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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달을 쫓다

이 순간부터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롭고 불확실한 존재가 된다.아마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자유롭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인간에게 자유는 꽤 괴롭다. “좋아하게 되는 데는 이유가 필요 없지만 헤어지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거든. 아니면 끝낼 수 없잖아.”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너무나도 지당한 의견이었다. - 때에 임하여 짓는 노래 中 나는 평소에 늘 그런 여자들을 동경하고 있었다. 자신이 여자라는 동물이라는 사실에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는 여자. 회사 탈의실에서 돌려 보는 통신판매 카탈로그에서는 어김없이 세상 대다수 여자들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고르고, 레슨 선생님에게 얼마를 드려야 할지 넌지시 의논할 수 있는, 느낌이 좋고 손톱 손질을 잘하는 여자들을. “지금은 점점 기..

한밤의 도서관 2009.12.31

2009년 읽은 책 목록

아래는 도서관을 통해 읽은 책들이고, (도서관에서 올해 읽은 책을 검색했는데, 시스템 오류가 있는 것 같다. 오차가 있다.) 이것에 (정기 구독하는, 또 주변에서 준)책 30권을 추가하면 올해 읽은 도서 권수가 나온다. 최근에 읽은 순서로 나열 하였다. 1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한참을 생각하게 한 소설,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연관성 : 기시 유스케 [신세계에서] 02 내가 그를 죽였다 03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04 나비 : 온다 리쿠 초감각 소설 짧지만 강한 온다 리쿠의 소설. 틈. 05 (디자이너를 위한)그리드 디자인:효율적인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의 원리 06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33가지 서체 이야기=33 essential typefaces for good design 07 잠자는 숲 따끈..

한밤의 도서관 2009.12.28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과학 기술의 진보 등은 속임수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대단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는 악덕이며, 문명이 소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옛날처럼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불필요한 것을 생각하거나 현실에 있을 법하지도 않은 것을 공상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이며, 일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것 역시도 악덕이다 더구나 서브컬처는 죄악이다 - 어두워질 때까지 中 우리는 어리석은 생물이다 하얀 화면과 상자 안에서 공허한 망상에 빠지고, 뇌만 비대해져 존재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폐쇄된 공간에서 하찮은 것으로 쾌락을 추구하고, 손도 발도 내장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거세된 듯한, 유령 같은 인간이 세계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향락적으로 피부를 노출하고 춤추는 사람들. 죽 늘어선 하얀 화면을 홀..

한밤의 도서관 2009.11.06

고백

칼슘 부족 그런 얘기로 시작해 이 화제로 넘어왔는데 여러분에게 부족한 건 칼슘만이 아닙니다 일본인은 예로부터 재료의 맛을 즐길 줄 아는 민감한 혀를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달콤한 카레를 먹으나 매콤한 카레를 먹으나 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가 늘고 있다고 해요 아연 부족이 일으키는 미각장애가 원인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혀 아니 A와 B의 혀는 어떨까요?- 성직자 中 착하다는 게 뭘까 봉사활동이라도 하면 또 모를까 나는 착하다는 말을 들을 만한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 칭찬할 점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착하다는 말로 둘러대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칭찬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나는 꼴찌가 되기는 싫지만 일등이 되지 못한다고 시샘하지도 않으니까 - 구도자 中 생명은 물거품보다 가벼워도 시체는 쇳덩어리보다 무거워..

한밤의 도서관 2009.10.30

나비 -생명의 퍼레이드

원래 남성이랑 진정한 굴욕을 모르는 생물이다. 진정으로 착한 사람이 아닌 인간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별 생각 없이 상투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어디선가 들었음 직한 대사로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 그럴듯한 말, 잘 알려진 흔한 말, 빈껍데기 말. 착한사람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을 뿐인 그는 그 역할에 잘 어울리는 친숙한 말을 별 생각 없이 썼다 그러니까 자신의 말로 말하지는 않은 것이다.-스페인의 이끼 中 아무 존재도 아니고, 사용 목적조차 제대로 모르는 채, 대도시라는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 중 하나가 되어 무기질로 이루어진 경치 속에 파묻혀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톱니바퀴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공포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평온한 날들을 보낼 수 있..

한밤의 도서관 2009.09.30

가가형사

졸업:설월화 살인게임과 잠자는 숲은 두 권 같이 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 시리즈 책이었다. (도서관은 하드커버만 있으면, 소설에 대한 내용을 알 수가 없다.) 01 졸업(卒業) -1986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은 가가형사의 대학 시절 이야기로, [악의]를 먼저 읽었었기 때문에 가가의 과거로 흘러가서 무척 흥미있게 읽었다. 대학 친구들의 각기 다른 고민, 졸업과 장래희망이 얽혀 있어 80년대 이야기지만, 청춘은 다 비슷한 듯 별반 다르지 않다. 다섯 친구 중 한 명이 죽는 사건을 시작으로, 서로 얽혀가는데 가가 나름대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다섯 명의 친구 중 세 명이 죽음으로서 세상과 졸업한다는 게 눈물이 나지만, 가가와 가가가 좋아하는 여자와 이어질 듯 말 듯한 분위기..

