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기서 알게 된 사실들을 곱씹으며 돌아섰다. 사실 사람들이 경보 시스템이라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촘촘한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개념도 없이 그저 닥치는 대로 덕지덕지 붙인 값비싼 전자기기들에 지나지 않았다.
차라리 몰랐다면 더 행복할까? 인생의 남은 1년 동안 ‘무지의 은혜’를 누리면서? 답은 ‘아니오’였다. 시한부 판결은 모든 것을 뒤바꾸었다. 기드온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이미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이승과 멀어진 것같은 기분이었다. 그의 우선순위가 갑작스럽게, 너무나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일에 시들해졌고, 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일도 무의미해졌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신경 쓰거나 금연해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다 부질없었다. 정말 모든 게 다 심드렁해졌다.
기드온은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지금도 그랬다. 곰곰이 돌이켜보니, 자신에게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겐 가족도, 진짜 친구도 없었다. 직장에서 친하게 지낸 동료도 없었다. 그나마 가장 가깝다 할 만한 톰 오브라이언조차 마음을 터놓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다. 둘은 어디까지나 업무상의 동료일 뿐이었다. 그가 진정한 친구라 여겼던 유일한 사람은 매춘부였다. 그리고 그녀는 기드온 자신 때문에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