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물속을 나는 새

uragawa 2019. 6. 14. 22:00

실제로 동물원에 사는 펭귄들은 각종 감염에 시달린다. 자연 상태에서는 흔히 발병되지 않는 질환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습한 사육시설에 갇혀 있는 펭귄들은 범블풋(bumblefoot)이라는 궤양성 수두염을 자주 앓는다. 이 질환에 걸리면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면서 부어오르는데, 증상이 심해져 뼈에 전이가 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2005년 대전 동물원에서 구토와 식욕 부진, 침울 등의 증상을 겪다가 폐사한 아프리카펭귄과 펭귄의 먹이로 공급된 열빙어에서 감영성 식중독균인 솔방울병세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펭귄의 잠수 비결은 혈액 속 산소 조절에 있다. 잠수를 오래 하려면 제한된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환시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황제펭귄은 18분 동안 물속에 머물기 위해서 심장 박동률을 분당 3회 수준으로 낮춘다. 그리고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액을 막은 채 일종의 무산소 호흡 상태를 지속한다. 오랜 시간 잠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산소 호흡을 하는 동안 근육에 쌓인 젖산(lactic acid) 농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수면에서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수면에서는 심장 박동을 다시 증가시켜 최대 분당 256회까지 올린다.


동물 행동 연구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연구자의 방해와 간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체들이 분명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늘 동물 윤리(animal athics)에 따라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심 기록계 부착은 1960년대부터 사용한 기술이며, 펭귄에게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14그램에 불과한 작은 장비이며, 부착과 회수에 5~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간단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남극의 동물들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낮은 편이다. 오랜 진화의 역사 동안 인간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남극에는 북극곰 같은 육상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물범과 펭귄은 마음 편히 눈 위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그 덕택에 연구자들도 일하기에 한결 수월하다. 살금살금 걸어가서 커다란 잠자리채로 낚아채기만 하면 원하는 펭귄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특히 번식기에는 둥지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기 때문에 고깔 모양의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양손으로 슬쩍 들어 올리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