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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나이를 먹고 미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추억이 늘어난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아주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진료 내과 Q&A』, 『정신과 진찰을 받으려면』,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처방전』, 『편안한 마음의 스트레칭』.최근, 부쩍 이런 유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대개 부드러운 제목에 책의 꾸밈새도 묘하게 밝은 분위기가 나는 것이 많다. 어두운 동굴을 억지로 화려하게 전광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가 흘리는 눈물이 분해서 우는 눈물인지, 뭔가를 잃는다는 슬픔의 눈물인지, 내 자신이 가엾어서 흘리는 눈물인지, 도대체 내가 왜 울고 있는지 매번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은 왜 사는 걸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인생의 의미가 뭘까. 삶이란? 죽음이란? 젊..

한밤의 도서관 2015.01.23

심문

그래, 심문은 엄격한 규칙과 시간 제한에 따라 승부를 펼치며 상대를 때려 눞혀야 하는 한 판의 권투 시합과 다름 없었다. 시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굴다리 아래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 이었다.그런 꼴을 보고 있자니 에디는 부잣집 도련님이라 배짱도 없나보다 싶었다. 그네들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면 공포에 질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어차피 많은 것을 통제하며 살아갈 인간들인걸. 저치는 훗날 시델 쓰레기 수거 업체를 통제할 것이고, 따라서 자신도 쥐락펴락하게 될 것이었다. 이런 사실에 속이 상한 에디는 더 이상 생각을 말자며 눈앞의 문제에 정신을 집중했다. 찰리는 단언했다.“삶의 기술은 해야만 하는 일을 기꺼이 웃으며 하는 거야.”바로 그게 문제였다. 에디에게는 활짝..

한밤의 도서관 2015.01.20

라이프 듀링 워타임

Life During Wartime (2009)감독 토드 솔론즈출연 셸리 헨더슨, 마이클 K. 윌리엄즈, 로슬린 러프, 앨리슨 제니, 마이클 러너, 시아란 힌즈, 르니 테일러 이 영화는 포스터가 예뻐서 보려고 생각했던 건데, 주근깨 보이~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여자 조이는 목소리가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라 듣고 있기 너무 힘들다 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모른다]에서 YUI 목소리 처음 들었을 때 느낌과 비슷했음.그러나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 굉장히 예뻤음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는 꿈의 장면. 아 이 꼬마애 주근깨 너무 매력 있엉 마지막 결말 으앙 ㅋㅋㅋ올바른 성교육??은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됨 ㅋㅋㅋ

먼지쌓인 필름 2015.01.19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말을 안 하면 당신을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집니다. 말을 안 해도 당신과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 말할까 생각했습니다.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혼잣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원히 듣고 싶었는데.”-파도에 꽃피우다 中 “넌 말이지, 정말로 영혼이 고독해. 사람들한테 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네 자신 속에서만 담아놓고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네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전혀 없지. 말도 어눌하고 머리도 모자라. 사람이란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지. 언젠가 누군가가 나타나서 너를 구해줄 거라는 환상 따윈 빨리 버리라고. 만약 ..

한밤의 도서관 2015.01.19

기억 깨물기

무섭다고 아주 조금 생각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무서운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금과 은: 가와카미 히로미 편지에서 시선을 들어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때마침 강풍에 휘날렸는지 아직 노란 물이 들지 않은 은행잎 하나가 빙글빙글 춤추며 날아가는 게 보였다.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밀어 그 잎사귀를 눈으로 따라갔다.어디에서 왔니?어디까지 가니?바람이 기억의 나무를 뒤흔들어 추억의 잎사귀들이 푸르르 휘날렸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직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서 충동적으로 ‘이 사람이다’라고 정해버려도 괜찮지만, 이별에는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별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어느새 그렇게 우리 바로 옆에까지 바짝 다가와 있었을까.-호수의 성인: 고데마리 루이 실현되느냐 마느냐 따위, 상..

한밤의 도서관 2015.01.12

괜찮아 정말 괜찮아

全然大丈夫 (Fine, Totally Fine, 괜찮아, 정말 괜찮아, 2008)감독 후지타 요스케출연 아라카와 요시요시, 키무라 요시노, 오카다 요시노리, 타나카 나오키, 에구치 노리코 3분마다 빵빵 터진다는 누리꾼 댓글에 보기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ㅋㅋ아라카와 요시요시니까 ㅋㅋㅋㅋ믿고 본다. 얼굴로도 웃기지만 말투도 한 몫 하는 아라카와 요시요시 ㅋㅋㅋㅋㅋㅋ 괴기스러운 걸 좋아해서 (친구들을 놀래키는 거) 방에 자기 얼굴을 캐릭터 화해장난감이 겁나게 많음.덕스러움.이렇게 제작하려면 정말 돈 이 많 이들 것 같음 ㅋㅋㅋㅋ 귀신의 집을 만들고 싶은데제작비가 없어서 큰아버지인가 한테 갔다가열정이 없다고 까임. 그래서 귀신이 나온다는 집에가서 귀신을 만나려고 기다림빵빵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무라..

