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123

차가운 밤에

가령 내가 쿄지를 열렬하게. 정말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있다면 문제는 없다. 지금이라도 쿄지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할 수도 있다. 쿄지는 좋은 사람인데, 왜 좀 더 애틋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지금 당장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왜 둘이 있으면 고독이 짙어지는 것일까. 이를테면 내가 좀 더 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면 되는 일이다.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다감한 딸이 되면 되는 일이다. 집까지는 전철을 타고 30분. 전화를 걸어 요행히 남동생이 받으면, 차를 몰고 데리러 와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낯익은 식탁에서 넷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어째서일까. 왜 그런 일이 이토록 싫을까. 진절머리가 난다. 치가 떨린다. 죽어도 싫다. 혼자 있는 ..

한밤의 도서관 2011.04.27

도시여행자

누군가를 천천히 좋아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을 천천히 인정할 수 는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천천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역시 불가능한 것 같다. -나날의 봄 中 언제쯤이었을까,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데 히로미가 말했다. “요즈음 말이야, 내 미래를 상상해도 거기에 아이 모습이 없어.” 무슨 깊은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그냥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오사카 호노카 中 단편소설 모음집. 음,,,, 글쎄눈에 안 들어오는 단편은 바로바로 넘겨버렸으니까.절반도 안 읽은 셈이 되지만 오사카 호노카 중에서내 미래를 상상해도 아이 모습이 없다는 말이 쿵- 와 닿았다. 현재로선 내 미래를 상상해보면 나는 혼자니까.

한밤의 도서관 2011.03.29

셀마의 단백질 커피

셀마의 단백질커피 2008 • 감독 : 김운기, 연상호, 장형윤 [셀마의 단백질 커피]는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영화. 영화의 제목은 각 애니메이션의 키워드를 합친 것 이라고 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평화로운 마을. 갑자기 닥친 큰 비. 당황하는 사람들. 정부의 안일한 자세. 위 그림은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 해봤을 법한 놀이인데, 이 다음 다음 박스 위에 고양이를 묶어두고 세워 놓은 박스 순서대로 태우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요새 어린 것들은 ... ㅉㅉㅉ???) 판타지 멜로 무림 제일검의 검객은 강철과 같은 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원했으나, 환생한 것이 커피 자판기. 가슴에서 따뜻한 커피가 나오는 검객, 술만 먹으면 동정심이 생기고 버스를 타면 머리가 아픈 혜미.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한 장면은..

먼지쌓인 필름 200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