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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웰즈의 죄

“어디서 들은 말인데, 인간이 죄책감을 느끼는 건 처음 채찍을 휘두르기 전이 아니라 휘두르고 나서래.” 마을 외각으로 빠지는 도로를 향해 걸어가면서 줄리언이 말했다. 그러고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근데 정작 중요한 건 채찍질을 당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아니겠어? 죄책감은 사치야, 필립.” “들으면 놀랄지도 모르겠는데.” 줄리언이 부드럽게 말했다. “인생은 그림자 게임이라고, 친구.”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줄리언에게로 내려갔어야 했다. 인생에 해피엔딩만 있다면, 친구라면 마땅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창문에서 내려다보다가 어스름한 불빛 속에 앉아있는 자신의 친구를 발견했다면, 그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친구는 자신..

한밤의 도서관 2014.09.04

불연속 세계

벚꽃은 기묘한 꽃이다. 벚꽃이 핀 것을 보면 굉장히 득 본 기분이 든다. 다른 꽃은 이 정도는 아니다. 벚꽃이 피면 좌우지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드는 건 왜일까.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일본인과 벚꽃의 관계에는 어딘가 영적인 면이 존재한는 것 같다. 무엇보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벚꽃이 있지만, 외국에서 피는 벚꽃은 가령 일본인이 좋아하는 왕벚나무 꽃이라도 전혀 다른 꽃이다. 벚꽃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 풍토에서 나고 자랐을 때 벚꽃은 비로소 벚꽃이 된다. 다몬은 골똘히 그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걸을수록 뇌에 산소가 공급되어 사고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예로부터 철학자와 과학자는 산책 중에 사색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러나 다몬은 그..

한밤의 도서관 2014.08.28

내 남자

이 사람과 함께라면, 하고 나는 결혼을 결심했을 때 생각했다.이런 남자와 함께라면, 절망적으로 뒤얽히지 않고,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하지도 않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불행의 그림자라고는 한 점도 없는 그의 젊음에 안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일까. 아니 어쩌면 행복 따위는 딱히 바라지 않는 것 아닐까. 어른이 된 지금도 나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1장 2008년 6월 하 나 와 낡 은 카 메 라 하나는 등 뒤에 마치 폭풍우를 거느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일기 예보에서 태풍 소식을 들은 초등학생처럼 이제나저제나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불안감을 느꼈다. -2장 2005년 11월 요 시 로 와 오 래 된 시..

한밤의 도서관 2014.08.25

인질의 낭독회

그들의 낭독은 갇혀있는 폐가에서의 그 자리에서 만의 단순한 심심풀이 같은 게 아니다 그들의 상상을 넘어선 먼 곳에 있는 말조차 통하지 않는 누군가의 곁에 목소리를 나르는 기도와도 닮은 행위다 人質の朗読会 [인질의 낭독회] 2014 • 편성정보 : WOWOW (토) 오후 08:00~ (2014년 3월 8일~2014년 3월 8일 방송종료) • 출연 : 사토 류타, 오오타니 나오코, 하세가와 토모하루, 하라 히데코, 아난 켄지, 미우라 타카히로, 와시오 미치코, 하루, 니시다 나오미, 토쿠나가 에리, 히다리 도키, 사사키 스미에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 먼 나라에 오랜 기간 갇혀있는 인질들의 이야기인데 책이 참 덤덤하지만 밝은 느낌이었다면, 드라마는 좀 더 밝은 느낌인 것 같다. 9가지 이야기 중 몇 ..

먼지쌓인 필름 2014.08.24

인질의 낭독회

가족들의 혼란과 걱정, 병상에 누운 운전사와의 인터뷰, 게릴라 조직의 실태 등이 한차례 보도되고 사건 직후의 충격이 가시면서, 세상 사람들은 자기들이 간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머나먼 어느 산속에 갇혀 있다는 여덟 명을 어느새 서서히 잊어갔다.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히 생각하는 것과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게다가 생각할 것은, 언제쯤 풀려날까 하는 미래가 아니다. 자기 안에 간직한 과거, 미래가 어떻게 되든 결코 잃어버리지 않을 과거다. 그것을 살며시 꺼내 손바닥으로 보듬어 덥히고 말[言]의 배에 태운다. 그 배가 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익숙한 곳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차라운 돌들에 둘러싸이고 촛불 불빛 밖에 없는 폐옥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한다. 범인들조차 그런 자..

한밤의 도서관 2014.08.23

비정근

유감스럽게도 나는 천성이 일하기를 싫어한다. 돈은 없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다. 말이 나온 김에 털어 놓자면 교사라는 직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3학년 때 취업활동에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뱡향전한을 했던 것뿐이다. “저기, 얘들아. 인간이란 약한 존재야. 그리고 교사도 인간이고, 나도 약해. 너희들도 약해.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어.” “사람이란 말이야, 당연히 호불호라는 게 있는 법이야. 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을 좋아해서 얻을 수 있는건 아주 많지만, 싫어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거야. 그런데 굳이 싫어하는 사람을 찾아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 나쁜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고 어른들이 자주 말하더니 그말, 진짜더라. 나..

