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uragawa 2014. 3. 27. 22:45

마지못해 일을 하면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으므로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그것이 오랜 시간의 단조로운 작업을 견딜 수 있는 비결임을 경험으로 배웠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샤워를 한 후 미나는 슈퍼드라이 맥주 캔을 땄다. 예전에 슈퍼의 제비뽑기에서 당첨된 5등 경품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마시려고 냉장고 구석에 보관해두었는데 두 달이나 꺼낼 일이 없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서러운 일도 많지만 만약 행복한 순서대로 사람을 줄 세우면 뜻밖에도 자신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자리에 서지 않을까.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그렇기도 했지만 그 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대답을 잡으려 했지만 마치 무의식이 거부하듯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갔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실실 웃으면서 히고는 한 손을 들었다.

그래, 번거로워 죽겠다. 이 쥐콩만 한 원숭이야! 료스케는 마음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인간이란 대체로 그런 법이지만, 이 일로 먹고 사는 자들은 특히나 외모를 보고 내면의 인물상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겉보기는 꾀죄죄해도 눈부신 실적을 자랑하는 형사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요주의 인물은 ‘쓸모없이 보이지만 실은 유능한 형사’를 수준급으로 연기하는 쓸모없는 형사다. 그런 ‘사이비 콜롬보’나 ‘사이비 나카무라 몬도’들은 주위사람들에게 “실은 대단한 사람 아닐까.”라는 마음을 심어주다가 결국은 아무런 성과도 올리지 못하고 이동하거나 정년을 맞이한다. 또한 까딱 잘못하면 불상사를 일으키고 사라진다.

 

 

 

‘운명’이라는 말은 패배자의 변명의 불과해. 자신의 장래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법이야.

 

 

 

“일어난 일은 이미 과거로 사라졌어. 제한이 있는 시간과 두뇌는 장래를 위해 사용하는 법이지.”

 

 

 

“날 못된 여자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피장파장이야. 너도 돈 때문에 세 명이나 죽였잖니. 이제는 늦었지만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비결을 가르쳐 줄게. 절대 남을 신용하지 말 것. 결국 누구든 자신이 제일 소중한 법이거든.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