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부터 ~ 1696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마지못해 일을 하면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으므로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그것이 오랜 시간의 단조로운 작업을 견딜 수 있는 비결임을 경험으로 배웠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샤워를 한 후 미나는 슈퍼드라이 맥주 캔을 땄다. 예전에 슈퍼의 제비뽑기에서 당첨된 5등 경품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마시려고 냉장고 구석에 보관해두었는데 두 달이나 꺼낼 일이 없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서러운 일도 많지만 만약 행복한 순서대로 사람을 줄 세우면 뜻밖에도 자신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자리에 서지 않을까.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그렇기도 했지만 그 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대답을 잡으려 했지만 마치 무의식이 거부하듯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갔다. “번거롭게 해..

한밤의 도서관 2014.03.27

왜 로비 보이가 되려 하지?

왜 로비 보이가 되려 하지? 그랜드 부다페스트인데 누가 싫겠어요? 호텔에 관한 최고의 학교잖아요 훌륭한 대답이야 The Grand Budapest Hotel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토니 레볼로리, 랄프 파인즈, 시얼샤 로넌, 애드리언 브로디, 윌렌 데포,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F.머레이 아브라함, 빌 머레이, 주드 로, 오웰 윌슨, 제이슨 슈왈츠먼 더보기 너무너무 좋아 웨스 앤더슨 감독님 신작. 7-8개월 전부터 내 컴퓨터 바탕 화면을 차지하고 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관 가서 2번이나 봤다. 초기에는 상영관이 적었는데, 점점 늘어나서 더 기쁨. + 주드로 오빠 왼쪽 뒤 ㅋㅋㅋㅋㅋㅋ 깨알같이 화면 속에 등장함 ++ 디테일 돋는 아기자기한..

먼지쌓인 필름 2014.03.23

침저어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상상하듯 형사의 감이란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텔레비전 드라마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넌 갑옷을 두르고 남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지. 한 마리 외로운 늑대인 척 행동하지만 너 자신을 드러내는게 두려울 뿐이야.” 새삼 스스로에게 말해보았다. 역시 내 마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소네 케이스케 작품이 2권이나 더 출간했다는 사실을 그동안 나는 왜 몰랐을까?? [코]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한번 더 읽어 볼까 하는 참에두 권 다 사버렸다. 다른 작품 먼저 보려고 했는데 [침저어]가 데뷔작이라고해 먼저 읽어 보았음. 스케일이 작은 사건인가 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커짐. 한마디로 정리하면 재미있었다.ㅋ(끝이야?ㅋ)

한밤의 도서관 2014.03.20

캡틴하록

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Harlock : Space Pirate) [캡틴 하록] 2013 • 감독 : 아라마키 신지 • 원작 : 마츠모토 레이지 • 출연 : 오구리 슌 , 미우라 하루마, 아오이 유우, 후루타 아라타, 후쿠다 아야노 하튼 애니메이션 보면 자기 네가 서양인 인줄 아는 듯한 친구들.. ㅋㅋㅋㅋ (겁나 우월한 미모) 근데 비주얼 진짜 쩐다 하록 겁나 멋있음 애니메이션 보통 잘 안 보는데오구리 슌이랑 미우라 하루마가 한다니 보고 싶었음. 오구리 슌이 하록 목소리 짱짱. 역시 분위기 미남이야 ㅋㅋㅋㅋㅋ 진짜 잘하더라. 미우라 하루마는 좀 너무 억지로 열심히 하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꽤나 괜찮았다. 한국 더빙 하록은 류승룡(더티 섹시ㅋ) 아저씨였는데,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는 뒤로 갈수록 좀 급하..

먼지쌓인 필름 2014.03.16

그녀에 대하여

버티는 인생만 살다 보면 자신이 뭐가 하고 싶어 이곳에 있는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아무튼 살아 보자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때로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앞이 없고 허전해서 선뜩한, 그런 때가 가장 즐겁다. 언제나 비행기든 차든 전철이든 타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떠다닌다는 것을 잊을 수 있다. 이동을 시작할 때만 좋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조금은 우울해진다. 또 지상으로 내려가 그 속의 시간에 발을들여놓아야 한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소용돌이치고 있고, 나는 그곳에 조금씩 포박되어 무언가를 받기도 하고 또 빼앗기기도 한다. 그런 것이야말로 삶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이 싫다. “..

