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뭔들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이런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강제로 이런 곳에 끌려와 망신만 당하다니, 괜히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실제로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한심했다. 후회든 분노든 사실은 한심한 나 자신을 비켜가기 위해 생겨난 감정일 뿐이었다. 햇살이 차츰 따뜻해졌다. 기온이 오르면 공기에 여러 가지 냄새가 섞이기 시작한다. 작은 강을 흐르는 맑은 물의 달콤함. 이제야 안간힘을 쓰며 흙을 뚫고 나오려는 연한 풀의 청초함. 어디선가 마른 가지를 태우는 고소함. 겨울 동안 깊은 산속 어디선가 죽은 동물의 썩은 냄새. 삼라만상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사내 이름은 요키 中 봄의 위력은 대단하다. 지금까지 단색으로 칙칙했던 화면이 순식간에 컬러풀하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