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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깨물기

무섭다고 아주 조금 생각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무서운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금과 은: 가와카미 히로미 편지에서 시선을 들어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때마침 강풍에 휘날렸는지 아직 노란 물이 들지 않은 은행잎 하나가 빙글빙글 춤추며 날아가는 게 보였다.나도 모르게 고개를 내밀어 그 잎사귀를 눈으로 따라갔다.어디에서 왔니?어디까지 가니?바람이 기억의 나무를 뒤흔들어 추억의 잎사귀들이 푸르르 휘날렸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직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서 충동적으로 ‘이 사람이다’라고 정해버려도 괜찮지만, 이별에는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별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어느새 그렇게 우리 바로 옆에까지 바짝 다가와 있었을까.-호수의 성인: 고데마리 루이 실현되느냐 마느냐 따위, 상..

한밤의 도서관 2015.01.12

괜찮아 정말 괜찮아

全然大丈夫 (Fine, Totally Fine, 괜찮아, 정말 괜찮아, 2008)감독 후지타 요스케출연 아라카와 요시요시, 키무라 요시노, 오카다 요시노리, 타나카 나오키, 에구치 노리코 3분마다 빵빵 터진다는 누리꾼 댓글에 보기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ㅋㅋ아라카와 요시요시니까 ㅋㅋㅋㅋ믿고 본다. 얼굴로도 웃기지만 말투도 한 몫 하는 아라카와 요시요시 ㅋㅋㅋㅋㅋㅋ 괴기스러운 걸 좋아해서 (친구들을 놀래키는 거) 방에 자기 얼굴을 캐릭터 화해장난감이 겁나게 많음.덕스러움.이렇게 제작하려면 정말 돈 이 많 이들 것 같음 ㅋㅋㅋㅋ 귀신의 집을 만들고 싶은데제작비가 없어서 큰아버지인가 한테 갔다가열정이 없다고 까임. 그래서 귀신이 나온다는 집에가서 귀신을 만나려고 기다림빵빵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무라..

먼지쌓인 필름 2015.01.12

달세계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A Trip to the Moon (달세계 여행, 1901)감독 조르주 멜리에스 출연 빅토르 앙드레, 블로이에트 버논, 브루넷, 잔느 달시, 앙리 델라노이, 드피에르, 조르주 멜리에스 무려 110년도 넘은 영화!흑백 영화, SF의 시초 란다. 꽤나 퉁퉁하신 5명의 박사님들이 로켓 타고 달 나라로 감. 달 표면에서 이불 덮고 노숙함. ㅋㅋ 물론 우주 복 따위 안 입었음 호흡이 가능함 ㅋㅋ 달 나라 사람을 마주침.민첩하게 달 나라 사람 처치함.떼로 몰려드는 달 나라 사람한테 잡혀갔다가 달 나라 대왕? 잡고 지구로 옴ㅋㅋㅋㅋㅋㅋㅋ재미있었어. 특히 달로 날아가 도착하는 비주얼은 깜짝 놀랐다 ㄷㄷㄷ

먼지쌓인 필름 2015.01.11

밤의 기억들

그레이브스는 버스를 타러 가기 전에 좀 쉬고 싶었다. 주변 경치가 달라지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낯선 냄새가 나면 예민해지는 성격이라 이동할 때는 좀처럼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그는 잠을 청하는 대신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한 채 차창을 스치며 지나는 마을과 도시를 응시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고 모든 곳에서 악마를 보는 사람들과,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전혀 악마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공포에는 한계가 있다거나 뼛속까지 파고들 정도의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편안한 생각을 다시는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열망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도 사그라진 지 오..

한밤의 도서관 2015.01.08

바람의 검심 : 도쿄 대화재

るろうに剣心 京都大火編 (Rurouni Kenshin: Kyoto Inferno, 바람의 검심 : 교토 대화재편, 2014)감독 오오토모 케이시 원작 와츠키 노부히로출연 사토 타케루, 다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에구치 요스케, 이세야 유스케, 타나카 민, 후지와라 타츠야, 카미키 류노스케, 타카토 켄이치홈페이지 http://wwws.warnerbros.co.jp/rurouni-kenshin/index.html 뒤에 영화가 한편 더 있다. 첫 번째 작품은 2시간이 알차다고 생각됐는데,얘는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든다.액션 신도 조금 밖에 없고,,,, +난 솔직히 시시오 보다 소지로를 더 기대했는데,스펙에서 니노마에를 너무 소화를 잘했기 때문에 카미키 류노..

