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813

82년생 김지영

“은영 아빠가 나 고생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둘이 고생하는 거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이 집안 떠메고 있는 것처럼 앓는 소리 좀 하지 마. 그러라고 한 사람도 없고, 솔직히, 그러고 있지도 않잖아.” 어린 여공들은 직장 생활이 원래 그런 건 줄 알고 제대로 잠도 못자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일만 했다. 방직기계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덥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고, 안 그래도 짧은 스커트를 최대한 걷어 올리고 일을 해도 팔꿈치와 허벅지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뿌옇게 먼지가 날려 폐병을 얻는 이들도 많았다. 잠 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은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

한밤의 도서관 2019.06.21

활자기술

이 책은 활자 디자인에서 즉흥 연주를 하기 전 익혀야 하는 여러 규칙들을 엮은 것이다. 또한 포지티브 형태와 네거티브 형태를 보는 방식과 의도한 대로 형태가 보일 수 있게 조정하는 기술을 다룬다. 이 기술들을 배우면 배울수록 당신은 그것들을 잊고 디자인을 자유로이 구사하게 될 것이다. 용도에 따른 간격 안내판이나 작은 글자를 위한 활자체는 여백이 넉넉해야 가독성이 높다. 어두운 바탕에 밝게 표시된 경우에는 간격이 훨씬 넓어야 한다. 획의 두께 기계적으로 그려진 원과 사각형에서는 획의 가로 부분이 세로 부분보다 두껍게 보인다. 따라서 획 대비가 없는 활자체를 디자인하려면 가로획과 세로획에 약간의 대비가 있어야 한다. 대문자 크로스바 사각형의 수치적 중심과 지각적 중심은 다르다. H의 크로스바와 E의 가운데..

한밤의 도서관 2019.06.20

서점의 일생

책방은 입장이 공짜다. 달리 말하면 갤러리나 마찬가지다. (책방 주인이 되고 보니 그게 서러워질 때도 있다. 처지에 따라 이렇게 바뀌다니) 그렇기에 호기심이 왕성한 꼬마가 날마다 드나들었던 것이겠다. 문턱이 낮고 공짜에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곳. 이제는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정보나 낯선 세계에 접속하는 시대다. 그런 기기로 더욱 멀고 깊은 세상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오감으로 느끼는 체험이 없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허다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담담하게 자유를 구가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쉬는 날이면 홀로 거리를 나서 걷다가 피곤하면 집에 돌아온다. 도심이 바로 옆에..

한밤의 도서관 2019.06.17

파랑의 역사

아주 오랫동안 검은색과 흰색은 완전히 다른 색으로 여겨져 왔다. 색의 스펙트럼과 거기서 관찰되는 색의 배열은 17세기 이전엔 알려지지 않았고, 원색과 보색 사이의 경계도 이때 서서히 나타나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인정받았다.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의 대조도 순전히 인습적인 것이며 시대와 사회의 따라 다르다.(예를 들어, 중세 때는 파란색이 따뜻한 색이었다.) 스펙트럼과 색상환, 원색의 개념, 색의 동시적 대비 현상, 망막의 원추세포와 간상세포의 구분 등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변화하는 역사 속의 한 지식적 단계에 불과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고대인들은 모래와 잿물에 섞은 구리 가루를 주원료로 하여 인위적인 청색 안료를 만들 줄도 알았다. 특히 이집트인들은..

한밤의 도서관 2019.06.16

물속을 나는 새

실제로 동물원에 사는 펭귄들은 각종 감염에 시달린다. 자연 상태에서는 흔히 발병되지 않는 질환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습한 사육시설에 갇혀 있는 펭귄들은 범블풋(bumblefoot)이라는 궤양성 수두염을 자주 앓는다. 이 질환에 걸리면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면서 부어오르는데, 증상이 심해져 뼈에 전이가 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2005년 대전 동물원에서 구토와 식욕 부진, 침울 등의 증상을 겪다가 폐사한 아프리카펭귄과 펭귄의 먹이로 공급된 열빙어에서 감영성 식중독균인 솔방울병세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펭귄의 잠수 비결은 혈액 속 산소 조절에 있다. 잠수를 오래 하려면 제한된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환시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황제펭귄은 18분 동안 물속에 머물기 위해서 심장 박동률을 분당 3회 수..

