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도서관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uragawa 2019. 3. 20. 23:00

만약 오늘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하루가 된다면 내일 아침 여기를 넘으면 된다. 그러니 오늘만 힘내보자. 오늘 하루만. 죽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훌쩍 선을 넘어버리지 않도록 다시금 핸들을 꽉 잡는다. 그 고지대를 만일에 대비한 부적처럼 여기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학교로 향한다.



부모님도 여동생도 동급생도 예전에 함께 일한 사람도, 나를 보면 “요즘 뭐 하고 지내”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악의가 없다는 사실은 안다. 정말 순수하게 무엇을 하는지 묻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해”라고 대답한다. 정말이다.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럼, 오늘 낮에 집에서 뭐 했어”라고 다시 묻는다. 시간을 좁혀본들 역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었어”라고 말하면 상대는 애써 웃으며 겨우 나를 풀어주었다.



혼자 짊어진다는 것의 한계를 안다. 죽음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괴로움도 안다. 타인에게는 “사소한 일”이라든가 “참을성이 부족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된다는 사실도 안다.