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부터 ~ 1696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비 내리는 3월, 잘 맞지도 않는 구두를 질질 끌면서 역으로 향했다. 스타킹에 물이 튀겨서 기분이 나빴다. 나는 이 스타킹이라는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무르기 쉬운 피부를 이런 정체 모를 것으로 감싸다니!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면접관은 하기와라 쇼켄을 닮았다. 나는 그의 긴 손눈썹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기에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저 그랬을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때는 얼마든지 ‘무난한’ 인간이 될 수 있다. “뚱뚱한 사람이 와구와구 먹고 있는 걸 보면, ‘아유, 그렇게 먹으면 안 되지’ 하고 걱정이 돼서 가슴이 아파. 영양사가 되어 식이요법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나 정말 뚱보를 좋아하는 성향일까?”-지망 中 4월이 ..

한밤의 도서관 2013.08.18

킹을 찾아라

자신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죽음의 충동에 시달리는 것은 자살성 사고라 불리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었다. 처음에는 하소연이나 할 작정이었지만, 한번 물꼬가 트이자 수다스러운 택시기사처럼 말을 멈출 수 없었다.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속마음이었지만 두 번 볼 일 없는 사람을 상대로 구태여 자신을 꾸밀 필요는 없었다. - 제 1부 A “검시하는 중에 시신의 양손 손톱이 깔끔하게 깎여 있는 것을 발견했지. 피해자가 스스로 깎은게 아니라 죽고 나서 범인이 깎은 거다.” “손톱에서는 생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데 어떻게 죽은 뒤에 깎은 줄 알죠?” “열 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좌우 균등하게 깎여 있었거든. 스스로 손톱을 깎으면 오른손과 왼손에 뚜렷한 차이가 난다. 오른손의 손톱은 왼손으로, ..

한밤의 도서관 2013.08.07

원숭이와 게의 전쟁

아, 카페오레가 새로 나왔네. 175엔이면 스타벅스보다 싼데. 가만있자, 여기가 어디였지? 음, 패밀리 마트로군. 앞으로는 패밀리마트만 찾아다녀야겠어. 이 정도 크기 카페오레는 흔할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없단 말이야. 준페이에게 등을 떠밀려서 도모키도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준페이가 “찬찬히 설명할 테니까”라고 말을 꺼낼 때는 대체로 좋은 얘기가 아니다. 아무리 기분 좋게 연주해도, 아무리 멋진 곡이라도 악보에는 끝이 있고 마지막 음표가 그려져 있다. 연주가 끝난 후에도 미나토는 한동안 눈을 감은 채로 앉아 있었다. 마지막 선율이 홀 맨 끝까지 가 닿으며 그 선율이 서서히 홀에 흐르는 시간 속으로 녹아드는 순간, 폭발하는 듯한 박수 소리가 일었다. 사와가 안뜰용으로 준비해 둔 슬리퍼를 꿰신고 ..

한밤의 도서관 2013.07.29

스트로베리 나이트 - 인비저블 레인

일전에 왜 붉은색으로 정했냐고 물은 적 있지? 피 색깔이기 때문이야 내가 흘린 피를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 붉은색으로 했어 반드시 극복해낼 거야 ストロベリーナイト (Strawberry Night) [스트로베리 나이트] 2013 • 감독 : 사토 유이치 • 원작 : 혼다 테츠야 • 출연 : 타케우치 유코, 니시지마 히데토시, 오사와 타카오, 코이데 케이스케, 우카지 타카시, 마루야마 류헤이, 츠가와 마사히코, 와타나베 잇케이, 엔도 켄이치, 타카시마 마사히로, 나마세 카츠히사, 타케다 테츠야, 소메타니 쇼타, 카네코 노부아키, 카네코 켄, 이마이 마사유키, 시바 토시오, 츠루미 신고, 이시바시 렌지, 타나카 테츠지 니시지마 히데토시랑 다케우치 유코랑 연결되느냐 안되느냐 이게 제일 궁금했는데, 영화에서 오오..

먼지쌓인 필름 2013.07.28

자물쇠가 잠긴 방

하지만 타카자와의 말에는 인간적인 감정이 부족했다. 이렇게나 관대하게 대해주는데 왜 마음에 와 닿는 게 하나도 없을까 싶어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타카자와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짜증 같은 것이 섞여 나왔다. 이렇게 감정이 없는 냉혈동물 같은 인간까지 짜증나게 할 정도니까 자신이 때때로 에노모토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준코는 묘하게 자기 합리화를 했다. -자물쇠가 잠긴 방 中 “저도 그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 발견자가 범인일 경우, 밀실을 억지로 열기를 주저하거나 최대한 손을 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죠. 뭐, 당연한 이야깁니다. 시체를 발견하는 척하며 스스로 밀실을 깨뜨리면 애써 만든 트릭이 무의미해지니까요.” -삐뚤어진 상자 中 드디어 읽은 [자물쇠가 잠긴 방]드라마보다 먼저 ..

