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102

나와 춤을

맞는 말이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느끼며 모인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그런데 날카로운 칼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또다시 우리의 평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째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나요? 어째서 둘 다 선택하면 안 되는 거죠? 모두가 똑같은 걸 본다고 똑같이 느낀다는 법은 없지 않을까요? 그런 거, 부자연스럽지 않나요?”-주사위 7의 눈 中 “마침 점심시간이라 어디를 가나 자리가 없었어요. 어디나 회사원들로 만원이었죠. 활기가 가득하고, 스피드가 넘치고. 학생 신분에서 직장인을 바라보면 스피드가 넘치더군요. 다들 그저 점심을 먹는 것뿐인데 압도돼서 말이에요. 다들 저렇게 취직해서 일하고 있구나 생각하니까, 이도 저도 아닌 처지에서 어설픈 구직 활동을 하는 제가 너무너무 비참하게 느껴져서 가게에 도저..

한밤의 도서관 2015.07.14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말을 안 하면 당신을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집니다. 말을 안 해도 당신과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 말할까 생각했습니다.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혼잣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원히 듣고 싶었는데.”-파도에 꽃피우다 中 “넌 말이지, 정말로 영혼이 고독해. 사람들한테 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네 자신 속에서만 담아놓고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네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전혀 없지. 말도 어눌하고 머리도 모자라. 사람이란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지. 언젠가 누군가가 나타나서 너를 구해줄 거라는 환상 따윈 빨리 버리라고. 만약 ..

한밤의 도서관 2015.01.19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 괴 환 상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엔 제정신인 거 같고, 또 남들도 그렇게 대해준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진짜 제정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어쩌면 미치광이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너무 심하다면 정신병자일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저라는 인간은 정말 이 세상이 너무 시시해서 살아 있는 것이 지루하고 지루해서 아주 미칠 것만 같습니다. -붉은 방 中 돌아라, 돌아라, 시계바늘처럼 멈추지 말고. 네가 돌고 있는 동안은 가난도, 늙은 아내도, 코흘리개 어린애의 울음소리도, 월남미로 지은 도시락도, 우메보시 하나뿐인 반찬도 뭐도 모든 걸 잊는다. 이 세상은 즐거운 목마의 세계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고, 내일도 모레도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목마는 돌아간다 中 불현듯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어쩌면 영겁토록 이렇게 커다랗게 원을..

한밤의 도서관 2013.05.24

차가운 밤에

가령 내가 쿄지를 열렬하게. 정말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있다면 문제는 없다. 지금이라도 쿄지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할 수도 있다. 쿄지는 좋은 사람인데, 왜 좀 더 애틋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지금 당장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왜 둘이 있으면 고독이 짙어지는 것일까. 이를테면 내가 좀 더 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면 되는 일이다.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다감한 딸이 되면 되는 일이다. 집까지는 전철을 타고 30분. 전화를 걸어 요행히 남동생이 받으면, 차를 몰고 데리러 와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낯익은 식탁에서 넷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어째서일까. 왜 그런 일이 이토록 싫을까. 진절머리가 난다. 치가 떨린다. 죽어도 싫다. 혼자 있는 ..

한밤의 도서관 2011.04.27

도시여행자

누군가를 천천히 좋아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을 천천히 인정할 수 는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천천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역시 불가능한 것 같다. -나날의 봄 中 언제쯤이었을까,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데 히로미가 말했다. “요즈음 말이야, 내 미래를 상상해도 거기에 아이 모습이 없어.” 무슨 깊은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그냥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오사카 호노카 中 단편소설 모음집. 음,,,, 글쎄눈에 안 들어오는 단편은 바로바로 넘겨버렸으니까.절반도 안 읽은 셈이 되지만 오사카 호노카 중에서내 미래를 상상해도 아이 모습이 없다는 말이 쿵- 와 닿았다. 현재로선 내 미래를 상상해보면 나는 혼자니까.

한밤의 도서관 2011.03.29

셀마의 단백질 커피

셀마의 단백질커피 2008 • 감독 : 김운기, 연상호, 장형윤 [셀마의 단백질 커피]는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영화. 영화의 제목은 각 애니메이션의 키워드를 합친 것 이라고 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평화로운 마을. 갑자기 닥친 큰 비. 당황하는 사람들. 정부의 안일한 자세. 위 그림은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 해봤을 법한 놀이인데, 이 다음 다음 박스 위에 고양이를 묶어두고 세워 놓은 박스 순서대로 태우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요새 어린 것들은 ... ㅉㅉㅉ???) 판타지 멜로 무림 제일검의 검객은 강철과 같은 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원했으나, 환생한 것이 커피 자판기. 가슴에서 따뜻한 커피가 나오는 검객, 술만 먹으면 동정심이 생기고 버스를 타면 머리가 아픈 혜미.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한 장면은..

먼지쌓인 필름 200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