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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혐오감이라고 하는 말 알아?” 카렌은 혼혈답게 또렷한 쌍꺼풀이 있는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바로 솟구치는 감성같은 건데…….” “왜 검은 옷을 입은 여자만 대상으로 삼은 거지?”“그건 내 망상 때문이야. 난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을 지배하는 꿈을 꿔왔어. 검정은 악마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내겐 숲을 연상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 그렇지만 이 세상에 진짜 검정색은 존재하지 않아. 검정색을 본 순간, 그 색은 아무리 조금이라고는 해도 빛을 반사하고 있는 셈이지. 하지만 검정에 빨간색을 칠해 넣으면 검정색은 질량이 늘어나지. 알고 있나? 염색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야. 난 그걸 실현해보고 싶었어. 그 여자들의 피가 ..

한밤의 도서관 2015.02.25

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

るろうに剣心 伝説の最期編 (Rurouni Kenshin: The Legend Ends, 바람의 검심 : 전설의 최후편, 2014)감독 오오모토 케이시 원작 와츠키 노부히로출연 사토 타케루, 다케이 에미, 아오키 무네타카, 아오이 유우, 에구치 요스케, 이세야 유스케, 후쿠야마 마사하루, 타나카 민, 카미키 류노스케, 타카토 켄이치홈페이지 http://wwws.warnerbros.co.jp/rurouni-kenshin/index.html?oro=mile 아 이건 뭐 얘도 역시 질질질 끌다가 끝. 영화는 첫 작품이 제일 괜찮았다. 시시오랑 싸움이 너무 후딱 끝나버려서 아쉬웠음. ㅠㅜㅠㅜㅠㅜㅠㅜ 후쿠야마 마사하루 혼자 막 또 멋있엉 2015/01/02 - [먼지쌓인필름] - 바람의 검심 : 도쿄 대화재 201..

먼지쌓인 필름 2015.02.15

러버 소울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인기와는 무관한 극히 평범한 사람들조차 블로그에 자신이 나쁘게 비칠 만한 글은 쓰지 않는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블로그와 트위터는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그러한 도구를 손에 넣은 사람은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이상을 현실처럼 쓰고, 실력을 과장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애당초 매스컴이 거론하는 뉴스의 우선순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 세계는 항상 움직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인류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중요한 뭔가가 결정되고, 무서운 재해가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어째서 그런 중대한 뉴스 사이에 불탄 집에서 남자 시체가 발견됐다는 사소한 일이 끼어든 걸까. 진실? 진실이 ..

한밤의 도서관 2015.02.12

순수의 영역

레이코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불만은 없다. 수입에 대해서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라는 아내의 말을 빌미로, 쌓이는 부채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깊은 내면에는 고마움을 감싼 엷은 질투심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한번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내면의 모래언덕이다. 갇힌 세계에서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나쁜 버릇이란 건 안다. 애써 얻어 소중히 품어온 것을 무작정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대외적인 얼굴과 내면에 지닌 모습에 괴리감이 있는 남자였다. ‘괴리’라는 말을 레이코는 속으로 되뇌어본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느냐고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곁에 잠들어있는 남편을 생각한다. 모든 일에 대해 내가 선택하고 책임도..

한밤의 도서관 2015.02.07

공허한 십자가

“유족분들에게는 정말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죽이다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물론 죽음으로써 사죄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어떻게든 속죄하게 해주십시오. 어떻게 해서라도 속죄하고 싶습니다.”그 말은 아무런 무게감 없이 나카하라의 귀를 공허하게 빠져나갈 뿐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놓고 아직도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자기혐오에 빠졌다. 자신은 아직 혼자 서 있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서 있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면서 전화를 기다렸다. 하릴없이 담뱃갑을 쳐다보았다. ‘담배는 당신에게……’로 시작되는 경고문을 보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십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밤의 도서관 2015.02.02

억지라고 쓰고 기회라고 읽어!

