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여유를 줄 테니 마음대로 살아보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이만큼 구체적으로 조건을 제시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마음 흔들릴 일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니 뭐니 운운하지 않는 만큼 결혼생활은 담담했다. 테이블 너머에서 웃는 입술이 좌우 똑같이 올라갔다. 아무리 감추어도 입가에는 마음이 드러난다. 눈꼬리를 향해 정직하게 올라간 입꼬리는 사와키의 이목구비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는 것보다 한번 무덤에 묻는 편이 서로를 위한거야. 당신은 앞으로도 살아갈 테고.” 한 권으로 정리하는 일에 대해 기이치로는 ‘묻는다’라느 표현을 쓰고, 다시 고칠 수 없는 곳까지 가지 않으면 새로운 것도 태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바다, 좋아했던가.” “좋다, 싫다 생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