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86

Maestro

Maestro 마에스트로 (2019) 감독: 일로직 더보기 theme 공존의 낙원 +영화소개+ 늦은 밤 깊은 숲속에서 야생 동물들이 모여 다람쥐의 지휘를 따라 오페라를 시작한다. (17회 서울환경영화제, 2020) + 세상에나! 새가 날개 펼치며 노래 부르는 게 첫 등장인데 너무 멋있어서 소름 끼침 ++ 이 디테일 뭐죠 감독님?!?!?! 다람쥐의 섬세한 지휘 손놀림 대박적이야 +++ 밤의 숲, 빛의 표현, 개구리 피부 묘사 와, 진짜 너무 실사 같아 노래 너무 멋있어 감탄 감탄 감탄 중인데 노래 너무 짧네요 끝나자마자 다들 집에 쿨하게 가버림(ㅋㅋㅋㅋㅋㅋ) 왜 때문에 러닝타임 2분입니까!!!!!!

먼지쌓인 필름 2020.07.04

지구 최후의 계란

지구 최후의 계란 (2020) 감독: 김윤선 출연: 배유람, 이근자, 이한, 임서영, 오정세 더보기 +영화소개+ 지구 최후의 날, 지구 최후의 계란 한 알을 둔 마지막 사투 +연출의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은 의미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ㅇ ㅏ? 계란 2개 아니에요? 최후의 계란 한 알이에요???? 16분인데 30분 같이 느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되게 심오했닼 영화 배경이 근미래인지 과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전화기 옛날 건데 나오는 음성 너무 최신(?)이어서 이질감이 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오정세 배우 안 나오지’하면서 본 나는 영화를 보면서 졸은 게 확실하다 ㅋㅋㅋㅋ아이고얔

먼지쌓인 필름 2020.07.03

콩나물

콩나물 (Sprout, 2013)감독 윤가은 각본 윤가은출연 김수안 친구가 추천해 줘서 보게 된 영화 20여 분 되는 단편. 할아버지의 제삿날, 7살 소녀 보리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콩나물을 사 오려 한다. 생애 처음, 집 밖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 과연 보리는 혼자 무사히 콩나물을 사 올 수 있을까? 이 장면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갑자기 분위기 장기자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한국인의 흥인가 아빠 모자 대사 나올 때부터 뭔가 싸했는데 아니겠지? 했지만 역시나! 의 결말이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거 장르가 코미디였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었어 생각해보니 물론 집집마다 다르지만 (좋아하시던 음식 올리는 성의도 알지만!) 제사상에 콩나물 올려야 한다는 것부터 코미디였던 것 같음.

먼지쌓인 필름 2019.11.11

미스터리 클락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옛날부터 그에게 친근감을 느꼈어요. 얼굴이 저랑 많이 닮은 것 같은데, 제 입으론 뭐라고 말할 수가 없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척추동물이라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아요.” 코 양쪽에 눈이 있고 코 밑에 입이 있는 거라면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실험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빛을 조금도 반사하지 않는 완벽한 검은색은 존재하지 않아요. 탄소 나노튜브로 만든 반타블랙(Vantablack)이라면 빛의 반사율이 0.04퍼센트 밖에 되지 않으니 CCTV 영상에서 캄캄하게 보이겠죠. 따라서 완전한 보호색을 얻으려면 옷과 바닥 모두를 반타블랙으로 만들어야해요. 어떤 검은색 옷이라도 이 바닥의 명도와는 다르고, 바닥에서 튀어나온 물체에는 여..

한밤의 도서관 2018.10.22

풍선인간

이번 임무는 의뢰인이 없다. 나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목표물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요즘은 비수기다. 살인청부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어쨌든 그 덕분에 자잘한 일을 해치울 여유가 생겼다. -이런 귀찮은 일 中 찬호께이 책이라 또 얼매나 두꺼우려나...? 했는데, 단편에 하드커버지만 매우 가벼워서 놀랐다. ㅋㅋ 테두리라던지 단편 제목 표시되는 부분이 디자인이 깨알같이 되어있어서 독특했고 초능력이 생긴 후에 킬러로 직업을 바꿨는데, 아니 무슨 데스노트야? ㅋㅋㅋ 웃겨 죽는 줄 접촉만 하면 생각하는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이 책은 읽으면서 말랑한? 소네케이스케 느낌이 났다. 풍선인간이 에피소드 책이 또 나온다니 기대된다.ㅎㅎㅎ

한밤의 도서관 2018.09.19

빙평선

하늘과 대지 사이에서 개미처럼 좀스럽게 살다 보면 마음까지 대자연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베어낸 목초와 똑같이 서서히 발효해 양분도 불어나고 이윽고는 퇴비가 된다. 다쓰로는 몸의 깊은 안쪽부터 썩어서 흙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에게 산다는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파산 면책을 받은 시점에 함께 상실해 버린 뭔가가 있었다. - 설충 中 “나는 사랑과 일 중에서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는 둘 다 내버리고 싶어져. 그래서 항상 양쪽 다 확실하게 손에 넣을 방법만 생각하려고 해.” 결혼과 이혼을 거쳐 마흔을 코앞에 두고 보니, 힘겨울 때 혼자서 뚫고 나가겠다는 각오만 단단히 해두면 의외로 힘든 일 따위 찾아오지 않는 법이라는 것도 차츰 알게 되었다. 액운도 재..

