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813

도서관 여행하는 법

한 시민이 어떤 앎의 세계에 진입하려고 할 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사회 전체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랄까. 또한 부유하든 가난하든 잘났든 못났든 늙었든 젊었든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그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실험이랄까. 도서관의 세계에는 그런 멋진 꿈이 있었다. 무수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한국 사회는 과연 무언가를 배우려는 누군가에게 손 내밀고 끌어 주며 마음을 북돋워 주는 곳일까? 국민의 세금으로 그 ‘공짜’ 기회를 누리게 할 만큼 우리는 누군가의 배움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그 뒷감당을 하고 싶어 할까? 제 공부는 제 돈으로 하라는 치열한 경쟁의 논리가 우리 가운데 더 강하게 자리하..

한밤의 도서관 2019.05.17

미 비포유

하지만 이걸로 당신은 자유를 살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둘 다 고향이라고 부르는 그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좁은 마을과, 지금까지 당신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선택들로부터 해방될 자유 말입니다. Me Before You 예전에 직장 동료가 읽을만하다 추천해줬던 기억이 있는데, 독서 편식 심할 때라(추리 소설만 읽음) 거들떠도 안보다 리디북스 700원 대여(60일) 찬스로 빌려놓고서! 방치하다 대여 기간 일주일 남았길래 부랴부랴 읽었다. 안락사에 대한 내용. + 감정이 메마른 나란 사람은 기승전결 다 보여서 그냥 묵묵히 읽음. 근데 거의 600페이지..... 허들 높다 높아.... ++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인지 아닌지 몰라 인터넷 서점이랑 구글 검색을 몇 번 해봤는데 정확하게 안 나오네? 근데 [트위..

한밤의 도서관 2019.05.14

여행의 이유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추방과 멀미 中 모든 기억은 과거를 편집한다. 뇌는 한 번 경험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어딘가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어서 찾을 수 없게 될 뿐. 발상은 무게가 없다. 지혜도 그렇다. 기술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런 무형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에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다. 모국어의 바다를 떠나면 이런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고 언어의 신선도에 덜 민감해진다. 작가는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 없는 음성으로 낮게 읊조리는 소심한 목소리에 삶의..

한밤의 도서관 2019.05.06

짐승의 성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건 당연히 무섭지만, 가해자가 되는 것도 똑같이 무서운 일이다. 자기 안에도 범죄의 싹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언제 자신도 범죄자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알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자신과 범죄자는 뭐가 다른가. 범죄자가 되는 사람과 되지 않는 사람과의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무서운 일은 그 경계선이 없는 것이다. 분명 사람은 익숙해진다. 즐거운 일에도, 괴로운 일에도, 상냥함에도, 미움에도. 남에게 상처 주는 일에도.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팩 형태의 보냉제를 대량 구입해 경찰서 냉장고에서 얼린 뒤 외근 나가는 수사원들에게 세 개씩 나눠주고 있다. 수사원들은 보냉제를 손수건에 싸서 옷의 적당한 곳에 넣어 체온을 조절한다. 하지만 기껏해야 두 시간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는..

한밤의 도서관 2019.05.05

실은 나도 과학이 알고 싶었어 2

사람들은 신문을 오려 스크랩북에 모으곤 한다. 주로 부고나 수상 소식, 중요한 사건 등이다. 하지만 몇 년 지나면, 신문 기사가 엉망으로 변질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산과 리그닌이 없는 종이에 신문을 복사하는 거다. 일반 필기용 종이도 좋다. 신문지를 오려서 스크랩북에 풀로 붙이는 것보다는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뻔한 질문이 떠오른다. 양자 역학의 이점은 뭘까? 많은 현대 기술이 양자 역학에 기초한다. 레이저, 트랜지스터, 마이크로칩, LED, MRI, 전자 현미경, USB 메모리 원자를 쪼개면 어떻게 될까?원자를 쪼개면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과정을 핵분열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 원자나 핵분열을 하지는 않는다. 핵분열은 적합한 원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핵발전이나 핵폭탄 제작에 사용하려면 ..

한밤의 도서관 2019.04.30

끌리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끌리는 말투는 당신을 좀 더 능동적이면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이해하며 탐구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진정으로 공감하고 또 대응하는 법을 익히게 해준다. 지금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사람들이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소통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능력이 점차 퇴화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끌리는 말투는 더욱 필요해진다. 두 맥줏집이 같은 날 개업을 했다. 똑같은 메뉴로 영업을 했는데 시간이 흘러 한 집은 문을 닫았는데 한 집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문을 닫은 그 집은 손님이 들어오면 종업원이 이렇게 물었다. "감자튀김도 ..