한밤의 도서관 2014.08.23

박쥐

“문이 참 개떡 같죠?”회전문이 해리의 얼굴을, 코를 정통으로 때렸다. 눈물이 찔끔 났다. 삼류 코미디도 이보다 더 형편없지는 않을 것이다. 해리는 코를 문지르며 노르웨이어로 욕을 내뱉었다. 앤드류가 안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런 말에 뭐라고 답해야 하나. 흠, 이 나라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서 하나의 통합된 사회를 이룬다고 떠들어대지만, 그게 누구를 위한 통합일까요? “남들 인생은 그렇겠지.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났어. 지금 여기서. 사랑이 죽으면 나도 죽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그들은 패딩턴 옥스퍼드 가를 달리다 작은 공터 옆에 차를 세웠다. 간판에 ’그린파크’라고 적혀 있었지만, 잔디가 누렇게 시들었고 초록색이라는 공원 한가운데 서있는 가건물뿐이었..

한밤의 도서관 2014.08.20

넌 혼자가 아니야

문제에는 분명히 답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로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제부터 너는 몇 개든 그런 경험을 하겠지 그건 나도 똑같다. 그렇지만 초조할 필요는 없어 우리들 자신이 성장해나가면 분명 그 해답에 도달할 것이다. 네가 그 답을 찾을 때까지 나도 같이 생각할게. 함께 고민을 해 나간다. 잊지마. 너는 혼자가 아니야. 真夏の方程式 (Midsummer's Equation) [한여름의 방정식] 2013 • 감독 : 니시타니 히로시 • 원작 : 히가시노 게이고 • 출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요시타카 유리코, 키타무라 카즈키, 안, 야마자키 히카루, 후부키 준, 마에다 긴 갈릴레오 유카와 교수님을 실물로 만날 수 있어욬ㅋㅋ 책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는데, 영화는 책 결말 부분에 나오는 중요한 사실..

먼지쌓인 필름 2014.08.14

한여름의 방정식

“왜, 뭐가 시시한데?”“좀 시시하네.”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니 말이에요. 저라면 의욕이 안 생길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이과는 질색이에요. 그게 무슨 도움이 된담. 박사님은 과학이 재밌어요?” “말할 수 없이 재밌지. 너는 단지 과학의 즐거움을 모를 뿐이야. 이 세상은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어. 설사 아주 사소한 수수께끼라도 그걸 자신의 힘으로 풀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지.” ‘이 학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교헤이는 다시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닷속 수정을 보고 싶다’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크게 졸랐던 건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진지한 자세로 그 소망을 들어주려 하다니. 한데, 그러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마치 ‘닥치고 보고 있으면 ..

한밤의 도서관 2014.08.13

침묵의 거리에서

죽은 소년에게서 아들로 걱정이 옮겨 갔다. 우리 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를.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들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지. 아니면 아들이 뭔가 알고 있는게 아닐지……. 두려워서 그 뒷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게이코는 몸을 돌려 누우며 형언할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중학생은 잔인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시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잔인함은 혼자 서는 과정에서 터지는 고름 같은 것이다. 다들 더는 어른들에게 울면서 매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들끼리 생존게임을 시작한다. 정말이지 남자란 권력에 약한 동물이다. 게이코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실망..

한밤의 도서관 2014.08.09

MOZU 시즌 2 ~ 환상의 날개

치히로가 죽은 발단이 된 건 굴라크 알파 작전이다 어째서 치히로만 살아 돌아왔는지 포로로 있었던 공백 72시간 동안 치히로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난 그 진상 만을 쫓고 있다 나는 반드시 이완 타이라를 찾아내서 진상을 밝혀낼 것이다 MOZU Season2 ~幻の翼 [MOZU 시즌 2 ~ 환상의 날개] 2014 • 편성정보 : WOWOW (일) 오후 10:00~ (2014년 6월 22일~2010년 7월 20일 방송종료)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카가와 테루유키, 마키 요코, 이토 아츠시, 사노 시로, 코히나타 후미요, 아오이 유우, 이시다 유리코, 이케마츠 소스케, 하세가와 히로키 이 속도감 이지시즌 1은 너무 느렸다고..... ㅋㅋ 부인이 죽은 이유를 납득할 때까지 들이대는 쿠라키 오빠 ㅋ..

먼지쌓인 필름 2014.08.03

2박 3일 오사카 쇼핑 여행 - 셋째날

2014년 7월 19일 오사카 여행 세번째 날 드럭스토어와 다이소를 들린다. 구매한 시계를 착용해봤다 아 너무 예쁘다 ㅋㅋㅋㅋㅋ DAISO 쿠마몬이 프린트 된 일회용 접시 그러나 멀쩡히 가져올 자신이 없어서 구매하지 않았음. 이건 또 작년에 그렇게 찾고 싶었던 건데, 이제서야 눈에 띔. 드럭스토어 입구에서.... 해맑구낭. suisai 가격을 꽤나 하지만, 거품도 잘 나고 잘 사용하고 있음. ABC MART 일본한정 아디다스오리지널 제품을 삼. 민트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진 없- 밥 먹고 공항으로 가야하는데, 갈만한데가 없어서 좀 헤맸다. 그러다 밖에 카레도 팔고 여러가지 디피해놓은 걸 보고 들어갔는데, 연령대가 조금 높았음 ㅋㅋㅋ 젊은 친구들이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레라이스 코코이찌방야에서 먹는..

즐거운 산책 201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