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어떤 대상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하면 그 마음이 감당이 잘 안 돼서 살짝 딴청을 피우는, 그리 좋다고는 하지 못할 습관이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아하다 보면 지나치게 진지해지고 끈적해지는 마음이 겸연쩍어 애써 별것 아닌 척한다.
술꾼들끼리의 밥 먹자는 약속은 결국 술 먹자는 약속으로 변하게 되어 있다. 술은 원래 밥과 곁들여 먹는 기본 반찬이니까.
술이란 건 참 시도 때도 없이 시제에 얽매이지 않고 마시고 싶다는 점에서나, 마시기 전부터 이미 마시고 난 이후의 미래가 빤히 보인다는 점에서나,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앞일 뒷일 따위 생각 안 하는 비선형적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헵타포드어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