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하면 좋습니까?

uragawa 2019. 7. 18. 22:00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모든 여자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에게도 만약 젊은 여성들이 조언을 딱 하나 해달라고 한다면 1초도 지체없이 "돈 열심히 벌고 열심히 모으세요"라고 할 것이다.(돈의 중요함은 비혼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문제는 아무리 개인이 열심히 벌고 모아봤자 경제적으로 독립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가장 크게 들어가는 돈이 주거비용인데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비싸다. 내 집 마련 좀 해보자고 주택청약을 들어도 1순위는 신혼부부 즉 '정상 가족'의 몫




'혼자 사는 여자'랑 '불안'은 한 몸이야, 한몸. 자웅동체!

가깝게는 CCTV 하나 없는 빌라에 매일 혼자라는 불안....

출입할 때 사주경계는 기본이고 밤늦게 문 앞에서 발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30년쯤 뒤, 딸이 소파에 누워 발을 까딱거리며 "결혼은 안 해, 근데 아이는 낳을래"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식탁에 앉아 낮술을 마시다가 "그럴래?" 하고는 계속 술을 마신다. 그래도 되는 시대인 것이다!




여자 직원이 미혼이면 '결혼하면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까' 기혼이면 '임신이라도 하면 육아휴직도 줘야 하고 골치 아프니까' 워킹맘이면 '애엄마는 생산성이 떨어지니까'라는 핑계로 승진 누락, 비정규직 전환, 저임금, 부당해고 등 각종 고용 차별을 합리화한다. 반면 남자는? 결혼 여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나는 실제로 무능하고 부도덕한 남자 과장이 '가장이니까' 자리를 꿰차고 있느라 그보다 훨씬 뛰어난 여자 대리가 과장의 업무를 보조 아니 수습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나와 같은 날 입사한 남자 직원은 손님이 와도 자리에 앉아 폼 나게 일을 했지만 나는 벌떡 일어나서 커피를 타야 했다.




행복의 지점이 나랑 다르다고 해서 "그건 아니야"라거나 "안됐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