한밤의 도서관 2019.04.21

멀티플 시그니처

‘작가’라는 말은 어딘지 중요한 인상을 풍긴다. 창작이나 자율성처럼 매력적인 개념을 암시한다. 그러나 디자이너가 도대체 어떻게 작가가 되는지 답하기는 어렵다. 디자이너/작가란 정확히 무엇이며 작가가 저작한 디자인이란 과연 어떻게 다른지 판단하는 일은 전적으로 ‘작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어떤 기준으로 그런 자격을 부여하느냐에 달렸다. 기술적 숙련도야 어지간한 실무 디자이너라면 충족할 수 있을 테지만, 여기에 개성적 스타일을 더하면 범위는 좁아진다. 두 기준에 맞는 인물 목록은 아마 익숙한 이름으로 채워질 것이다. 바로 그런 작품이 흔히 책에 실리고 상을 받고 칭찬을 듣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과 배제를 통해 특정 작품을 거듭 소개하는 관행은 스타일 면에서 통일되고 일관된 전작을 조성한다. 그러나 뛰어난..

한밤의 도서관 2019.04.15

실은 나도 과학이 알고 싶었어 1

치아 교정기는 어떻게 이를 바르게 만들까?치아 교정기는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 첫 번째로 아이의 이를 곧게 만들고, 두 번째로 부모가 치료비 때문에 투잡을 뛰게 한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손톱은 사람이 죽은 뒤에는 자라지 않는다. 단지 손톱 주변의 살과 피부가 쪼그라들어 손톱이 긴 것처럼 보일 뿐이다. 케라틴은 두 개의 노벨상 수장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처음 언급했다. 그는 양자물리학을 화학 결합에 적용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핵무기 확산에 반대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극심한 추위에서는 몸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등의 사고로 몸이 젖으면, 체온을 평소보다 25배 더 많이 빼앗긴다. 위스콘신대 천연자원학과의 어류생물학자인 워런 처칠은 '최악의 저체온증을 겪고 살아남..

한밤의 도서관 2019.04.13

아주 특별한 해부학 수업

모의 수술에 쓰이는 시신을 포르말린 방부 처리하지 않는 까닭은 포르말린 용액이 단백질을 응고시켜 시신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인체 조직과 유사한 상태로 학생들이 임상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포르말린 방부 처리하지 않은 시신을 사용한다. 모의 수술에 사용하는 시신에 대한 규정은 더 엄격하다. 시신은 반드시 사후 여덟 시간 안에 츠지 대학으로 보내 영하 30도로 급속 냉동해야 한다. 수업 3일 전에 해부에 관련된 잡무를 돕는 해부 기사가 시신을 꺼내 해동하는데, 이 시신 스승은 포르말린 고정固定을 거치지 않아서 피부가 딱딱하지 않고 조직의 질감이 살아 있는 인체에 가깝다. 다만 체온, 심장박동, 호흡, 혈류 등 생리 현상이 없을 뿐이다. 시신 보관실에서 기다리는 3,4년 동안 해마다 청명절이..

한밤의 도서관 2019.04.13

기분 벗고 주무시죠

가끔 우리는 이 리액션을 본질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어요. 화가 나서 더 화가 나고, 슬퍼서 울다 보니 더 서글퍼지는 식으로 말이죠. 감정은 충분히 표출하는 게 건강에 좋지만, 이렇게 기분 속에 갇히면 표출이 아니라 발버둥을 치게 됩니다. 힘은 점점 빠지고 감정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말죠.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건 ‘타인을 만나지 않는’ 시간이 아닌 것 같아요. 방구석에 혼자 있어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쓰고 불안에 시달릴 수도 있거든요. SNS와 누군가의 카톡 하나, 애인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벌벌 떨며 불편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라면 백날 천날 혼자 있어도 에너지가 충전되기는커녕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할 뿐이죠. 혼자만의 시간이란 건 물리적으로..

한밤의 도서관 2019.04.01

다시, 그림이다

런던에서 야심만만한 작품을 제작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곳은 충분한 공간도 없는 데다가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것들이 너무 많았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하루 24시간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나를 사로잡지 않습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 외에는 독서를 합니다. 런던에서는 항상 손님이 있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머무르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이곳은 방문하기에 너무 불편한 곳이니까요. 나느 반(反)사회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비사회적일 뿐이죠. 이곳에서는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이 나를 위해 자라납니다. 이는 아주 거대한 주제이고, 내가 자신 있게 다룰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무한한 다양성 말입니다.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자..

한밤의 도서관 201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