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은 인간의 정신적 기능을 윤리, 감정, 감각, 직관의 네 가지로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서도 다른 기능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감정이었다. 그것은 어두운 바다와 다를 바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 깊이 잠들어 있는 마음의 에너지를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으로, 강한 감정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이 그 힘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내적으로만 확산시킬 경우 불과 몇 초 만에도 위벽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한다. 유카리는 지금의 히로코와 비슷한 상태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몇 번인가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이른바 모에쓰키 증후군(충실하게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증상으로 우울, 권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이었다. 한신 대지진 자원봉사자 가운데도 진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