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803

역향유괴

대부분의 기업처럼 A&B도 모든 직원의 키보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이 A&B의 서버에 접속하기만 하면 누르는 모든 키보드가 기록되어 파일로 남는다. 사람이란 게… 지난날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 같지만 돈을 벌면 이건 그때와 다른 거라고 자기한테 최면을 건다니까 주식시장에서 연구개발 증권의 신뢰가 떨어져 판매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 자체가 멈춰버릴 수 있었다. 그러면 만기가 도래하는 수천억 달러의 어음이 상환되지 않아 새로운 금융위기가 시작될지 몰랐다.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그 친구들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서로의 관점이 다르다고 해야겠죠. 그 젊은 친구들은 사실 저보다 열 몇 살 어릴 뿐인데 인터넷이라는 게 그 친구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장난감이잖아요. 그 친..

한밤의 도서관 2019.07.12

유리병 편지

외로움이 온몸을 짓눌러 올 때가 있다. 모든 인간이 그런 때를 만난다. 그러면 우리는 자신이 왜 이토록 외로운지 묻는다. 하지만 고독과 고독에 대한 의문은 별개다. 성 동정녀 교회 신도들은 가능한 한 병원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성모가 자신들을 지켜 주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티야 사이바바, 사이언톨로지, 성 동정녀 교회, 여호와의 증인, 하느님의 자녀들, 영원의 공동체 같은 이름들이 있었고 통일교, 제의 진리, 성스러운 빛의 사명처럼 그녀로서는 처음 들어 보는 다른 이름들도 가득했다. 각 단체와 조직마다 지켜야 할 계율들은 서로 달랐지만, 모두들 자기 단체만이 조화와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에겐 즐거움이라는 것이 없었다. 마지막으..

한밤의 도서관 2019.07.11

독립출판제작자를 위한 대형서점 유통 가이드

출판사 신고는 가까운 관할 구청 문화체육과에서 진행하면 됩니다. 출판업은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누구나 창업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죠(대한민국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있는 나라입니다) (도서 정가 x 3개월 예상 판매 부수 x 서점 평균 공급률) - (제작비+인세+택배 및 물류비+기타 진행비)=순이익 대형서점과 계약을 한다는 것은 '판매가 보장 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텀블벅 후원해 준 책. 펀딩해 줄 때랑 달리 표지가 바뀌었는데, 나는 시안 단계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독립출판 대형서점 공략?집으로 본인이 출판사 만드시고 계좌 개설 3번 까인 이야기도 해주심 ㅋㅋㅋ 아래는 소량 제작 가능한 곳 북토리http://ww..

한밤의 도서관 2019.07.03

이차원 인간

첫 학기에 나는 길을 잃고 절망했다. 이곳은 절대로, 내가 마음 놓고 있을 편안한 환경이 전혀 아니었다. 집에 있는 내 드로잉 테이블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랬다, 이곳은 규칙과 새로운 용어가 넘쳐났고, 각기 정교한 정의가 내려져 있었지만,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 모호해졌다. 혼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나 역시 혼돈 속에서 자랐으니까. 하지만 질서? 그것은 끝도 없는 프로토콜이었고, 동시에 추상이었다. 아니, 잠깐, 미안, 비구상이라고 해야겠다. 그것은 ‘이 흰 벽을 두 시간 반 동안 응시한 후 각자 본 것을 이야기한다’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디자인 학교가 그렇게 엄격한 규율 속에서, 그렇게 실존주의적이어야 한다면, 나는 분명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내 포트폴리오에 좋은 반응을 보였..

한밤의 도서관 2019.07.02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나는 혼자라서 못 하는 일이 있는 게 싫어서 뭐든 혼자서도 해왔고 또 꽤 잘 해왔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상에는 여럿이 해야 더 재밌는 일도 존재한다는 걸. 자신이 두려워하는 뭔가를 영원히 피해 다닐 수 없다면 제대로 부딪쳐볼 필요도 있다는 거다. 늘 머물던 안전지대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어보면 세상에 생각해온 것만큼 큰 위험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겁쟁이일수록, 위험한 상황을 좀처럼 만들지 않는 자신의 본능적 감각을 믿어봐도 좋을 지 모른다.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안 하고 있어서 좋은 점은, 세상이 말해주지 않는 비밀을 하나 알게 되었다는 거다. 그게 뭐냐면, 결혼을 안 해도 별일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정말 큰일 나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

한밤의 도서관 2019.07.01

인생의 베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니까요.” 그녀가 되풀이했다. “들었소” 그는 애정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적어도 빈정거릴 의도는 없었군. 다만 할 말이 마땅치 않아서 대꾸를 안 한 것뿐이었어. 하지만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안 한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언어 사용 능력을 잃지 않겠는가. 키티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건 그에게 지루한 일이었다. 그리고 부끄럽고 불편했다. 게다가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그는 독서를 좋아했지만 그가 읽는 책들은 키티에게 매우 따분하게 보였다. 마지막 선을 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과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낄 만한 환상적인 변화는 도..

한밤의 도서관 201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