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어떤 말이 차별어 인지 아닌지는 거기에 포함된 인간의 생각에 의해 결정될 따름이죠. 귀중한 문화유산인 언어를 일부 인간의 방자한 생각으로 말살하는 행위는 당치도 않은, Outtageous한 얘기입니다.
하스미는 그가 시간낭비를 가장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간파했다. 이런 사람은 교사의 급여로 따지자면 상상도 하지 못할 시급으로 움직인다. 그 때문에 시간은 곧 돈이라고 생각하며 하찮은 문제에 필요 이상으로 시간 쓰는 일을 두려워한다. 결국 어려운 상대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부류들과는 달리 조기에 결말을 짓기 쉬운 상대이기도 하다.
학교는 아이를 지키는 성역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창이라는 사실을......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행운이나 다른 사람보다 빨리 위험을 감지하는 직감, 또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만한 무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의 대부분은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다. 상대방의 감성과 깊이 공감하기에 역시 그의 마음의 변화를 쉽게 느끼고 상상한다. 그렇지만 하스미의 경우는 정반대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거짓말을 간파한 이유는 오히려 거짓말이라는 개념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프게 상대방에게 공감하지 않으니까 판단력이 흐려지지도 않는다.
인간의 마음에는 논리, 감정, 직감, 감각 이라는 네 가지 기능이 있다. 그중에서 논리와 감정은 합리적 기능, 직감과 감각은 비합리적 기능이라고 불린다. 합리적 기능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명확한 인간관계가 성립하지만 비합리적 기능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지 못한다.
그 어떤 깜깜한 밤보다도 더 어두운 절망의 밤. 하스미는 비상구도 없는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부모님을 깊이 동정했다.
휴일이라도 되면 온종일 어두컴컴한 방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멀뚱하니 앉아 있다. 저녁이 되기 전에 어딘가로 외출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결국 나가지 못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은 아주 잠시나마 안식이 주어진다. 쉬지않고 내리는 빗방울이 지은 지 30년이 지난 주택을 음산한 기운으로 채우지만, 그래도 눈이 부시도록 부엌을 가득 채우는 저 사악한 석양보다는 훨씬 낫다.
“......생명은 절대 자신만의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죽음을 선택하면 그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 깊이 상처를 받습니다. 아니, 그사람들의 마음 일부분이 그사람과 함께 죽는다고 봐도 좋습니다.”
‘글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본질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 성격이 논리적인지 감정적인지. 아이큐가 높은지 낮은지. 정서가 안정적인지 공격적인지.
<모리타트>는 <서 푼짜리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패티 페이지나 엘라 피츠제럴드가 리메이크해서 부른 영어판 <칼잡이 맥>은 재즈의 기준이 되었다.
‘mod’는 ‘살인’, ‘tat’는 ‘죽었다’라는 뜻으로 이 둘을 짜 맞춘 ‘moritat’라는 합성어는 ‘살인귀’를 의미한다고 한다.
연쇄살인범의 천국인 미국에는 두 명의 사이코패스가 만나 의기투합하면 그다음에는 협력해서 범죄를 쌓아올리며 아름다운 우정을 다진다는 전통이 있다.
여기에는 경쟁자가 없다. 주위의 선생님들을 둘러보고 그렇게 느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진정한 경쟁에 뛰어든 적이 없을뿐더러 정말로 무서운 상대와 맞부딪힌 경험도 없었다. 학교란 물이 고인 연못과 같다. 가재나 메기가 위세를 떨치고 기껏해야 어쩌다 실수로 자리 잡은 악어거북이나 블랙배스가 살 뿐이다. 메가로돈과의 싸움에서 당한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잠시 바다를 떠나온 황소상어의 눈에는 주위가 온통 먹이 천지로 보이는 이상적인 은신처였다.
하스미는 어울리지도 않게 일기일회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사람과 만나 같은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고 마지막에는 그 생명의 불꽃을 불어서 꺼준다. 그것이야말로 유한한 생을 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농밀한 관계가 아닐까.
“요즘 아이들은 감정의 기복이 얕은 듯합니다. 게다가 현실감이라고 할까, 본인이 살아 있다는 실감이 흐릿해서 주변에서 비극이 일어나도 그걸 자신과 연관해서 생각하지 못하지요.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약해진 게 아닐까요?”
추리소설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밀실 트릭 정도를 자신을 지키는 방패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진짜 의심을 받으면 반드시 밝혀져 버리니까.
나 같이 아무 쓸모없는 인간에게는 습격자 역시 관심을 갖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나는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다. 쓰레기 같은 존재다. 죽여봤자 헛수고다. 그러니까 못 본 척 해줘. 죽고싶지 않아.
반 아이들이 모두 살해당해도 상관없다. 그런 일 쯤은 별거 아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전부 잊어버릴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만은 살고 싶다.
하느님, 제발 살려주세요.
힘들게 4반에 모아둔 미소녀들을 이런 식으로 쏴죽이게 되다니 정말 유감스럽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라면 즐겨야겠지. 사냥감치고 이보다 더 사치스러운 포획물이 또 있을까.
난 오늘 밤 여기에서 죽는 걸까? 멍하니 생각한다.
오래전에 읽은 어떤 작가의 책에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장 의외의 형태로 찾아온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사형 선고를 받고 남은 시간을 세어가는 죽음에 비할 만한 괴로움은 없으니까. 갑자기 닥쳐오는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비로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죽음은 몇십 년이 더 지나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일이어야 한다. 정원을 손질하는 도중에 갑자기 가버리는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연쇄살인범의 대부분은 자기과시형과 쾌락추구형의 정신질환자이며 재미를 위해 사람을 죽인다. 그들은 피해자를 단순한 사냥감으로 여기며, 스쳐 지나가는 길에 무작위로 희생양을 뽑는다. 예외로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처럼 금전을 목적으로 한 범죄가 상습적으로 되풀이 되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