한밤의 도서관 2019.06.14

나오미와 가나코

나오미가 경험한 일 중에서 제일 놀라웠던 것은 시내에서 운전하다가 추돌 사고를 일으킨 사장 부인이 패닉 상태에 빠져 외판부에 도움을 요청한 일이었다. 이때는 담당자인 나이토가 경찰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사고 처리를 하고 피해자와 담판을 벌였다. 감격한 사장 부인은 그 후 나이토로부터 1천만 엔 가까운 보석과 명품을 구입했다. 충성, 신뢰 관계,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 이것이 백화점 외판부의 순환 구조였다. “내 생각인데 남자는 마음 어딘가에 마누라를 심부름꾼처럼 여기는 구석이 있어요. 자신의 기저귀를 갈게 하다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탁할 일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아니, 그 이전에 일하고 있을 때라면 몰라도 정년퇴직한 후에도 집안일을 전부 마누라한테 맡기면 어쩌..

한밤의 도서관 2019.06.13

술 잡학사전

지금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줄 테니 맘 놓고 마셔도 된다. 레드 와인은 와인 양조 중 침용을 거치는 동안 포도에서 건강에 유익한 성분들이 추출된다. 그 덕에 레드 와인을 (정말로 그냥 저렴한 레드 와인조차) 마시면 체중이 줄고, 암이 예방되고, 기억력이 좋아지고,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어 전반적으로 장수에 보탬이 된다. 와인 잔 고르기단 하나의 잔만 구매해야 한다면...손으로 직접 씻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을 마음이 있다면 손잡이stem가 긴 튤립 모양의 섬세한 잔을 사라. 그냥 식기세척기에 집어넣어 간단하게 씻는 걸 원한다면 손잡이가 짧은 잔으로 고르는 편이 낫다. 외식을 나간 거라면 조언을 구해 선택하고, 집에서 마시는 경우엔 자신의 기호에 맞느 적절한 온도를 찾아보라. 뜨겁게 마시고 싶을..

한밤의 도서관 2019.06.06

자세 하나 바꿨을 뿐인데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게 달라졌다

그러다가 신기한 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우리나라 포털사이트에서는 인터넷에서 '자세'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온통 병원이나 한의원이 나오고 '건강 제품'들이 나열되는데, 외국 포털사이트에서는 '사진감, 마음, 습관'과 같은 다양한 키워드가 포함된 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다양한 영역에서 자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왔다. 자세교정과 관련된 제품들조차 건강 관련 기능을 강조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제품을 통해 당당한 모습, 매력 있는 사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변화시켜준다는 '가치'를 강조했다. 스트레스로 유명한 로버트 새폴스키 박사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 둘째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통제 ..

한밤의 도서관 2019.06.01

갈등을 잘 다루니 인간관계가 쉬워졌습니다

어떤 일을 최악의 상황으로 비약해서 생각하는 것을 '파국적 사고'라고 한다.'파국적 사고'에 사로잡히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서두르게 된다. 판단도 흐려지고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장 흔한 실수는 상황에 맞지 않게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강경 대응을 한다든가, 앞질러서 양보한다든가. 그런 성급한 대응들이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고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앙보하면 양보 받는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소망'일 뿐이다. 강도는 덜하고 미묘해도 '기분이 상한다' '거슬린다' '반감이 생긴다'라거나 뭔가 가로막히거나 방해를 받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갈등의 신호다.때로는 공포, 불안, 죄책감, 슬픔 같은 감정이 갈등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갈등 다루기를 잘한다는 의미는 두 가지 요소를 포..

한밤의 도서관 2019.05.31

퇴근길 글쓰기 수업

개인 에세이는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유행하는 유형의 글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는 누구나 불안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에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전 시대에 우리의 삶을 안내해주었던 종교, 도덕, 관습은 현재 절대적 타당성을 상실했습니다. 정신의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검토하면서 자기자신을 스스로 만들어가야만 합니다. 이런 자기 음미와 자기 정립의 요구에 가장 어울리는 글의 형식이 바로 개인 에세이입니다. 설명 에세이에는 여러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는 '비교 에세이', 현상이나 문제의 원인 또는 결과를 파헤치는 '원인-결과 에세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문제-해결 에세이'가 있습니다. 이런 글은 길기 때문에 신문의 뉴스 분석이나 ..

한밤의 도서관 2019.05.29

내가 30代가 됐다

커피는 왜 마시지? 이건 뭐한다고 이렇게 맨날 마시고 있지? 아- 몰라. 이렇게 일하는 어른인데 먹을 수 있는 건 일단 다 먹어야지 암암 트위터책빙고 2019[외국어로 번역된 한국소설] 항목 채우려고 도서관에서 빌리려 했는데 도서관에 없어서 산 책.(구구절절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만화책이네?????????????????소설이 아니네????????????????? 그럼 괜히 샀네.............. + 나는30대초반아니라공감안가는게많은가봄

한밤의 도서관 2019.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