한밤의 도서관 2018.06.12

그대 눈동자에 건배

공장은 작년 가을부터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공장을 돌려보려해도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직원들 월급은 몇 달 치나 밀렸다. 불어날 대로 불어난 빚을 갚을 전망 따위, 전혀 없었다. 회사는 이제 곧 도산할 터였다. 이 집도 저당이 잡혀 있다. 즉 거처할 곳도 없어지는 것이다. 성실하게 살아왔다. 오로지 성실하게 온 힘을 다해 산다고 살아왔다. 그래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깨달았다. -새해 첫날의 결심 中 “원래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실사영화를 많이 봤어. 근데 언제부턴가 실사를 보는 게 힘들어지더라고.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찾게 된 거야.” “어째서 힘들어졌는데?” “글쎼, 어째서일까. 아무튼 실제 인간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 그만, 이라는 기분이 들어. 사람 얼굴은 현실 세..

한밤의 도서관 2017.12.15

레이먼드 챈들러 - 밀고자외 8편

그는 갑자기 미소를 띠었다가, 이내 평생 미소를 지어 본 적이 없다는 듯 거두었다. 그가 이죽거리듯 느른한 음성으로 말했다. -밀고자 中 “도박사는 차 버려.” 다이얼이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녀석은 당신을 수렁에 빠뜨릴 거야.” 그녀가 잔을 홀짝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얼이 그녀의 손에서 잔을 빼내, 같은 자리에 입을 대고 마신 후 잔 두 개를 든 채 상체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다시 키스를 했다. -네바다 가스 中 그는 흔들의자에 앉아 몇 분 동안 꼼짝 않고 담배만 피웠다.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은 평온했고, 검은 두 눈은 다른 먼 세상을 향해 있었다. 마침내 그의 입꼬리에 단호한 미소가 걸렸다. 미소 속에 희미한 냉소가 배어 있었다. 미소를 지운 그는 묵묵히 집 안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신을 끌어..

한밤의 도서관 2016.09.10

나와 춤을

맞는 말이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느끼며 모인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그런데 날카로운 칼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또다시 우리의 평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어째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나요? 어째서 둘 다 선택하면 안 되는 거죠? 모두가 똑같은 걸 본다고 똑같이 느낀다는 법은 없지 않을까요? 그런 거, 부자연스럽지 않나요?”-주사위 7의 눈 中 “마침 점심시간이라 어디를 가나 자리가 없었어요. 어디나 회사원들로 만원이었죠. 활기가 가득하고, 스피드가 넘치고. 학생 신분에서 직장인을 바라보면 스피드가 넘치더군요. 다들 그저 점심을 먹는 것뿐인데 압도돼서 말이에요. 다들 저렇게 취직해서 일하고 있구나 생각하니까, 이도 저도 아닌 처지에서 어설픈 구직 활동을 하는 제가 너무너무 비참하게 느껴져서 가게에 도저..

한밤의 도서관 2015.07.14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말을 안 하면 당신을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집니다. 말을 안 해도 당신과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 말할까 생각했습니다.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혼잣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원히 듣고 싶었는데.”-파도에 꽃피우다 中 “넌 말이지, 정말로 영혼이 고독해. 사람들한테 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네 자신 속에서만 담아놓고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네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전혀 없지. 말도 어눌하고 머리도 모자라. 사람이란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지. 언젠가 누군가가 나타나서 너를 구해줄 거라는 환상 따윈 빨리 버리라고. 만약 ..

한밤의 도서관 2015.01.19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 괴 환 상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엔 제정신인 거 같고, 또 남들도 그렇게 대해준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진짜 제정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어쩌면 미치광이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너무 심하다면 정신병자일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저라는 인간은 정말 이 세상이 너무 시시해서 살아 있는 것이 지루하고 지루해서 아주 미칠 것만 같습니다. -붉은 방 中 돌아라, 돌아라, 시계바늘처럼 멈추지 말고. 네가 돌고 있는 동안은 가난도, 늙은 아내도, 코흘리개 어린애의 울음소리도, 월남미로 지은 도시락도, 우메보시 하나뿐인 반찬도 뭐도 모든 걸 잊는다. 이 세상은 즐거운 목마의 세계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고, 내일도 모레도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목마는 돌아간다 中 불현듯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어쩌면 영겁토록 이렇게 커다랗게 원을..

한밤의 도서관 2013.05.24

차가운 밤에

가령 내가 쿄지를 열렬하게. 정말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있다면 문제는 없다. 지금이라도 쿄지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할 수도 있다. 쿄지는 좋은 사람인데, 왜 좀 더 애틋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지금 당장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왜 둘이 있으면 고독이 짙어지는 것일까. 이를테면 내가 좀 더 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면 되는 일이다.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다감한 딸이 되면 되는 일이다. 집까지는 전철을 타고 30분. 전화를 걸어 요행히 남동생이 받으면, 차를 몰고 데리러 와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낯익은 식탁에서 넷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어째서일까. 왜 그런 일이 이토록 싫을까. 진절머리가 난다. 치가 떨린다. 죽어도 싫다. 혼자 있는 ..

한밤의 도서관 201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