먼지쌓인 필름 2015.01.12

달세계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A Trip to the Moon (달세계 여행, 1901)감독 조르주 멜리에스 출연 빅토르 앙드레, 블로이에트 버논, 브루넷, 잔느 달시, 앙리 델라노이, 드피에르, 조르주 멜리에스 무려 110년도 넘은 영화!흑백 영화, SF의 시초 란다. 꽤나 퉁퉁하신 5명의 박사님들이 로켓 타고 달 나라로 감. 달 표면에서 이불 덮고 노숙함. ㅋㅋ 물론 우주 복 따위 안 입었음 호흡이 가능함 ㅋㅋ 달 나라 사람을 마주침.민첩하게 달 나라 사람 처치함.떼로 몰려드는 달 나라 사람한테 잡혀갔다가 달 나라 대왕? 잡고 지구로 옴ㅋㅋㅋㅋㅋㅋㅋ재미있었어. 특히 달로 날아가 도착하는 비주얼은 깜짝 놀랐다 ㄷㄷㄷ

먼지쌓인 필름 2015.01.11

밤의 기억들

그레이브스는 버스를 타러 가기 전에 좀 쉬고 싶었다. 주변 경치가 달라지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낯선 냄새가 나면 예민해지는 성격이라 이동할 때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그는 잠을 청하는 대신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한 채 차창을 스치며 지나는 마을과 도시를 응시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고 모든 곳에서 악마를 보는 사람들과,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전혀 악마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공포에는 한계가 있다거나 뼛속까지 파고들 정도의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편안한 생각을 다시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열망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도 사그라진 지 오..

한밤의 도서관 2015.01.08

바람의 검심 : 도쿄 대화재

るろうに剣心 京都大火編 (Rurouni Kenshin: Kyoto Inferno, 바람의 검심 : 교토 대화재편, 2014)감독 오오토모 케이시 원작 와츠키 노부히로출연 사토 타케루, 다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에구치 요스케, 이세야 유스케, 타나카 민, 후지와라 타츠야, 카미키 류노스케, 타카토 켄이치홈페이지 http://wwws.warnerbros.co.jp/rurouni-kenshin/index.html 뒤에 영화가 한편 더 있다. 첫 번째 작품은 2시간이 알차다고 생각됐는데,얘는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든다.액션 신도 조금 밖에 없고,,,, +난 솔직히 시시오 보다 소지로를 더 기대했는데,스펙에서 니노마에를 너무 소화를 잘했기 때문에 카미키 류노..

먼지쌓인 필름 2015.01.02

두 번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지금까지 만나오면서 고다는 얼굴뿐 아니라 머릿속도 개새끼나 다름없다는 것을 몇번이나 실감했다. 그것도 그냥 개가 아니라 미친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감각과 비슷했다. 방금 전까지 꾸던 꿈의 세계가 얼마나 이상한 곳이었는지 느닷없이 깨닫는다. 어째서 꿈속에서는 그 사실을 몰랐는지 신기하기 그지 없다. 일과 돈이 없는 사람에게 하루가 얼마나 긴지 뼈저리게 느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자판기에서 산 우롱차를 마셨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노숙자가 나무 사이에다 박스로 집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것이 바로 내일의 내 모습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두 번째 읽은 소네 케이스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최근에 [코]를 다시 읽고 나서 한번 더 읽으려고 펼쳤음역시나 재미있음 ㅋㅋㅋㅋ..

한밤의 도서관 2014.12.27

제로

‘밖’으로 눈을 돌리면 다양한 가치관을 이해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 다양한 업무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정년까지 무사히 일하는 삶이 ‘행복한 인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만, 행복에 단 한 가지 형태만 있다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 인간은 새롭게 첫걸음을 내딛을 때나 다음 무대로 나아갈 때 출발선 위에 서는데, 누구나 제로 상태가 되어 출발선에 선다는 것이다. 결국 ‘곱셈의 답’을 추구하는 당신은 현재 ‘제로’인 백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로에 어떤 수를 곱해도 결국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제로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우리가 출발선 위에 설 때는 ‘곱셈’이 아닌 ‘..

한밤의 도서관 201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