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도깨비불의 집

uragawa 2011. 8. 9. 22:53

이 세상에 밀실이 어디 있단 말인가? 분명히 선입관에 사로잡혀서 눈이 흐려졌을 것이다.
-도깨비불의 집 中



“예전에 베테랑 형사한테 들은 적이 있어요. 범인이 범행을 숨기기 위해 현장에 물건을 놔두었을 때는 한눈에 알 수 있다고요. 뒤가 켕기기 때문인지, 신중해야 한다는 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기도 모르게 살며시 놓아둔다고 하더군요. 케이 씨도 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그 핀셋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검은 이빨 中



그녀는 턱에 검지를 대고 신중한 모습으로 도어체인 문제를 생각하는 듯했다. 요즘은 뇌를 움직이지 않고 입만 움직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그 모습은 케이의 눈에 매우 신선하게 보였다.



준코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케이 씨가 성악설의 신봉자라는 건 알고 있지만요…….”
“전 성악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부정을 저지른다고도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기회가 주어져도 자제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요. 또 일부 사람들이 항상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집단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졌을 때, 아무리 멤버를 선발한다고 해도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장기판의 미궁 中



……예전에는 개를 뛰어난 방범 장치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먹이로 길들일 수 없는 개는 거의 없지요.”
에노모토 케이는 대문 너머로 돈류고에게 소고기 육포 같은 것을 하나씩 주면서 말을 이었다.
“시베리아허스키Siberia Husky나 알래스칸 맬러뮤트Alaskan Malamute가 좋은 예로, 겉으로 보기엔 늑대처럼 험상궂게 생겼지만 원래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 살아서 그런지 사람을 보면 꼬리를 흔들고 좋아해요. 도둑도 대환영이고요.”

“몇 년 전에 이런 사건이 있었지요. 아마 한국인 것 같은데, 주택가에서 살인 방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고, 경찰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한 건 피해를 입은 집의 개였지요. 그 개가 범인을 목격했다고 여긴 형사는 개에게 바우링궐Bouw-Lingual 개짖는 소리 해독기을 붙여서 용의자에 얼굴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바우링궐이 뭔지 아십니까?”
준코는 태연하게 모르는 척을 했다.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요.”
“일본 회사에서 만든 개 짖는 소리를 번역하는 장난감이지요. 개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면 화면에 ‘배고파요’라든지 ‘놀아줘요’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무리 벽에 부딪혀도 그렇지, 그걸 수사에 이용하려고 하다니…… 아니, 지금 가지고 있는게 뭔가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헛기침을 하고 가방에서 콤팩트를 꺼내서 얼굴을 손질하는 척 했다.
-개는 알고 있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