먼지쌓인 필름 2015.01.02

두 번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지금까지 만나오면서 고다는 얼굴뿐 아니라 머릿속도 개새끼나 다름없다는 것을 몇번이나 실감했다. 그것도 그냥 개가 아니라 미친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감각과 비슷했다. 방금 전까지 꾸던 꿈의 세계가 얼마나 이상한 곳이었는지 느닷없이 깨닫는다. 어째서 꿈속에서는 그 사실을 몰랐는지 신기하기 그지 없다. 일과 돈이 없는 사람에게 하루가 얼마나 긴지 뼈저리게 느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자판기에서 산 우롱차를 마셨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노숙자가 나무 사이에다 박스로 집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것이 바로 내일의 내 모습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두 번째 읽은 소네 케이스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최근에 [코]를 다시 읽고 나서 한번 더 읽으려고 펼쳤음역시나 재미있음 ㅋㅋㅋㅋ..

한밤의 도서관 2014.12.27

제로

‘밖’으로 눈을 돌리면 다양한 가치관을 이해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 다양한 업무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정년까지 무사히 일하는 삶이 ‘행복한 인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만, 행복에 단 한 가지 형태만 있다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 인간은 새롭게 첫걸음을 내딛을 때나 다음 무대로 나아갈 때 출발선 위에 서는데, 누구나 제로 상태가 되어 출발선에 선다는 것이다. 결국 ‘곱셈의 답’을 추구하는 당신은 현재 ‘제로’인 백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로에 어떤 수를 곱해도 결국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제로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우리가 출발선 위에 설 때는 ‘곱셈’이 아닌 ‘..

한밤의 도서관 2014.12.26

사랑한다고 말해

好きっていいなよ。 [사랑한다고 말해] 2014 • 감독 : 휴가 아사코 • 원작 : 하즈키 카나에 • 출연 : 카와구치 하루나, 후쿠시 소우타 만화가 인기가 좋아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영상 화가 되면 영상은 보통 만족도가 낮다.그 러 하 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를 다 구겨 넣을 수가 없으니까, 각색이 많이 되는데... 만화책이 재미있었으니까 애니메이션도 봤는데영화는 만화 설정 거의 그대로 넣으려고 했다는 점.(공통적으로 이야기 중간 서브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집중도가 떨어진다.) 진짜 기대 안 했다.순전히 후쿠시 소우타 얼굴 보려고 봤지. +마음에 안 드는 건, 메이가 옷을 너무 못 입어 ㅋㅋㅋ 사복은 좀 예쁘게 입혀줬어야지....후쿠시 소우타 아니었으면 이건 진짜 안 봤을거야.얘도 연기 ..

먼지쌓인 필름 2014.12.22

밤의 나라 쿠파

“나 이제 정신 차렸어. 내가 정말 미쳤나 봐. 여보, 우리 다시 시작해.” 아내는 바람을 피운 사실을 반성하고 말했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친구들과 강습을 나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낮에 곧잘 나가 젊은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꽤 오래 사귄 것 같은데 남자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진실한 연애라기보다 서로 노는 관계였던 건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발각되었을 때, 나는 오래도록 속아 온 사실에 놀라서 내가 봤던 가정의 모습은 환상이었나, 하고 망연자실해졌다. 내가 기업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사이에 우리 집 주식은 폭락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란 위기에 처하면 주위의 누군가와 의논을 하고 싶어 하는 생물이니까. ‘의논을 하는 편이 좋을까?’ 하는 것조차 의논하고 싶어지는 거 같아.” 최근..

한밤의 도서관 2014.12.11

안구기담

높이도 폭도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검은 벽이 눈앞에 가로막혀 있는 느낌이었다. 고통스럽거나 슬픈 차원을 넘어 나를 둘러싼 이 세계 자체가 절망의 상징처럼 보였다. -재생 中 “이봐, 그딴 하찮은 선입관은 버려. 애초에 당신한테는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를 이성적으로 상대화해서 파악하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어. 안타까운 일이야. 아주 안타까운 일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럼 묻겠는데, 당신은 문어나 오징어는 거부감 없이 입에 넣을 거야. 그렇지? 해삼이나 갯가재도 좋아하고, 회나 낫토도 맛있게 먹지? 그런데 예를 들어 텍사스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눈에 그게 얼마나 혐오스러운 행위로 보일지 생각해봤어? 그들이 보기에 일본인은 야만적인 음식 문화를 가진 집단으로 보일거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

한밤의 도서관 2014.12.02

몽위

인간은 진심으로 오싹했을 때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공포에 쥐어뜯겨 움푹 팬 부분을 평평하게 고르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은 헛되이 하루 또 하루 얇은 종이를 떼어내듯이 흘러간다. 뭔가를 희박하게 만들고 조금씩 빛바래게 만들어간다. 기대를 품었던 시간은 실망으로 변하고 이윽고 체념에 들어간다. 마사지사에게 몸을 맡기고 끄덕끄덕 졸고 있으려니 낮에 본 몽찰의 잔재가 조금씩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반쯤 잠든 상태가 되면 히로아키는 항상 이즈미 교카의 소설이 떠오르곤 한다. 수술실에서 마취주사를 맞으면 자칫 마음속에 감춰진 비밀을 고백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혹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도 떠오른다. 비밀을 감춰두기란 어려운 일이다.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

한밤의 도서관 20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