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부터 ~ 1696

유리 갈대

돈과 여유를 줄 테니 마음대로 살아보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이만큼 구체적으로 조건을 제시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마음 흔들릴 일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니 뭐니 운운하지 않는 만큼 결혼생활은 담담했다. 테이블 너머에서 웃는 입술이 좌우 똑같이 올라갔다. 아무리 감추어도 입가에는 마음이 드러난다. 눈꼬리를 향해 정직하게 올라간 입꼬리는 사와키의 이목구비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보다 한번 무덤에 묻는 편이 서로를 위한거야. 당신은 앞으로도 살아갈 테고.” 한 권으로 정리하는 일에 대해 기이치로는 ‘묻는다’라느 표현을 쓰고, 다시 고칠 수 없는 곳까지 가지 않으면 새로운 것도 태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바다, 좋아했던가.” “좋다, 싫다 생각한..

한밤의 도서관 2016.10.21

mozu

Mozu (Mozu the movie, 모즈, 2015) 감독 하스미 에이이치로 원작 오우사카 고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기타노 타케시, 카가와 테루유키, 마키 요코, 이케마츠 소스케, 이토 아츠시, 스기사키 하나, 아베 츠요시, 이세야 유스케, 마츠자카 토리, 하세가와 히로키, 코히나타 후미요 홈페이지 http://mozu-movie.jp/ 잊고 있다 찾아 본 영화 결론만 말하면 시즌 2랑 스핀 오프가 제일 괜찮았다. 초반, 마츠자카 토리 나와서 또라이 연기로 시간 다 잡아먹고, 신가이 등장은 정말 뜬금 없었음. 발달 장애 여자애도 연결 고리로 나오기에는 계속 거슬림. 오랜만에 이세야 유스케 보는데 왜 또 이렇게 헤쓱한건지 ㅋㅋㅋㅋ 하세가와 히로키도 그렇고, 달마 기타노 타케시도....... 뭔가 다..

먼지쌓인 필름 2016.10.15

미스테리아 8호

잠시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나는 나를 덮쳐오는 다른 형태의 죽음, 이질감이라는 이름의 죽음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평소 나와 일상 사이에서 닻줄 역할을 하는 인과 관계의 끈들이 모두 끊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서서히 모두 나에게서 멀어져갔고, 나는 단절된 채 홀로 남았다. 그곳에는 우리 둘 말고 아무도 없었다. 에인슬리의 소매를 붙들고 있던 손이 외투 가장자리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나는 무릎을 꿇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부끄럽지 않았다. 자존심이나 위엄 같은 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위로가 될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다면 바닥에 엎드러 길 수도 있었다. -사라진 앨리스: 코넬 울리치 스포츠 얘기 나와서 재미가 1도 없었음 ㅠ 요네자와 호노부가 나왔는데, 그러고보니 이 작가 작품은 한 권도 안 읽었네? ..

한밤의 도서관 2016.10.05

할로, 케빈

그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크던 작던..자신만의 방법으로 그것을 이겨낸 사람도 있고,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도 있겠지. 어쩌면 내가 하는 고민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늘 그랬듯 답을 찾기 못하고, 무덤덤해질지도 모른다. 요즘 먹색 일러스트레이션에 빠져서, 그림도 사고 책도 산다. 이 책은 온통 다 먹색이다. 삽입된 작품 두 개 정도가 컬러. 일러스트가 둥글둥글~ 연필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책도 1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더라고. 알라딘에 검색하니까 당연히 안 나옴. 그래서 어플에 등록하는데 애 좀 먹었음. 바코드 검색도 안되고, 키워드 검색도 안되니까... + 행복이란 뭘까?를 고민하는 젊은 청년의 이..

한밤의 도서관 2016.10.04

탐방서점 -금정연과 김중혁, 두 작가의 서점 기행

제가 언젠가 ‘책등포비아’라는 개념을 생각한 적이 있는데, 꽂아놨을 때 이게 어떤 책인지 규정이 안 되면 힘들어하고, 심지어 뭔가 헐겁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어떤 사람들한테는 책이라는 것이 무겁고 소중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독립출판의 제작 방식을 가진 책을 유통할 때, 거기에서 생기는 충격파가 꽤 클 때가 있습니다. 배포하고 판매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저희가 좋아하는 책이 기준점 이하로 판매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이 책은 좋다, 이 책은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늘 호응을 받았던 것이 좋았습니다. 또 ‘아 이건 돈이 필요해서 하는 거야’라는 말을 안 해서 행복해요. 뭐 그런 멘트를 아예 할 수 없는 책들로 저희를 무장시키고 살고 있기 때문에,..

한밤의 도서관 2016.10.02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회의의 기술 회의석상에서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들이밀거나, 다른 사람 의견을 자기 논리로 끌어들여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식으로는 비난과 반발을 일으킬 뿐, 일 진행에 전연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이런 병맛 짓거리를 회의의 기술로 착각하는 멍청이들이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데 흥미가 있는 사람은 돈을 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최대의 이윤이라는 떨떠름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경영자다. 현대 사회의 비극은 여기서 발생한다. 상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모든 중요한 결정을 경영자가 내린다. 당연히 경영자는 좋은 물건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대략 이런 패턴을 따른다. 첫째 돈이 되네, 둘째 할 수 있네, 셋째 한다. 여기에 ‘왜 하지?’, ..

