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또 나는 중요한 대목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판단 미스만 연발하는 쓰레기 인생. 언제나 이 모양이다. 진저리가 날 정도로 나는 매번 실수만 한다. 어디까지고 자신에게 욕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이 터졌을 때,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선택을 해야만 돼. 대책을 세우든, 아무것도 안 하고 어떻게 되나 지켜보든.”
복사기는 다기능 PC와 같다. 스캔도 가능하고,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메일도 보낼 수 있다. 상태를 감시하다가 고장이 났거나 토너가 다 떨어질 때쯤이면 자동으로 담당자에게 메일을 전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복사기’라는 이름 때문인지 복사기는 똑같이 찍어 내는 기계이지 그 외의 기능은 덤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살림이 내리막으로 돌아선 것은 진작부터였고, 이제는 거기에 속도까지 붙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게 마지막 기회였잖아.
이 기회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했어야 했어.
나, 또 일을 그르친 건가.
조금 전 지나온 터널이 생각났다. 시커멓고 긴, 불안의 터널 속에서 정신차리고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과정만 지나면 반드시 출구가 나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출구가 없다면, 만약 여생을 출구 없는 터널을 지나는데 다 써야만 한다면. 이노하라 유는 생각만 해도 눈앞이 깜깜해졌다. 가혹하지만 가능성 충분한 전제에 버텨낼 수 없는 무게를 느꼈다.
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세상은 날 이렇게 만드는 거지.
“이 세상의 일들이 의외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지.”
사람들의 관심과 공포는 기사의 분량에 영향을 받고, 뉴스 기사는 새로움과 희소성에 영향을 받는다.
“머피의 법칙에도 있죠. 인생을 살면서 즐거운 일은, 불법이거나, 반도덕적이거나, 혹은 살찌기 쉬운 일이다.”
힘을 내야지, 하는 소리와 함께 그런데 언제까지, 하고 묻는 날카로운 소리가 마음속을 울렸다. 나는 언제까지 힘을 내야 하는 걸까?
아카기 슌은 “목숨을 부지한 것 만으로도 나는 운이 좋았던 거겠지.” 하고 읊조렸다.
“억울하게 불똥이 튄 건데도 말입니까?”
“이봐, 납득할 수 없는 부조리는 언제 누구에게나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찾아와. 안 그런가? 질병이나 재해, 사람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예고도 없이 들이 닥친다고. 우리는 매일 아침, 어쩌다 ‘오늘은 죽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포춘 쿠키를 뽑아 들고 그날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는 존재들인 거야.”
이노하라 유는 두 손으로 두 뺨을 쳤다. 강력하게 덮쳐오는 비관적인 전망에 온몸이 잠식당할 것만 같았다. 이런 경우 매 순간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이 지나쳐 나약해져도 안 된다. 약해지면 강력한 불안이, 예를 들어 모모사와 히토미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고에 지친 아내와 아들, 빚 문제가 덮쳐 금세 공포의 늪에 질식해 버릴 것이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45분 이었다. 3,4,5 순서대로 나열된 숫자를 보고 기분이 아주 약간 나아졌다. 그렇게라도 위로해 보았다. 그나마도 하지 않으면 불안과 공포로 충만한 이 상황을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뭔데?”
“국가나 경찰의 공식 발표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수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