한밤의 도서관 2014.03.15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謎解きはディナーのあとで (The After-Dinner Mysteries)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013 • 감독 : 히지카타 마사토 • 원작 : 히가시가와 토쿠야 • 출연 : 사쿠라이 쇼, 키타가와 케이코, 시이나 킷페이, 카나메 준, 코모토 마사히로, 오오쿠라 코지, 나마세 카츠히사, 타케나카 나오토, 미야자와 리에 이야 몹쓸 영화다 혼나야겠어 으앜 진짜 팬심(?)으로 봐도 스트레스 쌓일 지경이다 ㅋㅋㅋ 쓸데없이 스케일 커. 완전 킬링 타임.(으로도 추천하면 혼날....) 용스페셜 드라마로 방영해도 혼날 지경이다ㅏㅏㅏㅏ진짜 시이나 킷페이가 살렸넼

먼지쌓인 필름 2014.03.12

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하지만 나는 요즘 들어 진실을 완전히 알아버렸다. 원자력은 미래의 에너지 따위가 아니다. 증기기관에 속한 낡은 기술이자 이미 끝장난 과학이다. 그 증거로 대학에 원자력 학과가 없어졌다. 학생이 없어진 것이다. 이 과학은 학문적으로도 더는 미래가 없다. 모든 것이 안개 밑으로 가라앉으면 좋겠다. 깊고 깊게 잠겨버렸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정도로, 이 불결하고 고약하고 외설스럽고 피와 배설물의 악취로 가득한 어리석고 용렬한 세상.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나의 인생. 그것들이 무엇 하나 보이지 않게 될 정도로 안개에 깊이 잠기면 좋겠다. 그리고 그대로 소멸해 사라져버리면 좋겠다. 흔적도 없이. 비명을 지른 건 덩어리 주위 돌 위로 비어져 나와, 퍼져가고 있는 검붉은 액체 때문이었다. 엄청난 ..

한밤의 도서관 2014.03.11

라이온하트

처음으로 이 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절망을 기억하고 있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쾌활함을 상실하고 울적하고 나른한 표정이 된다. 한 걸음 밖으로 내딛는 순간, 후끈 하고 몸에 들러붙을 것 같은 고온다습한 공기에 압도당한다. 그것은 언제나 배부른 짐승이 얼굴에 대고 숨을 내뿜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지금은 배가 부르니까 살려주지만, 언젠가 배가 고프면 한입에 물고 날카로운 이빨로 찢어발겨 주겠다. 고 선고라도 받는 느낌이다. “그래요, 살아있는 인간처럼 무서운 것도 없지요, 사람을 잡아먹는 건 인간뿐이니까.” 같은 속도로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바늘이 하루의 8분의 5를 지나면 갑자기 하늘은 흐려지고, 창가의 화분에 물 줄 시간이나 된 듯 쏴아 하고 세면기를 뒤집은 것처럼 비가 쏟아진다...

한밤의 도서관 2014.03.08

질풍론도

사과하면서 이게 다 누구 탓이냐! 하고 따지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애초에 구즈하라가 좋지 않은 일을 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면서 내버려둔 것이 원인이지 않은가. 그런데 자기는 도쿄에서 거만하게 의자에 앉아 부하한테 전화로 질타만 하다니 뻔뻔하기도 하지. 한 번 더 구시렁거리면, 도고에 대한 악담이 봇물처럼 터질 것 같다. “알아. 있지, 네즈 씨, 이론은 전부 알아.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몸이 움직이지 않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아지경으로 탈 수가없게 돼 버렸어. 이런 나, 어쩌면 좋을까?” “어쩔 수 없는 경우란 게 있는 법이다.” “무엇을 위해? 세상을 위해? 국민을 위해? 아니잖아. 자신을 지키고 싶은 것뿐이잖아.”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거의 다 읽지만 읽히지 않는 건 과감하게 버..

한밤의 도서관 2014.03.04

최고의 이혼 Special

메구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벚꽃 나무를 올려다보며 꽃이 필 시기를 기다리며 벌써 벚꽃 놀이 할 약속을 주고 받습니다. 또 그 북적이는 계절이 찾아오겠네요. 어제 당신 꿈을 꿨어요. 당신이 많은 풍선을 가지고 오는 꿈이었습니다. 당신은 무수히 많은 풍선을 나와 자기 몸에 묶었습니다. 나와 당신은 풍선에 몸을 실어 하늘을 날았습니다. 메구로 강을 내려보자 마틸다와 핫사쿠가 올려다 보는게 보였습니다. 우에하라 씨 부부가 아기를 안고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바람에 흘러가며 날아다니기만 했습니다. 내 무력함이 조금 슬펐습니다. 강가 옆길을 오늘도 걷습니다. 이상하게 혼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저는 매일을 당신의 기억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最高の離婚 Special [최고의 이혼 SP] 2014 • ..

먼지쌓인 필름 201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