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47

기분 벗고 주무시죠

가끔 우리는 이 리액션을 본질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어요. 화가 나서 더 화가 나고, 슬퍼서 울다 보니 더 서글퍼지는 식으로 말이죠. 감정은 충분히 표출하는 게 건강에 좋지만, 이렇게 기분 속에 갇히면 표출이 아니라 발버둥을 치게 됩니다. 힘은 점점 빠지고 감정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말죠.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건 ‘타인을 만나지 않는’ 시간이 아닌 것 같아요. 방구석에 혼자 있어도 끊임없이 에너지를 쓰고 불안에 시달릴 수도 있거든요. SNS와 누군가의 카톡 하나, 애인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벌벌 떨며 불편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라면 백날 천날 혼자 있어도 에너지가 충전되기는커녕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할 뿐이죠. 혼자만의 시간이란 건 물리적으로..

한밤의 도서관 2019.04.01

메리 수를 죽이고

어쩌면 성장이란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필연일지도 모른다. - 사랑스러운 원숭이의 일기 中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노심이 융해된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쏟아져 나왔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로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막연하고 어렴풋한 불안을 끌어안은 채로, 뭐 괜찮겠지, 하고 암시를 걸며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경계란 항상 모호해요. 각자 자기만의 현실 인식에 따라 믿는 것을 스스로 정의해갈 수밖에 없죠.” - 트랜스시버 中 “전자서적 시대에도 소설 퇴고는 종이로 하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편이 머리에 잘 들어오거든. 텍스트 데이터로만 된 소설이라니 육체가 없는 인간하고 비슷하지 않아? 그건 작..

한밤의 도서관 2019.03.21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만약 오늘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하루가 된다면 내일 아침 여기를 넘으면 된다. 그러니 오늘만 힘내보자. 오늘 하루만. 죽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훌쩍 선을 넘어버리지 않도록 다시금 핸들을 꽉 잡는다. 그 고지대를 만일에 대비한 부적처럼 여기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학교로 향한다. 부모님도 여동생도 동급생도 예전에 함께 일한 사람도, 나를 보면 “요즘 뭐 하고 지내”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악의가 없다는 사실은 안다. 정말 순수하게 무엇을 하는지 묻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해”라고 대답한다. 정말이다.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럼, 오늘 낮에 집에서 뭐 했어”라고 다시 묻는다. 시간을 좁혀본들 역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었어..

한밤의 도서관 2019.03.20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김찬호 교수의 책 《모멸감》을 보면, 자신의 결핍과 공허를 채우기 위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취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모멸하는 것이라고 한다. 위계를 만들어 누군가를 무시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갑질은 계속된다. 멈추라고 하지 않으면 머리가 스트레스에 반응할 때면 내장도 같은 신호를 받는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복통을 앓을 가능성이 세 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고만 싶나요? 많이 먹나요? 마음이 아픈가 보다 노력 부족을 능력 부족으로 착각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후려치지 하지 마세요 오랫동안 고민해 선택한 결과가 대단하지 않더라도 자신조차 시시하게 여기지 말라는 것 -모든 질..

한밤의 도서관 2019.02.23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이 나라는 어딘가 일그러져 있다. 사람들이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곳이 경제 효율이란 뭔지 모를 논리로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다. 이것이 지역 진흥이고 재개발이라면 앞장서서 깃발을 흔드는 자는 부지런히 껍데기만 만들고 있는 멍청이다. 내일은 어떤 상태일까, 내일모레는 어떤 상태일까. 오늘과 똑같은 날들이 앞으로도 매일 계속될까……. 사람은 불안해지면 마음속에 확실한 게 있어도 흔들리곤 하잖아요. 심신 상실 혹은 심신 쇠약이라면서 그런 인간들이 손대는 상대는 언제나 여자와 아이뿐이다. 실수로도 폭력단 사무실이나 씨름 선수 방에 난입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판단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압축하면 결국 세 가지야. 애증, 돈, 광기. 이 중 애증과 돈은 용의자를..

한밤의 도서관 2019.02.22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사생활 침해 네 소소한 습관들이 궁금해.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문장마다 밑줄을 긋는지, 책장을 덮기 전에는 모서리를 접는지 띠지를 끼워두는지, 음악을 들을 땐 눈을 감는지, 스피커와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 다른지, 샤워할 때는 어디서부터 거품을 묻히는지, 치약은 얼마나 짜는지.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벽을 마주하고 모로 눕는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언제를 가장 많이 회상하는지, 그 틈에 내가 끼어들기도 하는지. 유리구슬 모두의 생엔 문득 뒤돌아보면 아직도 반짝거리는 시간과 그 시간을 빛나게 해준, 더 반짝이는 사람들이 있다. 설령 깨진 유리구슬이라 해도. 가난한 사랑 노래 그저 선택지 앞에서, 고민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그것 뿐.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 끝나는 저주에 관해 어떨 때는..

