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유스케 14

미스터리 클락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옛날부터 그에게 친근감을 느꼈어요. 얼굴이 저랑 많이 닮은 것 같은데, 제 입으론 뭐라고 말할 수가 없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척추동물이라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아요.” 코 양쪽에 눈이 있고 코 밑에 입이 있는 거라면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실험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빛을 조금도 반사하지 않는 완벽한 검은색은 존재하지 않아요. 탄소 나노튜브로 만든 반타블랙(Vantablack)이라면 빛의 반사율이 0.04퍼센트 밖에 되지 않으니 CCTV 영상에서 캄캄하게 보이겠죠. 따라서 완전한 보호색을 얻으려면 옷과 바닥 모두를 반타블랙으로 만들어야해요. 어떤 검은색 옷이라도 이 바닥의 명도와는 다르고, 바닥에서 튀어나온 물체에는 여..

한밤의 도서관 2018.10.22

말벌

붕붕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날아다니는 모습은 예전에 깐족거리며 나를 야단치던 과장을 연상시켰다. 안자이. 당신, 일할 마음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엉? 대체 무슨 생각이야?내가 웬만해선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이제 도저히 못 참겠어. 영업일지는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는 자네를 생각해서 위에 보고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은 안돼.우리 회사가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있는 줄 알아? 살고 싶으면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아니, 잠깐만. 그것이야 말로 안자이 도모야 작품의 영원한 주제가 아닌가.인생이란 싸움의 연속이다. 싸움을 포기한 자는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안자이, 당신은 회사의 집이자 밥벌레야.일할 마음이 있긴 한 거야? 동료들..

한밤의 도서관 2016.03.31

자물쇠가 잠긴 방 ~ 거울나라의 살인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어둠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출구 없는 미로에서 탈출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방법은 단 하나 부디 눈을 떼지 말고 거기에 있는 어둠을 지그시 응시해서 봐주세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고 진실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반드시 출구에 도착할 것입니다 鍵のかかった部屋 ~鏡の国の殺人 [자물쇠가 잠긴 방-거울나라의 살인] 2014 • 편성정보 : 후지TV (금) 오후 09:00~ (2014년 01월 03일~2014년 01월 03일 방송종료) • 출연 : 오토 사토시, 토다 에리카, 사토 코이치, 후지키 나오히토, 오카다 요시노리, 우카지 다카시, 사노 지로, 쿠로키 히토미 자물쇠가 잠긴 방 스페셜 드라마.사건 2개가 교차 진행 되다가 하나로 연결되는데, 후지키..

먼지쌓인 필름 2014.01.05

자물쇠가 잠긴 방

하지만 타카자와의 말에는 인간적인 감정이 부족했다. 이렇게나 관대하게 대해주는데 왜 마음에 와 닿는 게 하나도 없을까 싶어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타카자와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짜증 같은 것이 섞여 나왔다. 이렇게 감정이 없는 냉혈동물 같은 인간까지 짜증나게 할 정도니까 자신이 때때로 에노모토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준코는 묘하게 자기 합리화를 했다. -자물쇠가 잠긴 방 中 “저도 그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 발견자가 범인일 경우, 밀실을 억지로 열기를 주저하거나 최대한 손을 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죠. 뭐, 당연한 이야깁니다. 시체를 발견하는 척하며 스스로 밀실을 깨뜨리면 애써 만든 트릭이 무의미해지니까요.” -삐뚤어진 상자 中 드디어 읽은 [자물쇠가 잠긴 방]드라마보다 먼저 ..

한밤의 도서관 2013.07.25

악의 교전

우리 반 전원의 졸업을 축하한다. 悪の教典 (Lesson of the Evil) [악의교전] 2012 • 감독 : 미이케 다카시 • 원작 : 기시 유스케 • 출연 : 이토 히데아키, 나카이도 후미, 소메타니 쇼타, 하야시 켄토, 야마다 타카유키, 미즈노 에리나, 후키코시 미츠루 악의 교전,이건 어떻든 영상 화 된 걸 보고 싶었다. 영화 초반부 컨닝 문제부터 시작한다. 우앜! 기시 유스케 작가 님이 나오셨네요.하스미 선생, 잘 부탁합니다 ㅋㅋ 대박 ㅋㅋ 응? 양호 선생이 드라마하고 캐스팅이 바뀌었잖아? 좀 더 나은 것 같긴 한데..... 나름 비중 있는 여고생인데, 왜 색기가 부족한 친구를 골랐습니까?일드 [피스]에서 촌스러운 비주얼 역으로 처음 봐서 그런가,,,, 그렇고 그런 사이... 하스민을 싫어?하..

먼지쌓인 필름 2013.05.18

다크 존

“다크 존은 무슨 일이든 일어나는 공간이다. 현실세계의 시간과 이곳의 시간은 완전히 다르다. 시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같은 자리를 맴돈다. 그로 인해 다크 존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시간은 사실상, 혹은 감각상 영원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인생이란 늘 그랬다. 항상 이기는 일만을 생각했다. 대학 입시 준비도 그랬지만 우선순위는 낮았다. 무엇보다도 장기가 우선이었다. 장기에서 이기는 것만이 인생을 개척 해준다고 믿었다. 이기고, 이기고, 또 이기면 장기를 평생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 거기서 또 이기면 일류 기사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대기업 직장인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그러고도 또 이기고, 이기고, 이기면……. 재능 차이라면 이제 와서 달리 뾰족..