한밤의 도서관 2013.07.25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1년 후, 5년 후, 어떠한 미래건 오늘이라는 날을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 걱정은 미래가 아니라 오늘, 지금 해야 한다.-신의 정원 中 이유가 수없이 많다는 말은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말하고 똑같지 않을까, 하고. 자연은 명쾌해서 좋다. 카를로는 그런 말을 자주 했다. 인간은 명쾌하지도 않고 단순해지지도 못해. 인간은 언제나 처음 일만 기억한다.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 처음 사랑을 나누었을 때의 일. 하지만 마지막 일은 언제나 흐지부지해진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그 당시는 의식하지 못하는 일도 많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다. 아아, 그때가 마지막이었구나 하고 우리는 언제나 멀리 있는 경치를 바라보는 사람처럼 회상할 뿐이다. -이유 中 어머니도, 바로..

한밤의 도서관 2013.07.22

1박 2일 부산 여행

1박 2일 이지만, 2박 4일 같은 느낌 적인 느낌의 부산 여행임. 2013년 07월 11일 부산 갈 여행 준비. 오잉 왠 1000円이냐고요? 그건 이따 알랴줌. 오천엔 짜리랑 뭐 골고루 환전 하고 싶었는데, 은행 문 닫을 때 즈음 아슬아슬 하게 간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내가 간 은행은 천엔짜리만 보유하고 있다고..... 천엔 부자다! 서울역 옆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작은 크기의 음료수를 골랐으나, 너님은 막 뚜껑을 닫아도 새고, 시원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레알 코코넛 맛이였어...... 아, 피곤해 KTX를 타지 않았으므로, 기차 너무 피곤함 개 피곤함 (아이마스크 장착 + 얕은 수면) 2013년 07월 12일 새벽 드디어 부산 도착 벌써 다음날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 겨울..

즐거운 산책 2013.07.11

언어의 정원

나아가는 연습을 한 건 분명 나도 마찬가지였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언젠가 좀 더, 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된다면 만나러 가자.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언어의 정원] 2013 • 감독 : 신카이 마코토 • 출연 :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카나, 히라노 후미, 마에다 타케시 신카이 마코토.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아니면 말고~) 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만 봤는데, 언어의 정원 영상은 정말 소름 끼치게 현실 같다. 메이지 초콜릿이며 길거리 모습. 분명 내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 실사 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다. 비 오는 날도,,,, 엔딩도, 참 마음에 들었다.

먼지쌓인 필름 2013.07.09

반딧불이의 숲으로

火の杜へ [반딧불이의 숲으로] 2011 • 감독 : 오오모리 타카히로 • 원작 : 미도리카와 유키 • 출연 : 우치야마 코우키, 사쿠라 아야네 만화책 보고 운 사람 나. 꼭꼭 넣어두었다가머리 속이 복잡해서 잠이 오지 않는 날 밤에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펑펑 울었음. 미도리카와 유키의 만화 작품들은 딱히 많이 본 건 없지만, 이 단편 작은 정말 좋아한다.

먼지쌓인 필름 2013.07.09

갈까요?

손에 땀이 찼어요 상관없어요 위가 계속 꼬르륵거려요 듣기 좋은데요 얼굴이 계속 빨개져요 예쁘기만 한 걸요 Les Emotifs Anonymes (Romantics Anonymous) [로맨틱스 어나니머스] 2010 • 감독 : 장 피에르 아메리 • 출연 : 브누와 뽀엘부르드, 이자벨 까레, 로렐라 크라보타, 리즈 라메트리에, 스완 아르라우드, 피에르 니네이 오랜만에 감상한 프랑스 영화.프랑스 말은 정말 말랑말랑 귀여운 것 같아! 초콜릿 공장 사장 오빠와쇼콜라티에 언니의 사랑.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짜증 나는데 귀여워 (ㅋㅋ) 언니의 패션 센스가 나를 사로잡았지. 머스터드 컬러인가? 카디건 너무 예뻐! 카키[올리브? 그린?]에 타탄 체크 목도리도너무 예뻐! 카디건 과 셔츠의 조화! 맛있는 초콜릿, 초콜릿.

먼지쌓인 필름 2013.07.07

하나에 용기, 둘에 배짱, 셋에 각오다

하나에 용기, 둘에 배짱, 셋에 각오다 カイジ2 人生奪回ゲーム [카이지 2 인생탈환 게임] 2011 • 감독 : 사토 토야 • 원작 : 후쿠모토 노부유키 • 출연 : 후지와라 타츠야, 이세야 유스케, 요시타카 유리코, 나마세 카츠히사, 카가와 테루유키 1편을 봤으니까 어쩔 수 없이? 아니, 얼마나 더 막장인가 싶어 본 영화. 원작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영화-배우 =0 배우만 남았다. 내가 너 참 좋아하는데 화낼뻔했다 ㅋㅋ 역할이 이게 뭐양 어설픈 반전 + 반전 + 반전 + 반전 주임공의 찌질함은 여전하고, 전편에서 데였던 카가와 테루유키 아저씨 결말의 반전(ㅋㅋ). 이세야 유스케 비주얼 하나 건졌네. 후지와라 타츠야를 좋아한다거나, 배우 볼 맘만 있다면 추천이지만, 원작의 영상화 라든지, 이야기가 궁금..

먼지쌓인 필름 201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