한밤의 도서관 2009.09.23

가위남

“자살 미수자를 혐오하는 이유는 두 가지야. 하나는 자살 미수에 의해 타인을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지. 헤어지느니 차라리 죽어 버리겠어, 하고 외치며 면도날로 손목을 그어 보이는 녀석이 전형적인 예겠지. 나는 자살이라는, 일반인은 못할 행동을 시도했다. 따라서 남들은 내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강요하려고 해.” 의사는 의자 위에서 몸을 젖히며 효과를 노리는지 잠시 침묵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자살이라는, 일반인은 못할 행동을 시도한데다가, 무슨 조화에서인지 고통과 죽음에서 무사히 생환했다. 뭔가가 나에게 살라고 고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특별한 존재다, 라는 거지. 그래서 표정만 어둡게 가장하고, 자랑하고 싶은 기분을 ..

한밤의 도서관 2009.09.08

천사의 속삭임

뇌는 항상 지나칠 정도로 ‘쾌감’과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하는데, 너무 그쪽으로 치우쳐버리면 '생존'을 위해서는 부적합한 행동을 취하게 될지도 모르고, 또 도태되어 버립니다. 인류는 이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양쪽 다 같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생존’을 추구하기 위해 외적과 재해, 기아, 전염병 등에 대비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의 평온 을 얻기 위해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말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렴풋이 느끼고 있듯이 가장 손쉬운 전략은 먼저 ‘생존’을 위해 필요 충분한 지원을 확보해두고, ‘행복’쪽은 가능한 한 돈과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처리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뇌는 그 정도로는 좀처럼 만족하질 않습니다. -서장 中 죽음 공포증은 옛날부터 왕후귀족..

한밤의 도서관 2009.09.03

악의 그리고 예지몽

“내 친구 가운데 추리 소설을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유가와는 해삼을 입 안에 넣으면서 말했다. “왜 싫어하느냐 하면 범인들이 너무 어리석기 때문이래. 그들은 경찰을 속이려고 교묘한 트릭을 생각해 내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체를 숨기는 일에는 머리를 쓰지 않아. 시체만 완벽하게 처리해 버리면 애당초 사건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를 테니까 경찰이 수사를 하려 해도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야.” “그 친구란 자네를 말하는 거 아닌가?” - 예지몽 3장 떠드는 영혼 中 “노노구치. 네겐 작가가 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재능이 있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건 다른 이야기야. 좀 더 말하자면, 잘 팔리는 작가가 된다는 것도 재능과는 별로 관계가 없어. 자리에 오르기까지에는 특별한 운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

한밤의 도서관 2009.08.12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야?

있지 아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야? 잠, 잠깐만 여기서 제대로 대답해 두지 않으면, 아빠, 멋 없는 아빠가 되어버리는 거잖아. 그렇게 멋 안 부려도 된다니까. 아빠! 그러니까, 꽤 어렵다니까. 응..그렇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즉. 사람에게 상냥해질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어때? 멋있는 아빠 결정인가? バ-バ-吉野 (Yoshino's Barber Shop) [요시노이발관] 2004 •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 출연 : 모타이 마사코, 아사노 카즈유키, 이시다 호시, 요네다 료 [요시노 이발관]이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바로 달려간 본인! 영화 속 어린 친구들이 모두 바가지 머리를 하고 나온다는 것과 카모메 식당과 안경의 감독인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만 알고 ..

먼지쌓인 필름 2009.07.12

내 나이 서른 하나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이런 고독을 떨쳐버리기 위해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는게 아닐까?나는 외톨이다. 그 누구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고독해도 좋다. - 독불장군 中 - 나에게는 애인은커녕 좋아하는 남자도 생긴 적이 없다. 어쩌면 인간으로서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게 아닐까?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참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연애는 영화와 텔레비전 속에만 있는 대마초나 각성제 같은 것이다.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의 좁은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연애 상대가 없으면 유흥가 등지에서 첫 경험을 한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식으로 섹스를 경험..

한밤의 도서관 2009.07.08

인체모형의 밤 그리고 그레이브 디거

요새 하루에 꼭 한 권은 읽고 있는데, 최근 읽은 책 두 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읽을 때마다 (아 화장실로 달려가고싶어! 의 마음이었다.) 조마조마 설레게 한 두 권! 도서관 신간코너에 꽂혀 있던 책으로, 처음 보는 작가였는데 표지가 마음에 들어 꺼내보았다. 타이포를 재미있게 정렬했다. 나카지마라모의 ‘인체모형의 밤’ 작가소개가 골 때려서 아 이 사람 촘 멋진데?? 라고 생각하며 냉큼 책을 빌렸다. 인간의 고독과 광기 속에서 빛을 찾으려던 작가 ‘나카지마 라모’ 소설가, 수필가, 연극 각본가, 연극배우, 록 가수, 광고 카피라이터, 광고 기획자… 넘치는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거침없이 세상에 도전했던 작가 나카지마 라모는 IQ 185의 천재로 명문 중고교를 나왔지만 자유롭고 엉뚱한 그의 영혼은 엘리트의 ..

한밤의 도서관 2009.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