한밤의 도서관 2013.03.07

악의 교전

예를 들어 어떤 말이 차별어 인지 아닌지는 거기에 포함된 인간의 생각에 의해 결정될 따름이죠. 귀중한 문화유산인 언어를 일부 인간의 방자한 생각으로 말살하는 행위는 당치도 않은, Outtageous한 얘기입니다. 하스미는 그가 시간낭비를 가장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간파했다. 이런 사람은 교사의 급여로 따지자면 상상도 하지 못할 시급으로 움직인다. 그 때문에 시간은 곧 돈이라고 생각하며 하찮은 문제에 필요 이상으로 시간 쓰는 일을 두려워한다. 결국 어려운 상대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부류들과는 달리 조기에 결말을 짓기 쉬운 상대이기도 하다. 학교는 아이를 지키는 성역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창이라는 사실을......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

한밤의 도서관 2012.09.04

두번째 크림슨의 미궁

결국 참기 힘들었던 것은 배고픔도, 밤이 되면 찾아오는 추위도, 목욕을 할 수 없는 불편함도 아니었다.“그럼 뭐였어요?” 아이가 물었다. “다리였어.” “다리리고요?” “눈앞을 지나가는 숱한 사람들의 무관심한 다리, 행선지가 분명한 사람들의 다리... 또박또박 견고하게 걸어가는 구둣발 소리가 마치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나는 살기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는데, 그 발소리는 마치 “너는 실패자다. 네가 하는 일은 모두 무의미하다’고 끊임없이 외치는 것만 같았지.” “왜 그렇게 나를 괴롭히느냐는 얼굴이군. 내게 딱히 그런 취미는 없어. 다만 네가 좀 더 무서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야. 너는 우리의 도시락이니까. 도시락은 도시락답게 더 더 더 공포를 느껴야 마..

한밤의 도서관 2012.04.17

두번째 천사의 속삭임

지금 카미나와 족 청년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이게 뭐냐고 묻네요. 반짝거리는 판 위에 개미 같은 글자가 점점이 널려 있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은가 봅니다. 자꾸만 손을 대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들의 손에 컴퓨터를 맡길 만한 용기는 생기지 않는군요. 통역에게 부탁해서 자격이 있는 주술사가 아닌 사람이 손을 대면 재앙을 가져온다는 식으로 말해주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쪽 눈을 가리고 액정 화면을보고 있네요. 새삼 인간만큼 호기심이 강한 동물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카마쓰 선생은 카미나와 족이 애완동물로 기르는 오셀롯(Ocelot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산고양이의 일종입니다)을 보면서도 종종 겁먹은 표정을 짓더군요. 언젠가 그 일로 놀렸더니 불끈해서 반론을..

한밤의 도서관 2012.04.06

도깨비불의 집

이 세상에 밀실이 어디 있단 말인가? 분명히 선입관에 사로잡혀서 눈이 흐려졌을 것이다. -도깨비불의 집 中 “예전에 베테랑 형사한테 들은 적이 있어요. 범인이 범행을 숨기기 위해 현장에 물건을 놔두었을 때는 한눈에 알 수 있다고요. 뒤가 켕기기 때문인지, 신중해야 한다는 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기도 모르게 살며시 놓아둔다고 하더군요. 케이 씨도 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그 핀셋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검은 이빨 中 그녀는 턱에 검지를 대고 신중한 모습으로 도어체인 문제를 생각하는 듯했다. 요즘은 뇌를 움직이지 않고 입만 움직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그 모습은 케이의 눈에 매우 신선하게 보였다. 준코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케이 씨가 성악설의 신봉자라는 건 알고 있지만요…….” “전 성악설을 좋아..

한밤의 도서관 2011.08.09

유리망치

“수면에는 렘 수면과 논렘 수면이 있어. 렘 수면 중에는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몸은 잠든 상태야. 눈동자가 심하게 움직이는 데서 ‘Rapid Eye Movement' 의 약칭으로 REM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어” “그런 이름의 록 그룹이 있었으니까 알아” “하지만 논렘 수면이란 건 바로 그것의 반대지. 뇌는 잠들어 있어도 몸은 활동이 가능한 상태에 있는 거야. 눈동자 운동은 보이지 않고. 소위 몽유병이라는 건 논렘 수면기에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은 뇌가......” “ 이젠 됐어. 몽유병과는 관계 없는 거지?” 준코는 짜증스러워 말을 가로막았다. “그렇다니까 문제는 렘 수면 행동장애야 이건 수면 중에 운동 억제기능이 저하됨으로써 꿈의 내용이 그대로 행동에 나타나게 되는 병인데.......” 일반 O..

한밤의 도서관 2011.03.21

두 번째 검은 집

“자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감상이라는 것은 감정의 대체물이지. 따라서 감상적인 사람은 전혀 정반대인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어. 하나는 사춘기 소녀처럼 감정의 에너지 자체가 과잉된 경우, 또 하나는 정상적인 감정의 흐름이 어떤 이유로 막혀버려서 감상이라는 배출구로 터져나가는 경우지, 메구미는 분명히 전자이고, K는 후자라고 생각해.” 카운슬러는 조언을 해줄 수 있어도 어차피 방관자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전혀 다른, 복잡하기 짝이 없는 우주라는 거예요.” “신지 씨는 생물학과를 졸업하셨다고 하니까, 생물의 r 전략과 K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요?”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전공분야였기 때문에 쉽..

한밤의 도서관 2010.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