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uragawa 2019. 2. 14. 22:30

사생활 침해


네 소소한 습관들이 궁금해.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문장마다 밑줄을 긋는지, 책장을 덮기 전에는 모서리를 접는지 띠지를 끼워두는지,

음악을 들을 땐 눈을 감는지, 스피커와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 다른지,
샤워할 때는 어디서부터 거품을 묻히는지, 치약은 얼마나 짜는지.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벽을 마주하고 모로 눕는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언제를 가장 많이 회상하는지,
그 틈에 내가 끼어들기도 하는지.



유리구슬

 모두의 생엔 문득 뒤돌아보면 아직도 반짝거리는 시간과 그 시간을 빛나게 해준, 더 반짝이는 사람들이 있다. 설령 깨진 유리구슬이라 해도.




가난한 사랑 노래

그저 선택지 앞에서,
고민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그것 뿐.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 끝나는 저주에 관해

 어떨 때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란 감정은 없어지고 책임감만 남는 것 같았어. 사랑한다고 내뱉었으니 이젠 정말 사랑해야 한다, 상대가 내 사랑을 느끼고 또 믿을 수 있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전언처럼 사랑을 선언했으니 어떻게든 내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랑 같은 건 다 집어치우고 책임감으로 관계를 이어갔지.




나와의 화해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연애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늘어나는 건 연애 기술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지식이다. 나는 이런 인간이구나, 나는 여기까지밖에 못 하는구나, 난 이건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구나, 난 이건 도저히 견딜 수 없구나.

그런 까닭으로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사랑할 수 없다.



Well-aged

 솔직히 나는 내가 왜 사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주제에 또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도 모르겠다. 눈이 떠지니 일어나고 졸리니 잘 뿐이다. 그 중간, 빈 시간에는 심심하고 외로워서 뭘 한다. 눈 뜨고 있으면 줄곧 외로워서, 외로운 걸 잊으려고 더 한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이런 걸 했더니 덜 외롭더라, 더 외로웠던 순간이 떠오르더라,” 외로움을 잊기 위해 몸부림쳤던 시간들에 대해 적는다.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

 천부적인 재능이 없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노력에 비례해서 실력도 는다. 하지만 타고난 사람들은 성장의 속도와 폭이 다르다. 그리고 본인은 안다. 내가 살리에르인지 모차르트인지.




존재감

 나는 3인 이상 모이는 자리에는 나가지 않는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모두의 자기 소리 높임에 너무 금방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