한밤의 도서관 2016.09.29

Littor 2016 8.9

중국집을 빠져나온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멀어지는 친구의 뒷모습이 자꾸 흔들리니까 슬펐습니다. 나를 뒤에서 보는 일도 저렇게 슬픕니까. 무엇보다 우리 집으로 가는 골목은 왜 또 이토록 멀고 복잡합니까. 가로등도 없이 어둡고 아득했습니다. 희망은 없고 장래만 남은 삶은 또 얼마나 지루합니까. “난 하루 종일 하기 싫은 일을 한단다. 왜 그런지 알겠니? 다 널 위해서란다, 열받게좀하지마알렉시야! 언젠가는 네가 나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날이 오겠지. 가족이란 그런거니까.” 어머니는 내가 이미 어머니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어머니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드린다. 난쟁이 만한 용돈에도 불평 안 하고 참는다. 하지만 우리가 가족이니까 이런 짓 안 하는 거다. 공중도덕에..

한밤의 도서관 2016.09.28

엿듣는 벽

호텔에서 일한 몇 달 동안 콘수엘라는 옷장을 상당히 풍성하게 재정비해오고 있었다. 남는 옷가지 몇 개 좀 가져온다고 절도라고 할 순 없었다. 그건 상식의 문제, 심지어 정의의 문제에 더 가깝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부자고 다른 사람들은 아주 가난하다면, 약간 균등하게 나눠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콘수엘라는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없어. 냄새가 나잖아. 썩었으면 냄새가 나는 법이지.” 지배인인 에스카미요가 말했다. “몇 방울 마셨을 뿐이에요. 기운을 차리려고.” “몇 방울은, 하!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돼지 자식에게 모욕당하고 내가 가만히 참을 줄 알아!” “지금 네까짓 게 나를 돼지 자식이라고 부른거야. 이 도둑년이!” 서른세 살인데 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한밤의 도서관 2016.09.22

99.9 형사전문 변호사

99.9 -刑事専門弁護士- (99.9 ~형사 전문 변호사~, 2016)편성정보 TBS 日 21:00 | 10부작, 2016.04.17 ~ 6.19 |출연 마츠모토 준, 카가와 테루유키, 에이쿠라 나나, 아오키 무네타카, 카타기리 진, 마기, 와타나베 마키코, 키시베 이토쿠홈페이지 http://www.tbs.co.jp/999tbs/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999_tbs/ 간만에 일드 같은 일드 본 느낌. 예전에는 분기마다 3-4개 씩은 본 것 같은데, 요새는 1개 건지기도 힘들지 싶다. 오랜만에 마츠 준 자기 캐릭터랑 잘 맞는 연기한 것 같음. 에이쿠라 나나도 연기가 많이 늘어서 좋고, 에피소드마다 깨알 같은 재미가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스펙 같은 느낌 이랄까..

먼지쌓인 필름 2016.09.14

레이먼드 챈들러 - 밀고자외 8편

그는 갑자기 미소를 띠었다가, 이내 평생 미소를 지어 본 적이 없다는 듯 거두었다. 그가 이죽거리듯 느른한 음성으로 말했다. -밀고자 中 “도박사는 차 버려.” 다이얼이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녀석은 당신을 수렁에 빠뜨릴 거야.” 그녀가 잔을 홀짝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얼이 그녀의 손에서 잔을 빼내, 같은 자리에 입을 대고 마신 후 잔 두 개를 든 채 상체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다시 키스를 했다. -네바다 가스 中 그는 흔들의자에 앉아 몇 분 동안 꼼짝 않고 담배만 피웠다.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은 평온했고, 검은 두 눈은 다른 먼 세상을 향해 있었다. 마침내 그의 입꼬리에 단호한 미소가 걸렸다. 미소 속에 희미한 냉소가 배어 있었다. 미소를 지운 그는 묵묵히 집 안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신을 끌어..

한밤의 도서관 2016.09.10

미스테리아 7호

어드바이스가 필요합니까. 조립식 건물 옆에 세워놓은 간판의 글귀였다. 그 글자 아래에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도 적혀 있다. 저렴한 가격, 신뢰 가는 어드바이스, 라고 씌어 있지만, 애당초 상담이라는 것은 시세가 정해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데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지 가격을 비교할 방도가 없다. “살아가는 우리들 앞을 늘 가로막아서는 게 무엇입니까?” 이나가키 씨가 물었다. “뭘까요.” “고민이나 문제지요. 그것뿐입니다. 저마다 고민을 끌어안고 있으면서 아무데에서도 그것을 풀 답을 얻지 못한 채 녹초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고있다, 그겁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나가키 씨는 말할 때 자기 배의 군살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말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고민이나 의문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싶어서 상담소..

한밤의 도서관 2016.08.18

미스테리아 6호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이소담 옮김, 코난북스 펴냄)는 고령화와 비혼화가 만난 ‘독신개호’(배우자가 없는 자녀가 부모의 개호를 도맡는 일)을 다루는데, 외부와의 일상적인 왕래가 단절되다시피 한 일대기 개호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날 밤 런던이 너무 더워 우리는 후텁지근한 공기를 식혀줄 한 줄기 바람을 기대하며 원룸 채광창을 활짝 열고 새까만 밤 하늘 아래 누워 잤다. 어둠에 잠긴 지평선 위 밤하늘은 열기로 가득하고 그 아래 자그맣게 자리한 이 도시도 숨막힐 듯한 더위에 몸부림 쳤다.-경계선 사건: 마저리 앨링엄 개인적으로 6호는 5호보다 컨텐츠가 별로...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이 책은 미래 내 이야기인줄.... 한 번 읽어 보고싶다.

한밤의 도서관 201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