳐다보았다. ‘담배는 당신에게……’로 시작되는 경고문을 보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십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밤의 도서관 2015.02.02

억지라고 쓰고 기회라고 읽어!

ジャッジ! (Judge!, 저지!, 2013)감독 나가이 사토시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키타가와 케이코, 릴리 프랭키, 스즈키 쿄카, 토요카와 에츠시, 아라카와 요시요시, 타마야마 테츠지, 덴덴, 하마노 켄타, 카세 료홈페이지 http://judge-movie.com/ 망할 코미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분이 우울할 땐 코미디를 보아요~~ 키츠네 우동 광고에 여우 캐릭터(동음어)를 등장 시키는 패기 ㅋㅋ촬영 현장이 겁나 진지한 것이 함정 클라이언트 미팅실장 님이 지금의 고양이를 좀 더 고양이 답게 (어이!) 내일까지 부탁 드립니다 ㅋㅋㅋㅋㅋ 라고 말한다. 매우 간단한 수정 사항을 담당자에게 전달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억지라 쓰고 기회라고 읽어! (야!!!!!) ★쨘 수정했어욭★그래서 이것은 고양이입니..

먼지쌓인 필름 2015.02.01

종이 여자

나는 파도가 집어삼키기 직전, 잔양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과 입맞춤을 하는 석양의 가두리를 눈을 뜰 수 없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그토록 장엄하게 느껴졌던 광경인데 지금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나는 비축해놓은 감정을 모두 소진해버린 사람처럼 무감각해졌다. 나는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다.그러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는 도리어 차 안의 긴장감을 높였다.They tried to make me go to RehabI said No, No, No “제발 괴로움을 핑계 삼아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짓 좀 그만둘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무기력의 사슬을 끊지 못하면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돼요. 하긴 새롭게 용기를..

한밤의 도서관 2015.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