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여기는 작은도서관입니다

uragawa 2019. 7. 16. 22:00

공간은 사람들을 안정적으로 품어 안는다. 가정과 학교가 아닌 도서관은 누구나 평등한 관계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제3의 공간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다.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서고가 아니라 책이 사람들 손으로 전달되고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곳이다. 책이 유기체처럼 꼼지락거리고 꿈틀거리는 공간, 그곳이 작은 도서관이다.



모든 일자리가 자기 역할에 맡게 안정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필요 인력 충원이라는 뒷받침 없이 수적인 지침만이 남는다면 어떻게 목적에 맞게 기관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다듬고, 도서관 운영 인력의 역할과 도서관 운영 예산 전반을 살펴야 할 것이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정적이다. 그러나 실제 도서관 활동은 아주 역동적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책의 대출과 반납을 하고 책 정리를 하는 것이 도서관 운영자의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도서관에 근무하기 때문에 늘 책을 많이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농담처럼, 책을 많이 읽기보다는 책표지를 많이 본다고 답을 하기도 한다. 씁쓸한 이야기일 수 있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것은 읽은 책을 중심으로 장서를 구성하기에 어떤 정보를 찾으려면 어떤 책을 보면 되는지,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어떤 책을 권해야 할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은도서관은 실험적인 공간이다. 이렇다  할 운영 규정과 매뉴얼을 갖추고 시작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지역의 특성과 그곳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습을 갖추어 가는 곳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기본적인 설치 기준만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소한의 기준은 시작을 의미한다. 공간 33제곱미터, 장서 1000권, 그리고 열람석 여섯 석이 그 시작의 기준이다. 작은 도서관은 공간의 의미보다는 ‘사람’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서 발전해 왔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첫인사로 “지금 무슨 책 읽어?”하고 묻기로 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 책을 왜 읽는지,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 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 수 있지만 편하게 제목만 돌아가면서 이야기한다. 사람들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과 그 사람 사이의 사연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다.



사회의 양극화는 책 읽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읽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읽지만 여전히 읽지 않는 사람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의 책들을 단 한 번도 찾아 읽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도서관을 향한 발걸음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더 많은 것이 아닐까?



작은도서관이 사람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바로 독서동아리 운영이다. 일상적인 책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이 독서동아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 프로그램은 연령별로 다양하게 만들어지지만 독서동아리 활동은 부족한 편이다.
독서 프로그램과 독서동아리의 차이는 바로 운영 방식에 있다. 독서 프로그램이 주로 전문 강사들이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독서동아리는 구성원의 자발성과 공통의 관심사를 근거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