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절망을 기억하고 있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쾌활함을 상실하고 울적하고 나른한 표정이 된다. 한 걸음 밖으로 내딛는 순간, 후끈 하고 몸에 들러붙을 것 같은 고온다습한 공기에 압도당한다. 그것은 언제나 배부른 짐승이 얼굴에 대고 숨을 내뿜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지금은 배가 부르니까 살려주지만, 언젠가 배가 고프면 한입에 물고 날카로운 이빨로 찢어발겨 주겠다. 고 선고라도 받는 느낌이다. “그래요, 살아있는 인간처럼 무서운 것도 없지요, 사람을 잡아먹는 건 인간뿐이니까.” 같은 속도로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바늘이 하루의 8분의 5를 지나면 갑자기 하늘은 흐려지고, 창가의 화분에 물 줄 시간이나 된 듯 쏴아 하고 세면기를 뒤집은 것처럼 비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