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갈등을 잘 다루니 인간관계가 쉬워졌습니다

uragawa 2019. 5. 31. 22:00

어떤 일을 최악의 상황으로 비약해서 생각하는 것을 '파국적 사고'라고 한다.

'파국적 사고'에 사로잡히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서두르게 된다. 판단도 흐려지고 실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장 흔한 실수는 상황에 맞지 않게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강경 대응을 한다든가, 앞질러서 양보한다든가. 그런 성급한 대응들이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고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앙보하면 양보 받는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 '소망'일 뿐이다.




강도는 덜하고 미묘해도 '기분이 상한다' '거슬린다' '반감이 생긴다'라거나 뭔가 가로막히거나 방해를 받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갈등의 신호다.

때로는 공포, 불안, 죄책감, 슬픔 같은 감정이 갈등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갈등 다루기를 잘한다는 의미는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하나는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심이 가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어 목표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다른 것들은 잃더라도 가장 중요하게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자신이 중요하고 의미 있게 여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좋다.




관찰한 것만 묘사하며, 주관적인 해석이나 판단을 섞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나를 무시했다"라는 말은 있는 그대로의 경험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이 들어있다. 실제 그 사람의 행동만 묘사한다면 "당신이 내 질문에 대답을 안 했다"라고 해야 한다.

"그 사람은 이기적이다"는 그 사람이 한 어떤 행동을 보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관찰한 행동만 말하면 "그 사람은 돈을 안 냈다"라고 해야 한다.



상대는 영원한 적이거나 악의 근원이 아니다. 나와 서로 목표가 충돌하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입장일 뿐이다. 지금은 싸움을 하지만 이 싸움도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얼마든지 충돌하는 목표와 갈등을 해결하고 다른 맥락으로 관계가 바뀔 수도 있다. 누군가를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다가 그 사람과 친구가 되거나 협력하는 것이 더 좋은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좋은 사람이라고 입장을 바꿀 것인가? 나쁜 사람이라고 끝까지 외면 할 것인가?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험담을 하는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타인을 조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흉보는 사람과 그것을 들으며 동조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공동의 적을 만들면서 같은 편이라는 의식이 생기게 된다. 말하는 사람의 은밀한 뒷담화 내용에 따라 함께 분개하고 미움을 주입받으며 사실상 조종을 당하게 된다.

심리 조종의 가장 기본은 험담을 통해 적대적 프레임 안에 사람들을 모으고 적개심을 심는 것이다. 심리 조종에 쉽게 휘둘리고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남이 던져주는 적대적 프레임을 덥석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갈등은 각자가 원하는 것에 차이가 생길 때 이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천하의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다.




갈등과 불편함이 생기면 그때 비로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힘이 강한 사람들은 상황이나 타인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자기자신이 변화해야 한다고 느낀다. 갈등이 서로간의 긴장과 불편을 초래하지만 이를 통해서 서로를 대하는 방식과 역학관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번 각자의 삶을 돌아보라. 우리가 남들과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사이가 좋다고 느끼며 살 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다. 어떤 관계가 자신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도 고민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갈등에 휘말리게 되면 그때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욕구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의 유사성은 유대감, 연대의식을 강화시킨다. 죽,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고 서로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자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남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충돌이 벌어질 때 비로소 자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쇠도 두드려야 강해지는 것처럼 갈등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하게 자각하는 계기가 된다.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개성과 특징을 받아들이고 힘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당연히 지켜질 것으로 여겼던 규칙이나 약속을 누군가 어기면 화가 나고, 나의 자존심이나 정체성을 도발하는 행동에 화가 나는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나 욕구를 침범하고 가로막는 대상에게도 분노를 느낀다. 나를 공격하는 적에게 분노를 느끼면 맞서 대응하는 에너지가 온몸에 솟아오른다.

이 분노가 외부의 상대방에게 향하면 적개심이 되고, 자기 자신에게 향하면 자책이 된다. 자책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 약속, 의미, 가치, 목표를 자기 스스로 지키지 않거나 역행하는 행동을 할 때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분노는 생존에 필수적인 감정이다. 자기 보호는 물론이고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도전하는 에너지를 일으킨다. 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생명력과 자기 보호 의지를 잃게 되는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