ジャッジ! (Judge!, 저지!, 2013)감독 나가이 사토시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키타가와 케이코, 릴리 프랭키, 스즈키 쿄카, 토요카와 에츠시, 아라카와 요시요시, 타마야마 테츠지, 덴덴, 하마노 켄타, 카세 료홈페이지 http://judge-movie.com/ 망할 코미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분이 우울할 땐 코미디를 보아요~~ 키츠네 우동 광고에 여우 캐릭터(동음어)를 등장 시키는 패기 ㅋㅋ촬영 현장이 겁나 진지한 것이 함정 클라이언트 미팅실장 님이 지금의 고양이를 좀 더 고양이 답게 (어이!) 내일까지 부탁 드립니다 ㅋㅋㅋㅋㅋ 라고 말한다. 매우 간단한 수정 사항을 담당자에게 전달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억지라 쓰고 기회라고 읽어! (야!!!!!) ★쨘 수정했어욭★그래서 이것은 고양이입니..

먼지쌓인 필름 2015.02.01

종이 여자

나는 파도가 집어삼키기 직전, 잔양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과 입맞춤을 하는 석양의 가두리를 눈을 뜰 수 없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그토록 장엄하게 느껴졌던 광경인데 지금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나는 비축해놓은 감정을 모두 소진해버린 사람처럼 무감각해졌다. 나는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다.그러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는 도리어 차 안의 긴장감을 높였다.They tried to make me go to RehabI said No, No, No “제발 괴로움을 핑계 삼아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짓 좀 그만둘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무기력의 사슬을 끊지 못하면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돼요. 하긴 새롭게 용기를..

한밤의 도서관 2015.01.28

내일의 기억

나이를 먹고 미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추억이 늘어난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아주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진료 내과 Q&A』, 『정신과 진찰을 받으려면』,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처방전』, 『편안한 마음의 스트레칭』.최근, 부쩍 이런 유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대개 부드러운 제목에 책의 꾸밈새도 묘하게 밝은 분위기가 나는 것이 많다. 어두운 동굴을 억지로 화려하게 전광 장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가 흘리는 눈물이 분해서 우는 눈물인지, 뭔가를 잃는다는 슬픔의 눈물인지, 내 자신이 가엾어서 흘리는 눈물인지, 도대체 내가 왜 울고 있는지 매번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은 왜 사는 걸까.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인생의 의미가 뭘까. 삶이란? 죽음이란? 젊..

한밤의 도서관 2015.01.23

심문

그래, 심문은 엄격한 규칙과 시간 제한에 따라 승부를 펼치며 상대를 때려 눞혀야 하는 한 판의 권투 시합과 다름 없었다. 시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굴다리 아래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 이었다.그런 꼴을 보고 있자니 에디는 부잣집 도련님이라 배짱도 없나보다 싶었다. 그네들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면 공포에 질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어차피 많은 것을 통제하며 살아갈 인간들인걸. 저치는 훗날 시델 쓰레기 수거 업체를 통제할 것이고, 따라서 자신도 쥐락펴락하게 될 것이었다. 이런 사실에 속이 상한 에디는 더 이상 생각을 말자며 눈앞의 문제에 정신을 집중했다. 찰리는 단언했다.“삶의 기술은 해야만 하는 일을 기꺼이 웃으며 하는 거야.”바로 그게 문제였다. 에디에게는 활짝..

한밤의 도서관 2015.01.20

라이프 듀링 워타임

Life During Wartime (2009)감독 토드 솔론즈출연 셸리 헨더슨, 마이클 K. 윌리엄즈, 로슬린 러프, 앨리슨 제니, 마이클 러너, 시아란 힌즈, 르니 테일러 이 영화는 포스터가 예뻐서 보려고 생각했던 건데, 주근깨 보이~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여자 조이는 목소리가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라 듣고 있기 너무 힘들다 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모른다]에서 YUI 목소리 처음 들었을 때 느낌과 비슷했음.그러나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 굉장히 예뻤음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는 꿈의 장면. 아 이 꼬마애 주근깨 너무 매력 있엉 마지막 결말 으앙 ㅋㅋㅋ올바른 성교육??은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됨 ㅋㅋㅋ

먼지쌓인 필름 2015.01.19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말을 안 하면 당신을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집니다. 말을 안 해도 당신과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번 말할까 생각했습니다.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의 혼잣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원히 듣고 싶었는데.”-파도에 꽃피우다 中 “넌 말이지, 정말로 영혼이 고독해. 사람들한테 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네 자신 속에서만 담아놓고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네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전혀 없지. 말도 어눌하고 머리도 모자라. 사람이란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법이지. 언젠가 누군가가 나타나서 너를 구해줄 거라는 환상 따윈 빨리 버리라고. 만약 ..

한밤의 도서관 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