한밤의 도서관 2019.02.14

어긋난 인연

1957년부터 1971년까지 15년 동안 32건의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중 생후 1년 이상이 지나고 나서야 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가 14건이나 되었다. 아이가 바뀐 것을 의심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카이시 교수는 크게 세 가지 동기를 꼽았다. 첫 번째, ‘왠지 이상하다’는 엄마의 직감 두 번째, 얼굴이 닮지 않음. 세 번째, 혈액형이 다름. ABO식 이외에도 MNSs식, Rh-Hr식, PGM형, Gm형, Gc 혈청형 등 다양한 형질이 있다는 것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 혈액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 즉 적혈구와 백혈구 또는 혈청 중 어떤 것을 조사할 것인가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ABO식 혈액형은 이 많은 혈액형 종류의 하나에 불과하다. ‘잠옷을 그대로 입고 학교에 ..

한밤의 도서관 2019.02.13

기쁨의 노래

나는 언제나 혼자다. 하지만 외롭지는 않다. 혼자와 외로움은 전혀 다르다. - 12월 1일-미키모토 레이 中 아무튼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 혼자라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을 보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나는 나라고 생각할 근거가 있겠지. 강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행복한 사람이다. 정말로 혼자가 되는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뭔가를, 레이는 분명 가지고 있다. - 12월 22일-하라 치나츠 中 “넌 젊으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야.” 말문이 막혔다. 격려할 생각으로 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뭐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걸까? 내게 더 이상 이제부터란 없다. 엄마에겐 단순한 즐거움이었겠지만 내게 소프트볼은 전부였다. 그런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

한밤의 도서관 2019.01.09

파과

조각은 최소한 신뢰를 잃은 채로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은 이 일에 애정이 있었는데, 대놓고 애정이라고 하기엔 이 일의 성격상 좀 뜨악한 표현이고 몸을 움직여 일하는 데 대한 집념이나 원년 멤버로서의 집착 내지는 나 아니면 할 수 없단 식의 고집이라고 부르기에도 적절치 않은, 말하자면 탯줄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그것도 간신히 영양을 공급하다 불현듯 아이의 목을 단단히 감아버린 탯줄로, 언제 죽음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어린이의 리더십을 길러주고 영재성을 계발한다는 논리 논술 철학 학원에서 막 돌아온 소년이 열쇠를 꺼내는데 건너편에서 무언가 쿵, 육중한 물건이 철문에 부딪쳤다. 소리는 도어스코프 높이쯤 되는 자리에 들러붙었다가 바닥까지 둔탁하게 끌어 내려졌다. 사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또는 어느 날 ..

한밤의 도서관 2019.01.06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 숫자가 아닌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리더의 힘

역사상 조직이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예는 없다. 모든 위기는 리더십을 통해 극복됐다. 그런데도 오늘날 수많은 교육 기관과 훈련 프로그램은 훌륭한 리더 양성이 아니라 효과적인 매니저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직적 위계서열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을 윗선에서 알아주길 바란다. 우리는 인정받고 상을 받기 위해 손을 번쩍 든다. 대부분의 사람이 상사에게 더 많이 인정받을수록 더 많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관리하는 상사가 회사에 계속 남아 있고, 그 상사가 위로부터 지나친 압박을 느끼지 않을 때만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조직의 리더가 먼저 그들을 사람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신뢰를 얻고 싶으면 신뢰를 실천해야..

한밤의 도서관 2018.07.18

언틸유아마인

한때는 일을 계속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암울하고 춥고 외로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그 시절도 인생이라는 대장정의 한 부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이 있다. 우리는 시련을 이겨내고 더 고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힘들더라도 올바른 행로를 찾고 그 행로를 따라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리디북스에서 무료 이벤트로 알게 된 책 비가 많이 와서, 종이 책 못 들고 다니기도 해서 이때다 하고 다운 받아 봤는데, 초반부터 진도가 안 나갔다. 읽을수록 반전이 보여서 긴장감도 없었고.... 초반에 안 읽히면 억지로 읽지 말자. ㅋㅋㅋ

한밤의 도서관 20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